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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 이전까지의 판타지 역사(*이 글의 작성자는 대체 누굴까요)

분류: 수다, 글쓴이: OuterSider, 17년 3월, 댓글5, 읽음: 175

* 크툴루 신화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글이지요. 정말 잘 작성된 글이긴 한데, 원저 표기도 안된채 떠돌아서 안타까우면서도, 자신의 귀중한 지식을 금전적 환원 없이 아낌없이 제공하는 정신에서 엄청난 감명을 받았죠.

** 크툴루 신화 부분에서 용어 표기의 통일성을 생각해 볼때, 위어드 테일즈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미펜이나 가야님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 이 보고서(?)에 기록된 작가들 중에서 제게 친숙한 이름은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로버트 어윈 하워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정도 뿐이군요. 프리츠 라이버의 단편 한편 정도는 어느 출판사의 선집에서 읽은 듯 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영향권안에 있는 작가라고 하던데 그 단편으로는 짐작하긴 힘들더군요. 로드 던세이니는 이 보고서와 페가나 북스의 도움으로 이제는 우리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월무상, 감개무량

*** 그냥 재미 삼아서 올립니다. 도움이 될 수도 있기를

 

 

개념적으로는 각 나라의 신화와 전설, 아서왕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와 같은 수많은 고전의 민담과 구비문학 그리고 신곡이나 실낙원 등의 종교문학과 걸리버 여행기, 가르캉튀아 등의 각종 풍자문학까지도 망라해야 판타지의 진정한 의미에 적합하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문학으로서의 판타지를 다루는 만큼 이전까지의 신화나 설화류는 일단 배제하겠습니다. 그리고 더하여 현재의 판타지 개념과는 의미가 다른 동양권의 문학도 배제하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우화로서, 또는 종교적 교화와 구도를 위한 도구적 환상이 아닌 오로지 환상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만 다루겠습니다. 
이것은 현재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장르로서의 환상문학,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검과 마법의 장르 판타지를 포함하여 해리포터, 나르니아 연대기 같은 동화적 판타지가 포함된 중의(中意)의 판타지 범주입니다.

일단 대부분의 신화적 설정은 켈트와 게르만 신화에서 비롯되었던 것은 맞습니다. 그중 배경적인 측면에서 켈트신화가 좀 더 큰 영향을 미쳤는데 판타지의 본격적인 시작은 유럽쪽에서도 영국이었고 그 영국인들(실지로는 아일랜드나 웨일즈)에게 익숙한 켈트 신화의 세계관이 판타지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판타지의 대부라 불리는 J.R.R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1892-1973) 이 판타지의 위상을 끌어올린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를 판타지의 시작점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톨킨 이전부터 우리가 익숙한 환상에 바탕을 둔 작품들은 이미 무수하게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톨킨의 업적이라면 이전까지 환상문학 속의 다양한 접근방법의 하나쯤으로 인식되던 중세적 기풍과 설정을 체계화, 전형화 하여 하나의 굳건한 장르문학으로 자리잡게 하고, 아울러 문학에서의 위상을 한 단계 승격시킨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서구적 개념의 판타지인 환상문학의 시작은 영국이지만 진정한 환상문학의 개척자는 미국의 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우(1809-1849) 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 리얼리즘에만 바탕을 두고 있던 전통적 문학관에 근대적인 환상 요소를 처음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이가 포우였으며 후대의 작가들은 선배인 포우가 기반을 닦은 환상성을 바탕으로 하여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1 단계. 환상의 도입기, 판타지의 개념적 성립 : 에드가 앨런 포우 
2 단계. 초창기 판타지 : 조지 맥도널드와 윌리엄 모리스 
3 단계. 본격적인 환상문학의 발전기 : 로드 던세이니 
4 단계. 미국의 대중적 환상문학 : 코스믹호러와 히로익 판타지
5 단계. 톨킨의 판타지

이렇게 분류됩니다. 여기서 톨킨 이전의 4단계까지만 설명하겠습니다.

