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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 국제 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글포도, 19년 6월, 댓글11, 읽음: 141

저는 책이 많은 공간에 가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제 방과 도서관입니다. 반면에 사람이 많은 공간에 가면 긴장이 됩니다. 하지만 국제 도서전은 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소라 사람이 많다 할지라도 일부러 찾아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넓디 넓은 곳에 온갖 책들, 온갖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아마 많은 작가님들도 섞여 계시겠죠. 저는 책도 책이지만 SF 때문에 금요일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프로그램표를 보면서 하루만 선택할 때 언제 가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금요일로 정했습니다. 브릿G에서 보는 낯익은 이름들이 있었기 때문에요. 그 작가님들이 SF 관련 강연하시는 걸 직접 보고 듣고 싶었습니다. 뭐 또 한 가지 이유는 주말에 가면 사람에 치여서 제대로 구경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습니다만 평일인데도 사람이 제 예상보다 많아서 살짝 놀라긴 했습니다.

 

이런 정보를 빠삭하게 챙기는 타입이 아닌 터라 사전 예약을 했으면 무료 입장도 가능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긴 했지만 이미 지난 거 어쩔 수 없고 현장 구매를 했습니다. 티켓 6천원에 그 넓디 넓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체험해볼 수 있으니 무료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책들이 그득그득한 부스들이 빼곡한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면 저절로 마음 부자가 되는 것 같은데요. 정해진 시간마다 훌륭하신 분들의 강연도 마련돼 있어서 다리 아프면 아무 곳이나 들어가 앉아서 강연을 들어도 되고 좋은 말씀들도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트인 공간이라 그냥 지나다니기만 해도 좋은 말씀 한 자락씩 귀에 들어올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저는 목적에 따라 이동하면서 찾아가며 들었습니다. 사실 금요일에 마련된 SF 관련 강의 3개를 봐야지 마음먹었지만 집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오전에 하는 강의 하나는 놓쳤습니다. 욕심 같아선 강연마다 다 듣고 싶었지만 또 시간이 겹치는 것들이 있어서 선택이란 걸 해야만 했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2개만 온전히 보았습니다.

 

<괴물이 나타났다!- SF와 은서생물학>

브릿G에서도 유명한 이산화 작가님이 강연을 한다고 해서 가서 들었습니다. 실제로 본 작가님은 글로 접한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나 작가님들을 글로 접할 때와 볼 때 이미지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긴 하지만요. 제 짐작과 너무 달라서 말이죠….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너무 달라서입니다. 전 더 나이 지긋한(?) 분을 연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어요. (개인적인 느낌이고 더하면 실례가 될 것 같으니 이쯤하고)

 

재밌는 강연이었습니다. ‘은서생물학’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여서 – 전 아직 이 분야에 무지한 쪽에 가깝거든요.- 저게 뭔가 궁금했더랬는데 ‘숨어 있는 괴물들’(은서)에 관한 동물학적 접근법이 신선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괴물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 말이죠. 작가님이 말을 재밌게 하시고 직접 소장하고 계신 책들도 보여주시며 그림과 곁들여 50여 분간 열심히 우리가 이야기로만 접했던 동물(괴물에 가까운 생명체) 들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네시, 빅풋, 장산범, 해태, 박쥐인간 등등등 대충 알고 있었지만 세세히 몰랐던 내용들 혹은 전혀 새로운 내용들도 많이 알아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유머러스한 면도 있으셔서 풋풋 웃으며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열정이 남다른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번역서를 구매하는 것까진 몰라도 옛날 책을 그것도 외국 원서를 중고(희귀하다는 의미겠죠?)로 직접 구매해서 소장하는 건 흔치 않잖아요. (제가 안 하면 더더욱 대단해보입니다.)

 

재밌는 강연을 듣고 서둘러 다른 강연장소로 이동했습니다. A홀에서 B홀 끝이라 서둘러 이동해야만 했어요. 전 길치라 혹 해맬 때를 대비해서 잽싸게 빠져나갔더랬죠. 좀 머뭇대면서 말도 걸고 그랬어야 되는데 어쩔 수 없었답니다.

 

그 다음에는 <SF라는 프리즘:감정의 여러 빛깔>이라는 주제로 브릿G에서 가끔 글로 만나뵙던 작가님들도 함께 하는 자리였습니다. (필명이신 분도 있고 아니신 분도 있어서 전부 다인지는 확실치 않네요.)

 

 

연사(소설가들) – 김이환, 이종산, 전삼혜 해도연

사회 – 문지혁(소설가)

이 다섯 분의 소설가들이 꾸려나간 90분간 알찬 과학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글로 접했던 분들이라 반가웠지만 또 역시 글에서 느꼈던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달라서 깜놀했습니다.

 

‘작가도 똑같은 사람이다’

‘과학자들은 감정적이다’

‘소설 따위(?)에 고도의 인공지능을 쓰는 건 비효율적이다(?)’ 같은 내용

은 아니고 (오해하지 마세요.) 이런 유머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감정과 연결지어 이보다 훨씬 풍부하고 깊은 내용들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돌아다니다가 류근 시인님도 살짝 마주친 것 같습니다. TV-역사저널 그날- 에서 보던 모습보다 잘생기시고 늘씬한 느낌이라 또 놀라고… 쓰다 보니 새로운 책들을 보고 놀라는 것보다 작가님들을 실제 보고 놀란 하루였다는 인상이 더 짙네요. (아닌데 여기다 쓴거면 어쩌지??)

 

말로만 듣던 성심당 빵도 맛보았습니다. 튀긴 소보루가 유명하대서 먹어볼려고 했지만 갈 때마다 형성돼 있는 긴 줄 끝에 서 있을 자신이 없어 포기했습니다. 대신 다른 빵으로… 냠냠!

 

물론 브릿G 부스도 보았습니다. 어느 분이 말씀하셨지만 진짜 쉽게 찾아지더군요. 돌아다니다가 몇 번이나 다시 돌아가곤 했습니다. 브릿G 부스가 마련된 민음사 부스는 다른 출판사와 확연히 다른 인테리어(?)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사진은 여기 게시판에도 올라와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정말 멋졌습니다. 와 거기는 사람이 책보다 더 많은 것 같았어요. 발 디딜틈 없이 몰려든 사람들이 책을 구경하는 모습도 낯설고도 흐뭇한 광경이더군요.

앙증맞게 자리잡은 브릿G 부스에서 뽑기를 하면 포춘쿠키 속의 행운의 글귀 같은 게 나와요. 꽝 없는 경품.. 재밌는 발상입니다. 전 이미 많은 브릿G 굿즈들을 인터넷으로 구입한 터라 구경만 했습니다.

 

이밖에도 많은 걸 보고 들었지만 소개는 이쯤으로 마치겠습니다.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출판사들, SF소설이 이처럼 늘 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른 별마당 도서관에서 또 한번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바로 그 통로 어디쯤에 전철 타러 가다보면 바로 들를 수 있습니다. 전 멋모르고 가다가 우연찮게 발견했습니다. (저 같은 길치도 발견할 정도면 아무나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도 한번 둘러보고 가세요.

 

 

정말 책들을 원없이 본 하루였어요.

 

이번 주말까지니까 2019 서울 국제도서전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랄게요. 저처럼 즐거운 경험이 되실 거예요. 아 오늘도 유명한 작가님들이 저자 사인회를 많이 하시는군요. 주말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겠죠?

또 가야 하나 고민되네요.

글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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