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우진 작가입니다.
오늘은 <달의 아이들> 완결을 기념하여 작가 후기를 올려 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작품을 완독한 이후에 읽으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사실 ‘후기’니까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긴 한데, 작품을 제대로 읽기 전에 결말이나 후기 먼저 보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러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으니 혹여 이 작품을 읽을 계획이시라면 후기는 나중에 확인해 주시는 것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집필한 소설은 <Fly me to the moon>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제15회 전국농어촌청소년문예제전’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소설이었죠.
저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그 증거로 해당 작품의 전문이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사이트에 박제(?)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초안 삼아 살을 붙인 것이 바로 <달의 아이들>의 1부입니다.
2부와 3부는 제가 대학생 시절에 집필한 파트이고, 작품 전반에 걸친 퇴고는 올해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제 기준으론 퇴고가 완벽하다고 보기 힘들지만.. 그냥 이 정도면 공개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브릿G에 올려 보았습니다.
잠깐, 제가 2015년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그럼 지금까지 하나의 작품을 총 10년간 집필한 거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꽤 정신 나간 소리 같겠지만 사실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저 스스로가 이 작품에 만족할 때까지 퇴고를 이어 나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자기만족용 소설이었기에 서둘러 세상에 공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죠.
계약 출판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물론 제가 고려한다고 해서 계약 출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요. 하지만 투고를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해 작가로서의 역량과 작품 구조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일정이나 기타 여러 부분을 의식함으로써 탈고도 훨씬 더 빨리 했을 테고요.
그렇다면 무려 10년 간 집필한 이 작품은 과연 제 눈에 어떻게 보일까요?
물론 정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집필한 소설이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게는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문체… 때문은 아닙니다. 물론 제 문체가 유려하다고 보기엔 힘들고 잦은 말줄임표, 반복되는 표현 등 다소 엉성함까지 느껴지긴 하지만, 이것이 제가 아쉽다고 느낄 이유가 되진 않죠.
우선 모든 문제는 다음과 같은 의식의 흐름에서 야기되었습니다.
‘수상작의 후속작을 쓰자.’ → ‘3부작이 구조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을까?’ → ‘다 쓰면 종이책 개인 출판을 해서 소장해야겠다.’ → ‘갖고 다니기 좋게 한 권 분량으로 쓰자.’ → ‘이 작품을 완성해도 읽어 줄 사람은 몇 없을 텐데, 기왕 이렇게 된 거 넣고 싶은 소재와 설정을 싹 다 넣어 보자!’
부끄럽게도 이런 생각으로 시작된 게 <달의 아이들>입니다.
3부작에다가 한 권 분량인데, 여기에 방대한 소재/설정을 전부 넣어 보겠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일부 설정과 주요 사건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구구절절한 설명으로써 언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독자 입장에선 중구난방 + 일종의 설정 놀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문제가 생기고 맙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느낌입니다. 본디 (A-B-C1-C2-D-E1-E2-E3-F)이 정상적인 흐름인데, 제 작품은 이걸 (A-D-F)로 축약하고 나머지 생략된 부분을 등장인물의 언급으로 메꾸는 식인 겁니다. 여러모로 쉽지 않죠.
하여간에 이거 말고도 참 많은 부분이 아쉽습니다. 하도 생략된 부분이 많다 보니까 급전개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겁고 민감한 소재들이 너무 가볍게 소비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고요. 또한 교훈을 주려는 듯한 내용이 많아서 독자가 읽다 지칠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 활용이라든지 상업성이라든지 대중성이라든지 뭐 기타 등등.. 굳이 다 나열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을 느끼기 시작했을 즈음엔 이미 작품 기반이 다 세워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예 전부 갈아엎는 건 불가능해서 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이런저런 보수 작업을 진행했는데, 결과물이 독자 분들의 마음에 드셨을는지 모르겠네요.
어쩌다 보니 자아비판을 실컷 하게 됐는데 이게 제 작품을 싫어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분명 미숙한 부분들이 있다 할지라도 저는 제 작품을 사랑합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에요.
문제점이란 것들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되려 장점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죠. 그러한 장점이 좀 더 부각될 수 있도록 작가로서 최선을 다했고, 독자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이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생각합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둘째 치고 저는 노래 가사를 싣지 못했다는 게 제일 아쉽습니다.
독자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가사가 나올 만한 부분이 총 세 군데 있죠.
가사를 싣는다면 감동이 더욱 클 텐데 저작권 문제로 그럴 수 없어서 진심으로 슬픕니다.
다만 공모전 소설에는 가사가 그대로 들어 있으니, 혹시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찾아서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화제를 좀 바꾸어 보겠습니다.
작중 저와 똑같은 이름의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독자 분들은 제 자캐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공모전 소설 기준으로는 절 등장시킨 게 맞습니다. 일종의 깜짝 출현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달의 아이들>로 넘어오면서 초기 구상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어 버렸네요.
이제 와서는 글쎄요, 저는 딱히 자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자 분들도 그냥 동명이인이라고 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후속작에 대해서는 현재 수많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여덟 개는 되네요.
회수해야 할 떡밥이 워낙 많아서 소재 고갈이라든지 이런 건 전혀 걱정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후속작은 제가 정식으로 작가라 불릴 수 있을 만한 시점에 집필하고 싶습니다. 제가 바라는 그런 날이 정말로 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만약 그날이 오지 않는다는 게 거의 확실시된다면 작품 활동에 대한 미련은 이만 버리고, <달의 아이들>을 브릿G에 올린 것만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한 분이라도 제 작품을 보고 좋아해 주셨다면 저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독자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시면서, 작가가 독자를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을 받으셨을까 봐 조금 우려되는데요.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 생각이 없고 그럴 만큼 잘난 사람도 아니기에, 등장인물의 독백이나 대화문을 통해 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습니다. 다만 인생관이나 사회적 문제를 독자 분들이 한 번쯤 고찰하게끔 유도하고 싶었을 뿐이지요. 정답은 독자 여러분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고픈 말은 많지만 이러다 후기가 점점 산으로 갈 것 같아서 슬슬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
10년이라. 10년…
세월 참 빠르네요.
소설을 쓰기 시작한 15년도까지만 해도 2024~2025년은 머나먼 미래 같아 보였는데, 한 달 정도 뒤면 벌써 2026년이죠.
고등학생이던 제가 지금은 1부 시점의 김태성보다 한 살이 많고, 내년이면 3부 시점의 김하늘과 똑같은 나이가 돼요.
10년 뒤의 저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가 이 소설과 함께해 온 지난 10년이란 세월을 후회하지 않듯이, 앞으로의 10년 또한 후회 없는 세월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동안 <달의 아이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