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쟁이 무강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저는 잠시 쉬면서 그림을 연습하려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만화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야간 편의점도 아직 하고 있습니다. 슬슬 적응이 될 듯 말 듯 하네요. 밤낮 바뀌는 게 멘탈에 좋지 않달까요.
그러면, Q&A를 시작하겠습니다!
Q. 밀면 먹어본 적 없는데 먹고 싶어졌어요! 평소에 자주 드시는 편인가요?
A. 사실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밀면이냐 돼지국밥이냐 묻는다면, 솔직히 몇 년 전까지는 돼지국밥파였어요. 돼지국밥 쪽은 다양하게 많이 먹어 봤는데, 밀면은 오히려 집근처 한 곳 밖에 안 다닙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요즘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까, 그리고 위장이 줄어들다 보니까 오히려 국밥의 뜨끈함과 든든함을 견디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근 1년은 밀면을 더 자주 먹은 느낌입니다. 국밥은 생각 안 나는데 밀면은 가끔 생각 나요.
아, 그리고 냉면이냐 밀면이냐 아무도 물으신 적 없지만 굳이 물으신다면 밀면입니다.
Q. 밀면을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밀면 베이비들에게 추천해주실만한 가게가 있나요?
A. 사실 저는 한 군데밖에 잘 가지 않습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밀면 맛있는 곳이 그렇게 흔치 않아요. 부산 망미동의 ‘밀면전문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네, 가게 이름이 ‘밀면전문점’입니다. 네, 모티브가 된 곳 맞습니다.
만약 여기 말고 다른 곳을 가시려면, 밀면 편의 하양의 대사를 주목해주세요. 그게 정말로 밀면 가게 고르는 실전 팁입니다. 밀면 가게에 밀면과 만두 외에 다른 요리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가게는 성공하기 힘듭니다. 국밥이야 수백, 수육, 순대, 여러가지를 팔 수 있지만 밀면은 밀면(과 만두)만 해야 해요.
아, 만두 말고 육전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주 냉면의 영향을 받은 걸까요? 조금 계파가 다르다 생각하지만, 그건 그 가게만의 철학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육전을 올린 밀면을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맛있었습니다. 식중독 사건만 터지지 않았더라도 오래 갔을 가게 같은데…
Q. <청춘 환상 검무곡>을 쓸 때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혈계전선>과 <벚꽃사중주>의 영향을 꽤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청환검> 연재 이전에는 여러가지를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에세이를 열심히 썼었거든요. 지금은 <청환검> 연재하면서 실전에 부딪히니까, ‘아, 이론은 오히려 사후적인 것이고 나는 생각보다 이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어서 이론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 버렸습니다.
‘이론’을 할 때, 아무래도 ‘어반 판타지에서 신화적인 요소를 차용하려면 그걸 설명해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겠다. 그게 주인공이어야 균형이 맞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생각을 강하게 심어준 것이 <혈계전선>의 ‘레오’라는 캐릭터였습니다. 이 캐릭터는 ‘신들의 의안’이라는 일종의 ‘마안’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덕에 다양한 신화적 존재, 필살기, 비밀 등을 엿볼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애니로 봤는데, 1기는 굉장히 좋았고 2기는 최근에 휴재 공지 하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다 봤어요.
<벚꽃사중주>는 사실 연재 직전에, 편의점 액션을 쓰기 직전에 1권만 봤습니다. 마을에 벌어지는 일을 해결하는 요괴~여고생~퇴마사들의 이야기인데, 아직 시동이 걸리는 부분까진 안 봤습니다만 (시동이 늦게 걸리는 작품이라고 하더라구요) <청환검>과 작풍이 비슷해서, 이걸 보고 ‘아, 편의점에서 강도가 나오면 되겠군.’ 하고 생각했달까요.
그 외에도 액션씬의 철학 측면에서 <사카모토 데이즈>의 영향을 꽤 받았습니다만, 완전 스토리에 영향을 주고 그런 느낌은 아니네요. 하지만 <사카모토 데이즈>는 최근 권까지 다 읽었습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만화.
