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평점에 대한 오해와 의미

분류: 수다, 글쓴이: 한고요, 19년 11월, 댓글6, 읽음: 247

반갑습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한고요입니다.

 

원래는 한고요가 아니었는데 불가피한 사건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덕분에 저는 공감 20개를 넘긴 큐레이션 몇 개를 날렸으며, 추천 딱지가 붙은 제 작품들이 사라졌다 이겁니다. 문득 궁금하시겠지만 제 원래 필명은 어머니께서 할아버지와 의절까지 단행한 끝에 얻은 실명과 같았기에…… (수신 불안) ……니다. 여러분한테만 알려주는 번호니까 남몰래 로또를 하십시오.

 

어느덧 겨울이 눈앞으로 다가왔네요. 저는 이곳 브릿G에 정착한지 대충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요. 제가 이번에 꺼낼 이야기는 평점 기능입니다.

 

현재 브릿G 평점은 8점과 10점 두 가지만 선택할 수 있는데요. 제 기억으로 8점은 추천의 의미를, 10점은 완전 추천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로써 별점 테러를 막는다는 취지였는데요. (아마도 당시에 작가와 독자의 소통 문제에 대하여 논의를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가만히 보다보면 글쎄올시다 싶은 겁니다. 사실 지금 와서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한지 좀 됐습니다.

 

지금 8점은 사실 추천의 의미라고 보이질 않아요. 오히려 8점을 받은 작가 입장에선 어라…… 싶은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8점이 제일 낮은 점수이기 때문이죠. 작가는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내 글에 문제가 있구나 하는 거예요. 물론 당신이 스마트폰 케이스는 물론 필름조차 하지 않는 부류의 야생적인 사람이라면 평점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넘어가겠지만, 대부분의 초심자들, 아마추어 작가들은 그런 사소한 것을 무작정 무시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더라도 신경은 쓰인다는 거죠.

 

10점에 가까운 9.8점이라고 해도, 뭔가 찜찜한 겁니다. 피드백에 목마른 작가에겐 무시할 수 없는 소수의견이니까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왜 8점을 줬을까? 어디가 부족했을까? 여기서 포인트는 ‘결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8점을 준 독자들이 모두 악의를 가진 건 분명 아닙니다. 정말 8점을 높이 여기는 독자가 8점을 박았을 뿐인 상황도 있을 테고요. 또한 8점이 박힌 작품이라고 하여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도 없겠죠? 독자가 평점을 보고 글을 읽진 않을 겁니다. 적어도 이곳 브릿G에선요. “앗 이 글은 8점이 섞였잖아? 패스!” ← 이러진 않을 거란 말입니다. 그러나 작가 입장에선 10점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고요.

 

즉, 의미가 없는데 의미가 있는, 그러나 의미가 없는 기이한 형태로 흐르고 있는 겁니다. 정말 이상하죠?

 

한 번 8점이 가질 수 있는 의미에 대하여 따져 봅시다.

 

1) 재밌게 읽었으니까

2) 10점까진 아니니까

3) 낮은 점수가 8점 밖에 없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

4) 그냥

5) 심심해서

 

이정도 일까요? 중요한 건 저 의미들에게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작가는 적어도 1번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 작가는(특히 피드백이 부족한 작가) 오히려 3번으로 생각, 또는 3번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겁니다.

 

차라리 10점 기능만 있는 것이 훨씬 나을 정도입니다. 정말 줄 사람만 주고, 아니다 싶으면 안주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해버리면 ‘공감’기능과 중복되는 거겠죠.

 

영화를 평점으로 따지는 세상에, 특히 모 집단은 이번에 개봉한 소설 원작 영화를 평점으로 테러했죠. 또한 어떤 영화 배급사에선 알바를 고용해 평점으로 3류 영화의 가치를 높이려 애쓸 테고요. 그러니까 이 평점이라는 게 정말 웃긴 겁니다. 그렇다고 없애자니 이게 또 여러 방면으로 따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브릿G에서의 평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의미가 없는데 의미가 있어서 의미가 없는 상황이에요.

 

차라리 ‘점수’보다는 정말로 ‘평가’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예컨대,

 

1) 스토리

2) 배경

3) 전개

4) 인물

5) 문장

 

이렇게 목록을 만들고 해당 작품에 대한 강점을 몇 개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작품을 읽은 독자는 목록을 보고 자기 생각을 고르는 거예요. 없으면 마는 거고요. 그러면 작가는 자신의 강점을 조금이라도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작가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상대적으로 평가를 적게 받은 항목을 보완할 수 있고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은데, 중요한 건 작가 본인의 꾸준한 집필이겠죠. 어쨌든 그래야만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비록 읽음 수치가 낮고, 평점도 없고, 단문응원도 없을 경우가 있을 테지만, 결국 작가는 외로운 사람들이니까요. 그냥 뭐…… 다들 힘내십쇼.

 

이만 글을 줄이려다가 갑자기 떠오른 건데,

 

브릿G에 새로운 기능이 언젠가는 업데이트 되겠죠? 아무쪼록 몸 건강 잘 관리하시면서(특히 개발자님) 천천히 선보여 주시길 바라봅니다. 플랫폼이라곤 브릿G밖에 안 쓰는 저로선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어느 플랫폼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애초에 독서 인구가 너무 없습니다) 결국 작가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독자가 늘어나니까요. 작가야말로 최고의 독자 아니겠습니까?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호랑이를 키우고 싶다는 의뢰인을 위해 라오후를 잡으려는 전일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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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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