1 단계. 환상의 도입기

이때는 우리가 아는 장르 판타지(우리 개념의 판타지)라기보다는 좀 더 넓은 분야의 환상문학입니다. 

(여기서 환상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서구적 개념의 판타지입니다. 참고로 서구에서는 이 둘이 구분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 쪽 개념의 판타지는 그 서구적 판타지의 범주 속에서 톨킨적 요소를 띤 일종의 장르 판타지를 말함입니다만 미국의 히로익 판타지도 우리개념의 장르 판타지에는 포합됩니다.)

‘에드가 앨런 포우(1809-1849)’ 가 도입한 환상성 속에는 미스테리, 환상, 과학, 호러적인 성격이 한번에 뒤섞여 있었습니다. 포우를 칭할 때 환상문학과 심리공포, 추리문학의 선구자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포우는 다양한 분야의 환상을 글로 써냈으며 포우의 작품을 애독했던 동시대의 프랑스 과학 소설가 ‘쥘 베르느(Joules Verne, 1828 ~ 1905)’ 의 ‘해저 2만리’나 ‘지저세계 여행’도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진 미지에 대한 환상적 사고관을 잘 보여주고있습니다. 
이 당시의 환타지(환상문학)는 상상으로 떠올리는 모든 몽환적 요소가 혼재되어 들어있는 카오스의 영역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2 단계. 초창기 판타지 

이 시대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입니다. 리얼리즘에 입각하여 사회 현실을 파헤치는 소설류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던 몇몇 작가들이 환상(Fantasy)를 일종의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거론한 작가들은 환상성을 주요 소재로 글을 썼던 이들이지만 이 외에도 오스카 와일드 같은 유명 작가들이 간혹 자기의 문학작품 중 환상성을 띤 작품을 내놓을 때입니다. 이 시점에서는 공포와 환상이 요즘처럼 뚜렷이 장르 구분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당시의 환상문학의 범주에는 드라큘라,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고딕호러장르(괴기소설)도 포함됩니다.

A. 조지 맥도널드(George MacDonald, 1824 -1905) 

1858년작 ‘판타스테스 : 남녀를 위한 아름다운 로맨스’ 가 판타지 소설의 본격적인 시작점을 이룹니다. 이 글은 현실세계의 청년 아도노스가 꿈을 통해 요정의 땅으로 모험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소설 ‘북풍의 등에서’는 빅토리아 시대의 하층민의 빈곤한 삶을 메타포 즉 은유와 암시를 통해 보여주며 산업 사회의 어두운 면과 억압적인 후기 빅토리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판했습니다.

B. 루이스 캐롤 (Lewis Carroll, 1832-1898, 본명은 찰스 루윗지 도슨Charles Lutwidge Dodgson)
1865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C.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

사상가이자 건축, 예술비평가였지만 그의 소설 ‘황금강의 임금님’은 다분히 동화적인 이야기입니다. 보물을 찾아 떠난 욕심 많은 형들은 돌로 변해 버리고, 착하고 성실한 주인공은 황금강의 임금님을 만나게 되어 풍요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로서 고전적인 민담에 바탕을 두고있지만 내포된 산업 사회의 불신사상을 드러내는 매체로서 동화적인 환상을 이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D. 윌리엄 모리스 (William Morris, 1834-1896) 

중세풍 판타지의 효시. 훗날 톨킨의 환타지에 강한 영향을 미친 작가로서 밝은 채색화로 가득 찬 중세의 배경에서 일어나는 공상적인 탐색 이야기(무용담, Quest Story)라는 전통을 만들어 낸 사람입니다.

