작가의 말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신 분들께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빨리 읽히도록 쓰지 않았습니다.
한 장면, 한 문장 안에 몸의 감각과 주변 풍경, 인물의 속마음과 대사를 최대한 같이 눌러 담으려고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볼 때를 떠올려보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화면 안에서는 무너지는 천장과 흩날리는 파편, 인물의 떨리는 손과 표정이 전부 한 프레임 안에 동시에 들어오죠. 소설은 그걸 한 문장씩 풀어서 적을 수밖에 없지만, 저는 그 “동시에 벌어지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건을 요약해서 빠르게 넘기기보다, 그 순간 안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는 쪽을 택했습니다.
다음 화가 궁금해서 빠르게 넘기는 재미보다는, 지금 이 장면 자체에 잠시 붙잡혀 있는 재미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소 느리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건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원래 이 소설이 가려는 방향이 그렇습니다.
혹시 “이거 좀 늘어지는데” 싶으신 순간이 있다면, 잠깐 속도를 늦추고 그 장면을 마치 애니메이션 한 컷을 보듯 천천히 넘겨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안에서 무언가 하나쯤은 눈에 걸리는 게 있으실 거라 믿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쓴다기보다, 이미 어딘가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관측하고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써왔습니다. 인물 하나, 사물 하나도 제가 마음대로 지어내는 게 아니라, 그 순간 그 자리에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다시 들여다보고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 관측과 검증의 과정을, 언어모델 클로드(Claude)와 함께해왔습니다. 제가 떠올린 장면이 이 세계의 결과 맞는지, 놓친 디테일은 없는지, 함께 묻고 답하며 다듬어온 소설입니다.
느리게, 그러나 오래 남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