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감독 이야기

분류: 영화, 글쓴이: 조나단, 18년 7월, 댓글7, 읽음: 84

(간만에 들어와선, 작품은 안 쓰고 게시판에 쓰게 되네요… 이건 오로지, 다 무더위 때문이지요)

 

영화를 보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그러시다고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감독이 기준입니다. ‘잘 만드는’ 감독을 눈여겨 보고, 그 감독의 차기작은 믿고 보는 식이지요. 특히 상황과 서스펜스를 잘 구사하는 감독을 좋아하죠… 이 영화 아시나요?

 

당연히 아시겠죠^^! <식스센스>와 함께 ‘반전’ 영화 시나리오의 획을 그은 영화니까요.. 그렇다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말하려는 건 아녜요. 그의 영화도 좋아하지만, 제 취향상 그는 너무, 주류 감독이죠.

제가 말하려는 건 크리스토퍼 맥쿼리(Christopher McQuarrie) 감독입니다.

바로 <유주얼 서스펙트>의 각본을 맡았던 사람이죠. 그는 신인 감독과 신인 각본가가 뭉쳤던 <유주얼 서스펙트>가 히트하자, 드디어 감독 데뷔작을 내놓습니다. 바로 이 영화죠.

 

이 영화는 메쿼리 감독이 스토리의 개성과, 영화에서 ‘공간을 이용한 상황’과 서스펜스를 끌고 가는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영화예요. 제 어린(?) 시절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편의 영화 중 하나였죠…

이 영화에는 아주 ‘흥미진진한’ 시퀀스가 나옵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선 ‘슬로우 추격전’으로 알려진 명장면이죠. 잠깐 보실까요? (소리를 크게 하셔요!)

 

히치콕이 액션 씬을 찍었다면 이런 식이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흥행에 참패합니다. 이후 맥쿼리 감독은 힘든 날들을 보낸 것 같아요. 이후 필모가 거의 없거든요. 작가로는 계속 활동해도 됐을 텐데.

그러나 10여 년 후, 브라이언 싱어의 도움(?)으로 영화 <발키리>의 각본을 쓰더니, 영화의 주연이었던 톰 크루즈를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습니다. 그의 영화 <잭 리처>의 감독을 맡았으니까요… <잭 리처> 역시 배경을 활용한 아날로그 액션이 매력적인 영화였죠.

그리고는 결국,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참여합니다.

 

아시겠지만, <MI> 시리즈는 톰 크루즈가 아끼는 프랜차이즈고, 매 버전마다 감독을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MI:로그네이션>에서 두 사람은 호흡이 괜찮았나 봐요… 다음 시리즈도 함께 작업했으니까요. <MI:폴아웃> 까지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MI:폴아웃>을 봤기 때문이지요! 제 기준대로, 감독 이름 때문에요. 톰 크루즈가 아니라.

 

<MI>시리즈 중에서 저는 J.J. 에이브람스 버전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마치 <MI>시리즈의 집대성 같아요. 그리고 주류에 올라선 감독의 최상을 보여주지요.

단순 블록버스터로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지만, 감독의 재능이 차별적으로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해요. 몇 가지 나열해보면

먼저 시나리오. <MI 3>의 ‘전 부인’ 부터 전작인 <MI:로그네이션>의 ‘신디게이트’까지 모든 설정을 망라하며 ‘잘’ 마무리하고. <MI>의 트레이드인 ‘세트와 가면’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또 그것을 까기도 하지요. (“IMF? 다 큰 남자들이 가면 놀이나 하는 놈들! 정말 가면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해?” 하는 대사)

의외로 ‘영화가 아닌 드라마’ 같은 상황과 설정들이 나오고 유치하기까지 한데, 감독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특이한 것은, 자세히 보면, 대본과 액션의 모든 것들이 (철저하게!) 톰 크루즈를 위해 설계되었다는 거예요.

‘열심히 뛰는 모습이 멋진’ 톰 크루즈를 위해 일부러 롱테이크로 찍고, 브리지가 끝나면 “지금부터 톰이 액션을 펼쳐야 하니까 다들 빠져!” 하는 식이죠. (파리 도로 추격씬 처럼요)

그러면서도 정중동의 편집 리듬감과 함께, 전체적으로 우아한 블록버스터라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보기에는, 전적으로 감독의 공입니다.

안 보셨다면 한번 보셔요. 적어도 무더위는 잊을 수 있습니다. 그게 극장의 냉방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다른 영화의 ‘시원함’과는 다르거든요.

고맙습니다.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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