그는 북유럽의 신화서(神話書) ‘에다 Eddha’의 최초 영어 번역자로서 북유럽 신화에 영향을 받은 소설들을 썼습니다. 비교적 초자연주의적 발상으로 솜씨 있게 고어체의 말들을 집어넣어 중세풍의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세계 저편의 숲 The Wood beyond the World’(1894)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사람들의 평상적 의식 상태를 상징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마을 랭턴(Langton)인데 기사의 기질을 가진 한 부유한 청년 월터가 항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정체 모를 귀부인과 시녀, 드워프에게 마음을 빼앗겨 그들을 쫓아가게 됩니다. 그는 인간 세상을 벗어나 배를 타고 온갖 항구를 거친 후, 이 세상 끝에 자리한 시간을 초월한 매력과 신비로 가득한 숲의 세계로 도착합니다. 항구의 귀부인이었던 잔인하고 사악한 마법사인 숲의 여왕이 이 신비한 세계를 다스리는데 주인공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시녀와 함께 무사히 그곳을 탈출하여 행복한 여생을 마치게 된다는, 이른바 중세의 기사이야기를 모방한 공상적 탐색 이야기인 무용담(Quest Story)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 끝에 있는 우물 The Well at the Worlds’s End’(1896)은 모리스 판타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광대한 풍경으로 가상세계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면모는 훗날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미들어스의 창조 모티브가 됩니다. 다른 저작으로는 ‘놀라운 섬들의 물 The Water of the Wondrous Isles’(1895), ‘흩어지는 홍수 The Sundering Flood'(1896) 등이 있습니다.

E. 그 외 유명작가의 저작 중 환상성(초현실성)을 띤 작품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1891년작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F. 괴기소설(고딕 호러 판타지) 
브람 스토커(Bram Stalker)의 1897년작 ‘드라큘라 The Dracula’ 
로버트 스티븐슨의 1886년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3단계. 본격적인 환상문학의 발전기 

A. 로드 던세이니. 던세이니 경 (Lord Dunsany, 1878-1957) 

아일랜드의 시인이며 소설가이자 극작가. 본명은 에드워드 존 모튼 드랙스 풀켓 남작이며 아일랜드의 던세이니 성에서 출생하여 그 성의 이름을 필명으로 썼습니다.

그는 현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초기 판타지 작가인데 J.R.R. 톨킨과 H.P. 러브크래프트, 클라크 애쉬톤 스미스, 로버트 어윈 하워드와 같은 다음 대의 판타지 작가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세기말 전환기에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켈틱 르네상스 문학운동(켈트문화에서 민족의 뿌리를 찾고 모국어를 부활시키려는 예술운동) 에서 시인 예이츠와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의 소설 또한 아일랜드 켈트의 민담과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던세이니는 민담과 구비전승, 요정 이야기라는 환상적인 소재를 비탕으로 차용하면서 동시에 장대한 스케일과 비전으로 시공을 초월한 독자적인 우주론을 창조했습니다. 그의 소설은 아일랜드 특유의 안개가 낀 몽롱한 분위기에 켈틱 괴담과 기이한 이야기가 곁들여진 환상적인 이미지로 가득했는데 그 암울하고 어두운 특징은 상대적으로 도덕적이며 밝은 분위기의 윌리엄 모리스의 ‘모럴 환타지’와 대비하여 ‘다크 판타지(Dark Fantasy)’라고 불리웁니다. 그의 서사적 요소는 영국의 톨킨에게, 탐미적이고 기괴한 몽환성은 미국의 코스믹 호러와 히로익 판타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페거너의 신들’(1905) 이 작품은 신과 인간의 투쟁을 환상의 세계에서 교착시켜 북구신화, 영웅들의 전설, 동양의 우화, 괴물과 악몽, 변형을 사용하는 이상한 환상, 비유적인 동화들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소재로 한 모험과 활극을 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엘프랜드의 왕녀’(1924) 이 작품은 톨킨이나 린 카터, 어슐러 르귄과 같은 현대의 판타지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여기서 주인공 오리온은 에를의 왕 앨버릭과 엘프랜드의 왕녀 리라젤 사이에 태어난 혼혈입니다. 어머니가 사라진 숲을 동경하여 오리온은 마을 사냥꾼들과 함께 숲에 들어가는데, 거기서 숲의 신비에 매료됩니다. 이 작품은 숲을 신성한 장소로 여기는 켈틱 고유의 문화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특징은 현대의 판타지에도 그대로 이어져 상당수의 작품들이 숲이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B. 에릭 러커 에디슨 (Eric Rucker Eddison) 

