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지망생의 수다
안녕하세요. 한동안 뜸했었던 글포도입니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또 손이 근질댑니다.
한때 활발히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리뷰도 많이 썼던 사람이죠. (이젠 잊혀져 버렸을까요? ㅜ ㅜ )
저는 아래 작가님이 글을 올렸는데 읽은 사람이 한분도 없음에 관해 쓰신 글을 읽고 공감도 되고 느낀바가 있어 댓글을 달까 하다가 장을 새로 열었습니다.
할 말이 많을 것 같고 미리 경험한 사람으로서 저 역시 쓰기와 포기를 번갈아하며 느리게 나아가는 사람이라 저 자신에게 주는 말임과 동시에 여기 막 들어오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져서요.
저도 여기를 안지 이제 1년 좀 넘었네요.
네, 저도 처음에 소설을 올렸을 때 그랬어요.
근데 충격받지 않았어요.
왜냐구요?
이미 다른 사이트에서 경험해본적이 있었거든요. 멋모르고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암것도 몰랐죠. 아무도 안 읽더라고요. 제가 올리고 읽으면 찍히는 조회수 ‘1’만 확인하며 늘 씁쓸해했죠.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냥 계속 썼어요. 누가 읽든 말든 계속 썼죠. 15만자 쓸 때까지 구독자 수도 저조하고 댓글이 하나도 안 달렸어요. 어쨌든 썼어요. 지금은 점점 조회수가 늘어나서 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혼자 쓰는 사람일 뿐 유료작가는커녕 댓글거지일뿐이고요. 다만 조회수는 꾸준히 늘고 있죠.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지금은 늘어난 조회수를 보며 누가 와서 이렇게 읽어주고 있는 걸까 혼자 궁금해하곤 합니다.
브릿G는 소설 사이트가 뭐뭐 있나 인터넷을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곳인데요. 단편소설 올리는 사이트가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올라와 있는 단편들 수준도 높고 물론 독자 수는 타 사이트에 비해선 적은 것 같긴 해요. 많이 돌아다녀본 건 아니지만 소설 사이트마다 그 특성이 다르고 경향도 다르고 각기 장단점이 있는데 수준 높은 단편소설을 읽을 수 있는 사이트는 없었는데요. 제 맘속엔 단편소설에 대한 목마름이 있거든요. 여긴 그 목마름을 축이는 예쁜 우물 같은 곳이었어요.
일단 발견했으니 또 활용해봐야죠. 써놓았던 단편 두 개를 먼저 올리고 무조건 쓰기 시작했어요. 역시 아무도 안 읽었죠. 관심도 못 끌었죠. (덜 되고 형편없는 글도 마구 올립니다.)
딱 보니 리뷰는 메인 화면에 오래 떠 있길래 이름이라도 눈에 익힐까 싶어 리뷰를 쓰기 시작했어요. 리뷰도 학교 때 독후감 써본 거 말곤 써본적 없었죠. 사실을 고백하자면 리뷰쓰기를 하면서 단편을 더 잘 쓰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맘속엔 소설이 좀 많이 읽혔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가끔 소설도 올리지만 역시 안 읽히고 리뷰가 더 잘 읽히고 있었거든요. 한때는 사람들이 왜 리뷰만 좋아하지? 고민한 적도 있었죠. 그래도 읽어주시고 공감 눌러주시는 거에 신나서 더 더 썼나봐요.
그리고 어떻게 됐냐고요?
2018년 올해의 리뷰어 상을 받았어요. 헉! 제가요. 그렇다니까요?
얼마전에는 이전에 쓴 리뷰를 인용해도 좋냐는 쪽지도 받았어요.
문학비평 매거진 ‘DOXA’라고 하네요.
전 사실 이쪽 계통에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뭐가 생겨나는지도 몰라요. 작가 한분을 선정해서 소개하는 멋진 기획이더군요. 편집자님도 여기서 활동하시는 작가님이시고 소개하는 작가님들도 여기서 활동하시는 분들이시네요. 여기서도 유명하신 작가님인 한켠님 소개에 제 리뷰를 인용할 수도 있다는 말에 설레기도 하고 어리벙벙했어요.
그 리뷰는 초창기 때 쓴 건데 그런 쪽지를 받게 돼서 또 깜짝 놀랐어요.
제가 그 리뷰를 정말 사이트를 발견한지 얼마 안됐고 이곳 사정에 무지한 상태에서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다면 또 멋모르고 썼기에 존재할 수 있는 리뷰라는 걸 알면 모두들 놀라실까요? 나중에 한켠님의 다른 소설들을 찾아 읽고 받았던 충격을 말씀드리면 아무도 믿지 못할 거예요.
후에 적극적으로 찾아가며 여러 작가님들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아, 여긴 전문 작가님들이 모여서 만든 사이튼가? 생각했거든요. 진짜 작가님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죠. 뭐 아닐 수도 있고요. 여전히 전 모르는 게 많아서.
전 비평가도 아니고 오랫동안 글에 관심을 갖고 다른 데서 살아온 작가지망생입니다. (작가의 기준을 등단이나 책을 낸 사람이라고 한다면요.)
뭐 그래도 전 꿋꿋이 소설을 썼고 리뷰를 썼어요. 하지 말라고도 안 했는데 지레 겁먹으면 안 되죠. 그렇잖아요?
또 저는 독자니까 리뷰는 어떻게 써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리뷰도 엄청 많이 썼네요. 소설도 30개 넘게 있고 딱 하나 추천된 소설도 하나 있고요.
여길 발견하지 못했다면 완성도를 떠나서 전 저 많은 글들을 쓰진 못했을 거예요. 그건 분명해요. 그냥 집에서 혼자 쓰면 잘 안 써지는데 사이트에 올려야지 생각하면 그래도 뭔가가 써지거든요. 참 이상하죠?
누가 읽든 안 읽든 저만큼의 결과물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저 자신에겐 엄청난 이득입니다. 많이 배우고 발전한 것도 사실이고요.
아 참 자유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도 이름 알리는데 한몫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일단은 이름이 눈에 익으면 한번이라도 들어가 볼 확률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그렇게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가는 거죠 뭐
가끔 저는 멋모르고 리뷰 쓰고 소설 올리던 그때가 그리워요. 아무도 관심 안 가질 때 멋대로 써서 올리는 자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가니까요. 전 그래서 아직도 작가지망생인가 봅니다.
P.S 문학비평 매거진 ‘DOXA’ 많은 분들께 알려지고 점점 번창해서 더 많은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