적고 보니 일본 만화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군요. 노동요로는 <블루 아카이브>의 BGM이나 밴드 ‘요루시카’,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같은 J-Rock을 많이 들었습니다.
Q. 하양이 아니라 산새나 모란이 ‘시인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리고 (스포일러) 했다면?
엄청난 비밀입니다만… 사실은 하양-산새-달래-모란 순으로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하양’과 ‘시인의 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랄까요. 산새도 사실 프로토타입(제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양기 넘치는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음기가 큰 복수귀에 가까운 캐릭터였다고 해야할까요?
이 질문을 받고 든 생각은 ‘왜 나는 산새가 아니라 하양에게 시인의 눈을 준 걸까?’하는 느낌이 있네요. 왜 하양과 산새는 별개의 캐릭터일까?
아마도 그건 하양은 (정신적인) 성장형 캐릭터이기 때문일 겁니다. 산새는 어디 던져놔도 그 안에서 자기 행복을 찾아나갈 건강한 캐릭터고, 달래나 모란은 육체적으로 버티겠지만… 하양은 사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렇지 못해요.
오히려 ‘주변에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멘탈을 유지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애초에 캐릭터를 짤 때 들었던, 지금도 모토로 삼고 있는 조언이 ‘여고생 백합이라고 애들이 ‘결혼하고 싶게’ 캐릭터 조형이 짜여서는 안된다. 모든 캐릭터가 말 안 듣는 비글 같아서 서로 묶여서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써놓고 보니, 다른 캐릭터는 다 말 안 듣는데 ‘하양’만 ‘결혼하고 싶게’ 캐릭터가 짜인 느낌입니다. 오히려 그 점이 하양의 매력이랄까요.
그런 점에서 자기가 이 동네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주변을 진단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시인의 눈’인 셈이네요. 그런 점에서, 산새나 모란이 ‘시인의 눈’을 가졌더라면, 오히려 자기 할 말만 밀어붙여서 (스포일러)에서 달래를 구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걸 읽은 하양 : “작가님??? 네??? 작가님???”)
아, 이런 반응 보여야 하양이지.
Q. 외전으로 쓸 뻔 했다던 아르바이트 언니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A. 이름은 금단홍. 사실 저번달 쯤 올렸던 습작 단편인 <부산항의 그림자>에서 주인공을 맡은 그 분이 맞습니다.
제가 <사카모토 데이즈>를 보고 깨달은 게, ‘아 나 원래 하드보일드 킬러 엄청 좋아했는데???’였거든요. 그래서 ‘다음 작품은 킬러액션물 해야지’하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브릿G에서 마침 ‘팔뚝에비늘’ 소일장이 열리고 있길래… 크툴루 킬러 액션 단편을 적었어요. 그 작품을 보면 금단홍씨의 프로토타입이 있습니다.
도입부 정도 쓰고 ‘이것도 길어질 것 같으니 <청환검>을 마저 써야지’하고 킵해뒀습니다. 서울에서 겨우 킬러 대기업에 취직했더니, 부산 출장 업무 첫날에 어떤 계략에 휘말려 ‘해고’ 당하고, 해고된 킬러를 살인하는 ‘해고 팀’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는데…
그때 딱 ‘성역’인 카페 제비에 들어와서 사장님을 만난 거죠. 그래서 ‘해고팀’의 킬러를 격퇴하고, ‘카페 제비’의 알바생으로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는? 그리고 찾아오는 킬러들을 격퇴하는?
사실 사장님의 모델은 처음 구상할 때만 해도 <사카모토 데이즈>의 살찌고 나이먹은 사카모토 타로 느낌이었는데, 약간 이 작품을 쓰면서 보니까 ‘아 로맨스 넣고 싶은데 내가 연애하고 싶을 정도로 사장님이 잘생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느낌을 받아서 어느 정도 캐릭터 구상이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카페 제비’가 ‘간판 없는 가게’ 인것도 모티브가 있습니다. 부산의 ‘얼룩개’라는 카페. 제가 알려드렸다는 소리는 하지 마시고…
좋아요. 여기까지 하고 <청춘 환상 검무곡>은 휴재에 들어갑니다.
추석 잘 보내셨길 바라고, 11월 말~12월 초쯤에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