던세이니와 같은 다크 판타지 계열의 작가. ‘벌레 아우로보로스 The Worm Ouroboros’ 라는 그의 작품은 수성이라는 외계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두 개의 강국인 마녀국 (Witchland)과 악마국(Demonland)이 벌이는 전쟁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소설 구성은 순환적이며 마지막 장면은 시작하는 장면과 같은데 즉 전설적인 벌레, 아우로보로스 처럼 이야기 구성 자체가 머리가 꼬리를 무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C 에디스 네스빗 (Edith Nesbit, 1858-1924) 

네스빗은 아동 소설의 작가로 진정한 아동용 판타지의 대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자신의 사상을 소설에 투영하는 대신 아동을 위한 밝고 따뜻한, 유머러스한 소설들을 썼는데 대표작으로는 ‘다섯 아이와 그것 FiveChildren and It’ 과 같은 책들이 있습니다. 아동의 신나는 모험담을 담은 이 책들은 제임스 서버 (James Thurbur) 루이스(C.S. Lewis)의 후대의 아동문학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D. 엘리너 파존 (Eleanor Farjeon)

에디스 네스빗과 비슷한 분위기의 유머러스하고 민담에서 소재를 따온 아동용 판타지 소설을 발표하였는데 유명한 단편집으로는 ‘작은 다락방’과 ‘은빛 황새‘, ’보리와 임금님‘ 등입니다.

E. 프랭크 바움 (Frank Baum, 1856-1919) 

미국의 대표적인 아동 판타지 작가로 ‘오즈의 마법사 The Wonderful Wizard of OZ』(1990)의 작가입니다. 프랭크 바움은 판타지 장르가 아동용으로 정착이 되는데 가장 강한 영향을 미쳤으며 가장 미국적인 작품을 썼다고 일컬어집니다.

4단계. 20세기 초의 미국 : 코스믹 호러와 히로익 판타지 

영국에서 태동한 환상문학은 미국으로 건너와 만개하게 됩니다. 톨킨 이전의 영국을 비롯한 본토에서는 기존의 작가들이 유럽적 기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었지만 대부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페어리 테일(Fairy Tale)로 흘러가는 탓에 성인들에게는 그리 대중적이지 못한 장르였습니다. (지금도 영국이나 유럽에서는 환타지는 우선적으로 아동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역사적 전통이 짧아 창작의 역사를 목말라하던 미국에서는 좀더 대중적이면서도 성인의 취향에 부합한 탐미적이고 어두운 판타지들이 인기몰이를 하며 유행하게 됩니다. 

판타지가 고정 독자층을 기반으로 한 문학 상품으로서의 위상을 얻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저렴한 펄프잡지를 통해서였는데 그중 전설적인 판타지 잡지 ‘위어드 테일즈 Weird Tales’는 1923년 미국에서 창간되었으며, 향후 30여년 간에 걸쳐 일반 판타지와 더불어 공포소설 색채가 짙은 괴기 환상소설을 다수 게재하게 됩니다.

이 당시 아동용을 제외한 성인층의 환타지 군을 크게 나뉘자면 

1. 초기 모험 판타지
2, 검과 마법(Sword & Sorcery) 의 히로익 판타지. 
3, 우주적 공포환상 코스믹 호러 
4. 스페이스 오페라 SF 판타지

여기서의 명칭들은 후세에 붙여지게 되는 것이지만 가장 널리 유행한 것은 검과 마법 이야기 (Sword & Sorcery) 인 히로익 판타지 계열입니다.

