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
번역자 님께서 이 작가의 스타일을 마카브르로 불린다고 했던가요.
macabre, 죽음과 시체에 대한 묘사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정말 한 작품을 다 읽을 때마다 머리속에
남는 건 강렬한 시체의 이미지입니다. 묘사력도 너무 좋아서 시체가 썩는 광경이 눈앞에서 보이는 것만 같고,
시취의 향까지 코로 맡고 있는 것 같아요 -_-;;;
지인 분께서 불도의 마음 수련법중 하나로 백골관, 시체관이란 걸 가르쳐 주셨는데, 이 작가의 글을 한 번만 읽고
그 명상법을 한번 해보면 정말, 해골밭이 따로 없습니다 ㅡ..ㅡ;;;
굳이 그런 명상까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 너무 과언이러나…..
러브크래프트 그룹의 색채가 확연하게 느껴지지만 마법과 sf, 특히 초기 검마 판타지로 대변되는 스타일에
흑마술과 악마주의적 영감을 짙게 풍겨내는 독창적인 스타일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역자분께서 스미스 만의 강렬한 개성을 어필하기 위해서 일부러 크툴루 신화 관련작을 최소화 시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어요.
러브크래프트가 공포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묘사를 주목하기 위해 자기의 작가적 개성을 horror보다 terror로 지칭하고
그런 방향성을 쫒았다면(솔직히 영어권 시민이 아닌 저로썬 어감의 의미를 잘 해석해내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를 중시하는
작가인건 분명하죠.)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는 호러의 의미를, 단어의 끝까지 추적해서 낱낱이 작품으로 드러내는 작가 같아요.
죽음, 부패, 광기, 파멸, 욕망등 심미적이고 퇴폐적인 주제와 관련해서 이렇게 깊이 있게 그 단어들과 연관될 작가가 또 누가 있을까
궁금해질 정도. 장르 소설 작가에 한정해서요.
그림도 정말 잘그렸다고 하는데, 그림 보는 안목이 적어서 그런지, 벡진스키 같은 기괴미의 거장들의 화폭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뛰어난 삽화가 정도의 느낌 이상은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자기 글과 관련된 주제 의미는 효과적으로 전해주는 것 같더군요.
황금가지에서 이런 대단한 작가를 소개 해준 것만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솔직히 전 소돔의 120일이란 책보다
내용상 더 끔찍한 이런 소설이 어떻게 심의를 통과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 거든요.
러브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초기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오는 크툴루 판타지, 러브크래프트 그룹 계열의 작품들도 선작 형식으로
출판할 계획을 가졌음 좋겠단 생각은 너무 과한 욕심일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