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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요

분류: 수다, 글쓴이: 누해, 17년 3월, 댓글8, 읽음: 96

소설보다는 시나리오 작업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시나리오를 그렇게 써대는데도 영화와 소설의 대사는 절망적일 정도로 인공적인데요, 만드는 영화들이 실험 영화다 보니 이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저는 히라사와 스스무라는 음악가의 굉장한 팬인데요, 평소에는 음악을 듣는 시간 8할을 이 사람에게 할애할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취향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일부러 피하고 있지만요. 하지만 지나치게 자기 색깔이 강한 음악을 하시는 분이라 솔직히 작업을 할 때엔 이 음악가의 작품을 듣지 않습니다.

작업을 할 때에는 대사를 쓰는데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분위기 톤을 유지해주는 음악을 선호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 앨범별로 듣기 때문에 앨범별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est 4. Ulysses (프란츠 퍼디난드)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의 대표 주자 프란츠 퍼디난드의 3번째 앨범입니다. 갑작스런 음악 노선 변화로 팬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지만, <밤의 음악>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한껏 약에 취해 길거리를 비틀거리며 걷는 느낌의 음악들이 많아 작업을 할 때에 즐겨 듣는 편입니다.

 

Best 3. Takk.. (시규어 로스)

저는 많은 작품을 이 앨범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종종 꿈 속을 걷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그런 꿈이죠.

 

Best 2. 国境巡礼歌 코쿄 준레이카 (J.A. Caesar)

일본의 실험 음악가, J.A. 시져. 테라야마 슈지와 함께 ‘텐조사지키’라는 극단에서 많은 곡들을 작곡했습니다. J.A. 시져의 음악은 매우 독특하며, 수많은 원령들이 북적거리며 주술을 거는 것 같이 이매망량적입니다. 대중매체에서는 <소녀혁명 우테나>의 OST를 담당하기도 했죠. (우테나의 아이코닉한 음악, 절대운명 묵시록이 바로 이분의 대표작입니다.) <꿈을 걷는 고양이>는 이 앨범에게 빚진 작품입니다. 이 앨범을 조금만 들어보셔도 꿈을 걷는 고양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태어난 것인지 단박에 눈치채실 수 있을 겁니다.

 

Best 1. Eliogabalus (Devil Doll)

‘미스터 닥터’라 불리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이끌었던 슬로베니아의 밴드입니다. 앨범이 하나의 트랙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그 하나의 트랙이 평균 66분 6초 정도의 길이를 가진 것으로 악명이 높죠. 공포 장르의 무성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을 전달해주는 음악을 주로 만들기 때문에 작업하면서 듣기에 좋습니다. 66분 6초라고 해서 겁을 먹을 필요는 없는 게, 아무 생각 없이 듣다 보면 어느새 끝나있거든요. 이 사람의 앨범을 들으면 이상하게도 시간이 금방 갑니다. 그만큼 음악이 좋다는 뜻이겠죠. 이 앨범은 지금 찍고 있는 영화의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추천하는 음악들이 왜 다 이 모양이야.”

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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