히로익 판타지의 태산북두라 할 수 있는 하워드가 등장하기 전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중적으로 변주한 초기 대표적 작가군을 뽑자면 제임스 브렌치 케이벨과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 등이 있습니다. 

1. 모험 판타지 

A. 제임스 브랜치 케이벨 (James Branch Cabell, 1879-1958) 

그를 기점으로 후대 판타지가 도피주의(Escapism)라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만 원래 판타지란 게 어느 정도 도피성이 있는 장르이긴 합니다. 단지 그는 그것을 판타지의 일반성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던세이니가 쓴 소설을 읽고 존경해 왔던 그는 일련의 소설들에서 프왁테스메(Poictesme)라고 불리는, 중세와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냉소적인 필치로 다룬 풍자적인 무용담을 만들어 냈습니다. 영웅적인 모험담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로맨틱하고 비꼬는 듯, 환멸의 입장을 취하며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의 저작 ‘쥬르겐 Jurgen’(1919)은 ‘뉴욕 악덕(惡德) 금지 협회 New York Society for the Suppression ofVice designtimesp’의 공격목표가 되는 바람에 유명해졌고 그의 환상 소설 목록 중 가장 대표작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B.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 (Edgar Rice Burroughs, 1875-1950) 

‘타잔’의 창조주로서 비경, 이세계, 별세계를 무대로한 공상 모험소설을 다수 발표하여 후일 SF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화성의 공주 A Princess of Mars’(1912)로서 변형된 환상 소설을 미국에 소개했는데 이 소설은 그의 처녀작이라 약간 조잡하게 쓰여지긴 했지만 케이벨의 냉소적인 소설보다는 훨씬 더 일반에게 인기를 끌었고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이후 ‘지저세계 시리즈’,’금성 시리즈’ 등의 장대한 스케일과 모험소설을 겸한 그의 작품군은 나중에 ‘행성 로망스’로 불리게 된 SF 서브장르의 원형을 확립하고, 많은 모방자들을 배출하게 됩니다.
‘때때로 기계 장치를 소개하고 제한되어 있긴 하지만 이성적인 설명을 하려고 하는 시도로 인해 이 형식의 환상 문학은 영국적 중세풍 환상 소설보다는 SF소설에 더 가까운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배경과 구성을 만들 때 과학적 접근이 아닌 로맨스가 내재된 꿈으로 결론을 냅니다. 

2. 검과 마법(S&S)의 히로익 판타지 (영웅 판타지) 

A. 클라크 애쉬톤 스미스(Clarke Ashton Smith, 1893-1961) 

던세이니의 다크 판타지를 이어받은 H.P. 러브크래프트, 로버트 어윈 하워드와 더불어 위어드 테일즈 3인방 중의 하나입니다. 그는 아래에 설명된 러브크래프트의 문학적 친우였으며 그의 ‘크툴루 신화’ 체계를 함께 공유하고 보강하면서도 전래적인 바탕 위에서 마법을 중시한 흥미진진한 판타지 세계를 펼쳐나갔습니다. 사실 스미스의 소설은 히로익 판타지로서 불리기보다는 공포를 가미한 S&S 판타지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한즉 그의 작품 세계는 S&S 판타지와 코스믹 호러의 중간선상에 놓여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때로 호러에 더 치중한 소설도 다수 창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틀란티스와 포세이도니아를 소설의 주된 배경으로 삼았는데 이 포세이도니스(Poseidonis) 섬에 관하여서는 ‘침몰하는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섬’이라고 설정했습니다. 문학적 지인인 로버트 어윈 하워드도 자기의 소설 속에 스미스의 설정을 도입하였으므로 코난은 스미스 덕분에 많은 독자들에게 친숙해진 하이퍼보리아에서 모험을 해 나간 셈이었습니다.
저작으로는 ‘시공 바깥으로(Out of Time and Space)‘, 아틀란티스의 뮤즈(The Muse of Atlantis)’, ‘아보리진에서의 회합(A Rendezvous in Averoigne)’, ‘우보-사틀라(Ubbo-Sathla)’ 고르곤( Gorgon)’ 등이 있으며 배경 설정이 크툴루 신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때문에 크툴루 신화계열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B. 로버트 어윈 하워드 (Robert Erwin Howard) 

