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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감상

분류: 책, 글쓴이: 위래, 19년 8월, 댓글2, 읽음: 574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크 피셔 저, 안현주 역,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모두 읽었다. 기본적으로 비평서의 형태고 제목처럼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구분하고 어떤 작품들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 지, 그래서 그 둘이 무엇이고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이 늘 그렇듯 언급되는 컨텐츠를 선행해서 읽어야할 필요를 느끼는데, 다행스럽게도 언급되는 컨텐츠의 2/3 정도는 한국인이 쉽게 접할 수 있고, 1/3 정도는 나도 이미 접해본 것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읽지 않는 독자를 배려했는지 꽤 많은 분량으로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컨텐츠 줄거리를 요약해서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극적으로 말하자면) 태어나서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와 음악 등의 컨텐츠란 것을 접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책을 이해하는데는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언젠가 접해보려고 했던 책을 언급하면 문제가 좀 다르지만.) 우선 저자는 ‘운하임리히’라는 개념이 ≒’언캐니uncanny(이상한)’로 영역(英譯)되지만 ‘언홈리unhomely(낯설고 불편한)’에 가까우며, 운하임리히라는 어휘에 소속되거나 침범되지 않는 다른 개념의 필요를 느껴 ‘기이한 것(weird)’과 ‘으스스한 것(eerie)’을 각각 제시한다. 둘의 운하임리히의 속성(친숙하지만 어쩐지 낯설어 두려워지는 순간, 감정)을 공유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을 쉽게 정의하기란 어려우며 저자 또한 단정적인 정의로 책을 마무리 짓지는 않는다. 다만 각각은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설명하고 기이한 것의 마지막 장은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으스스한 것의 마지막 장은 ‘행잉록에서의 소풍’으로 마무리 된다. 러브크래프트와 부조리극, 이상한 루프는 ‘기이함’을 발생시키고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적막감, 의도를 알 수 없는 힘은 ‘으스스함’을 만든다. 항거할 수 없는 운명을 자각할 때 기이함이, 목격하면 으스스함이 나온다. 딥원이 나인걸 깨달으면 기이하고(‘인스머스의 그림자’), 인간을 벗는 스칼렛 요한슨을 보면 으스스하다(‘언더더스킨’).

사실 짧은 글로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호러와 SF를 주로 아우르는 개념이고 미스터리와 판타지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장르 전반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분명 창작론을 세우는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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