히로익 판타지라는 것은 흔히 검과 마법 이야기 (Sword & Sorcery) 로서 통칭되지만 앞서 예를 들었던 초기 대중적인 모험 판타지에 좀 더 영웅적인 주인공을 부각시켜 주로 영웅기담의 스토리 텔링을 위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독보적인 작가로서 로버트 어윈 하워드가 있습니다. 1932년부터 연재된 그의 ‘코난(Conan)’ 시리즈는 이 분야의 대표격 작품인데 동시대의 작가인 러브크래프트와 문학적으로 절친했던 탓에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의 전체 타임라인과도 맞물린 시대배경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의 등장은 위어드 테일즈 3인방 중 비교적 늦은 시기였으나 이후 미국 환타지의 큰 줄기를 형성하게 됩니다. 유럽 즉 영국의 중세풍 판타지처럼 켈트 신화를 차용하여 옛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그 유형은 전혀 다른, 미국적이며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를 창조하였습니다. 이국적인 무대에서 현란하고 자유분방한 액션을 펼치는 킹(King) 쿨, 코난, 브란 맥 모온과 같은 근육질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마력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하이보리아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후일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코난’ 시리즈는 하이보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2천 년 전 아틀란티스 대륙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시점에서 기원전 1천 년 무렵부터 시작되는 역사 시대의 중간기에 해당합니다. 이 하이보리아 대륙은 하워드의 작품에서 단편적이지만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국가, 민족, 언어, 문화, 생활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가공세계라는 점에서 톨킨이 창조한 미들어스에 버금가는 상상력과 창조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대륙 가운데 최대의 왕국인 아퀼로니아의 왕을 죽이고 코난이 왕위에 오르는 코난 시리즈의 첫 작품은 1932년 펄프잡지 ‘위어드 테일즈’에 ‘검 위의 불사조’ 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코난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17편 씌어집니다. 

코난은 어느 때는 젊은 도둑으로 나오는가 하면, 어느 때는 용병대장, 해적, 도둑의 두목, 일개의 모험가 등으로 각각 입장과 연령이 다른 상태로 등장하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코난의 격한 성격은 그의 전 시리즈를 통하여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이 시대는 비록 문명국이라고 하지만 태고 적부터 살아남은 마물들이(이 마물들의 종류와 존속 시기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속에서 설정되고 있습니다.) 발호하고 검이 최대의 무기가 되는 미숙한 문명의 시대입니다. 그런 세계에서 야만족 출신 코난은 본능에 따라 오로지 자신의 검술과 꺾이지 않는 정신력 그리고 수많은 모험으로 갈고 닦은 경험을 무기로 하여 온갖 위기를 타 넘습니다. 

그의 소설 장르는 다크 판타지를 가본으로 한 영웅모험담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육체적인 힘 하나로 맞서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생생한 리얼리티와 긴장감을 주어 발표되는 당시부터 매니아가 무수히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3. 우주적 공포환상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 

이 시점 이후부터 공포환상이 기존의 환타지 범주에서 호러의 영역으로 새로이 갈려나가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초대 편집장이자 열성적인 호러팬이었던 에드윈 베어드가 ‘위어드 테일즈’상에서 발굴한 작가들-프랭크 오웬, 시베리 퀸, 클라크 애쉬턴 스미스 등-은 괴기 취미와 이국적 정서, 의사(擬似)과학을 결합한 매력적인 작풍으로 인기를 끌었고, 많은 기성 작가들과 신인들을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로 끌어들이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기존의 대중 소설 장르, 이를테면 서부활극이라든지 이국적인 모험담에 ‘공포’라는 옷을 입힌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판타지의 원천이 되어 줄 독자적인 신화나 전설을 결여하고 있었던 미국 문학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어드 테일즈’, 나아가서는 판타지의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진정한 ‘신화 창조자’는 ‘H.P. 러브크래프트’ 라는 기묘한 이름을 가진 30대 초반의 무명 작가였습니다.

현대 공포소설의 기반을 잡은 이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 작품은 미국의 괴기 환상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SF호러 영화의 이미지들은 모두 이 작가의 상상력에 빚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A.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ips Lovecraft, 1809-1937) 

러브크래프트는 독창적인 ‘크툴루 신화체계(Cthulu Mythos)’ 를 창조한 인물로서 유명합니다. 이 크툴루 신화란 추방된 구(舊)지배자들이 차원 밖과 지구 내부의 지저세계, 깊은 심해의 옛 도시(르’리에)에서 은둔하며 언젠가 그들의 잠이 깰 때 지구의 지배권을 다시금 탈환하게 된다는 암흑 신화입니다. 던세이니가 만들어낸 어두운 환상(다크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그는 자기가 창조한 신화를 기반으로 한 기괴함과 이질감과 미지의 공포로 생생하게 채색된 괴기 환상을 써나갔으며 그의 작품은 신화의 특성상 모두 호러적 요소가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지칭할 때 보통 우주적 공포(Cosmic Horror) 라고 일컫는데 이것은 이전의 다른 고딕 호러(즉 드라큘라 등의 판타지 범주에 들어있던 유럽의 괴기소설들)와 구별하는 의미로 불립니다. 이전까지 괴물과 유령과 인간 심리에 국한되었던 공포의 지평을 외계존재와 우주의 범주까지 확장시킨 때문입니다. 

이런 그의 소설은 단순한 공포 자체가 아니라, 공포란 것이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에 대한 그의 철학적 탐구에서부터 나온 것이었습니다. 네크로노미콘(Necronomicon)’, ‘위대한 옛것들(Greate Old One)’ 같은 정체불명의 조어가 등장하는 이 크툴루 신화에서, 인류는 우주의 중심도 아니고 만물의 영장도 아닌, 아득한 과거에 지구에 내려온 Cthulu Spawn, Greate Old One 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외계의 존재들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에 불과합니다. 

기독교의 시각처럼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고귀한 존재가 아닌 그저 창조자의 손에 장난으로(Joke)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는 가치 추락에 대한 본원적 두려움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단순히 피와 죽음, 괴물과 비명소리를 이용한 3류 스토리 전개가 아니라, 에드가 엘런 포우의 소설로부터 배운 치밀한 신경증적 심리 묘사와 함께, 인간의 무의식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가장 은밀하고 가장 오래된, ‘무지‘그 자체에 대한 공포를 서술했던 것입니다.

 

그의 신화와 소설 전체의 인상은 한마디로 형언하기 힘든데 암흑, 부패, 절망, 고독, 공포, 악취, 혐오, 끈끈한 촉수와 균사류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으며 운 나쁜 주인공들은 남극의 설원에서, 뉴잉글랜드의 한적한 어촌에서, 영국의 음울한 목사관에서, 이름 없는 밀림에서 초고대의 사악한 신들의 그림자를 보고 자신의 혈관에 소름끼치는 비인류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결말부에는 언제나 광기와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러브크래프트는 60여 편의 중 단편과 2편의 장편을 남겼는데 대표작으로는 중편 ‘미지의 카다스로의 꿈속의 여행(The Dream Quest of Unknown Kadath)’ 과 단편인 ‘크툴루의 부름(The Call of Cthulhu’), ‘던위치의 공포(The Dunwich Horror), ‘ 우주 바깥의 색채(The Colour Out of Space )’ 등이며 장편으로는 ‘광기의 산맥(At themoutains of madness)’, 찰스 덱스터워드의 경우(The Case of Charles Dexter Ward)’ 가 있습니다. 

4. 스페이스 오페라 SF 판타지 

이 분야는 기존에 형성되던 SF와의 경계가 모호한 분야로 나중에는 SF 과학소설과도 공유됩니다. 대중화된 SF 판타지는 우주 서사시인 스페이스 오페라(Space Ppera)와 미래적 모험담(Futuristic Adventure)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며 후일 로저 젤라즈니, 어슐러 르 귄 등의 환타지 색채를 띤 SF작품을 쓴 유명작가들의 창작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SF 판타지의 본격적인 시작은 1930년대 존 캠벨(John W. Campbell)에 의해 위어드 테일즈와 맞수가 되는 잡지로서 ‘언노운 월드(Unknown Worlds)’라는 이름을 가진 잡지가 켐벨의 본격 SF 잡지 ‘어스타운딩(Astounding)’의 동반자로서 1939년에 발간된 때와 같이합니다. 캠벨은 두 잡지 모두 편집자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언노운 월드’에 들어오는 글들은 ‘위어드 테일즈’의 환상보다는 ‘어스타운딩’의 ‘생각하는 공상 소설’에 더 가까왔습니다. ‘언노운 월드’에 글을 쓰는 작가들은 현란한 수식을 피하고 줄거리의 통일성과 인물의 일관성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데 그 잡지에 연재하는 많은 작가들은 SF를 쓰기도 했습니다.
‘프리츠 라이버’와 ‘L. 스프라그 드 캠프’가 ‘언노운 월드’에 글을 발표하는 두 명의 주요 인물이었습니다. 

A. 프리츠 라이버 (Fritz Leiber) 
SF 작가로서 더 잘 알려진 그의 환타지 소설은 모두 네원(Nehwon)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도둑들이 지배하며 음모에 시달리는 랑크마르(Lankhmar)라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입니다. 두 명의 건달, 파파드(Fafhaard)와 그레이 마우저(Gray Mouser)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빼어난 구성에 빠른 진전을 가졌습니다.

B. L. 스프라그 드 캠프 (L Spague de Camp, 1907- 2000) 

미국의 판타지 및 과학소설 작가 겸 편집자로서 플래처 프랫(Fletcher Pratt)과 공저로 쓴 검과 마법의 판타지 ‘The Incomplete Enchanter(1941)‘를 비롯하여 Robert Howard, LinCarter 등과 함께 쓴 ’코난‘ 시리즈 등이 알려지면서 1960년대부터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브라질이 세운 일종의 공기업 ‘Viagens Interplanetarias’에 의해 개척된 (그리고 포르투갈어를 공식어로 쓰는 가상의) 은하계를 무대로 여러 작품을 썼는데 그의 소설은 대체로SF 과학소설에 가깝습니다. ‘A Planet Called Krishna (1966)’, ‘Rogue Queen (1951)’, ‘The Search for Zei (1962)’, ‘Hostage of Zir (1977)’, ‘The Prisoner of Zhamanak (1983)’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역사 및 과학철학 쪽에 관심이 깊은 그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데 단편 “Hyperpilosity”에서 잘 나타나듯 캄프는 복잡다기한 사회구조에서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사항을 짚어내어 이를 풀어나간 끝에 우리가 향유하는 현대 기술의 커다란 겉모습이 어떻게 숱한 작은 가닥들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대체역사 장편 시간여행 ‘Lest Darkness Fall (1941)‘에서 주인공은 7세기 로마로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아는 엄청난 과학기술 지식을 거의 써먹지 못하게 됩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발명품이나 발견조차 이를 뒷받침하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지적 유산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환상적 색채가 가미된 과학소설 분야에서 그의 장기는 시간 여행이었는데, 특히 유명한 작품은 ‘Lest Darkness Fall‘과 단편 ’A Gun for Dinosaur (1956)‘를 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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