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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에 박제된 제 트윗의 전문과 주된 맥락입니다.

글쓴이: 한정우기, 18년 6월, 댓글24, 읽음: 565

시작은 한 신문기사를 리트윗 한 거였습니다.

 

 

24살의 새엄마의 가슴을 8살 된 아들이 만지자 새엄마가 잠결에 뿌리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서러운 소년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한 에피소드를 제목으로 뽑았죠. 데스크에서 내린 오더 때문에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겠지만… 제목만 봐도 문제점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방송국 피디라는 사람이 인터뷰에서 저런 말을 대놓고 하다니.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저 부분을 제목으로 뽑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저런 정서에 공감할 수 없더라구요.

 

같은 날, 트위터에서 오동나무에 관한 주희의 시를 보았지요

 

 

그 뒤 생각했습니다. 중국문화에서 “오동나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 지요. (오동나무는 가을을 상기시키는 자연물이죠. 제가 궁금한 건 그것 외 무언가였습니다.)

 

 

나무위키에 박제된 건 맨 마지막 부분이죠.

아마도 “중남정서와 ‘한남정서’ 과연 무엇…”이라는 부분에서 “한남”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 매우 불만이셨던 것 같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윗 부분이 소거되었습니다.

 

[오동우]라는 작품은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원나라 시기 희곡작품입니다.

일단 역사적 팩트를 짚고 넘어갈까요.

 

당현종의 총비인 무혜비가 사망 -> 당현종이 슬퍼함 -> 무혜비 소생인 수왕의 비가 아름답다는 말에 왕비를 데려감 -> 왕비를 도사로 만들어서 신분을 세탁하고 궁에 데려옴 -> 후에 귀비로 삼음 -> 당현종이 정치는 뒷전으로 팽개치고 노느라 바쁨 -> 안록산이 난을 일으킴 -> 당현종이 도망을 침 -> 호위하던 군사들이 화를 내며 나라를 망하게 한 귀비를 내놓으라고 함 -> 당현종이 귀비를 내줌 -> 귀비가 자결함

 

물론 실제 사료에서는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찾아서 읽어보세요.

 

다시 [오동우] 이야기를 해볼까요.

[오동우]라는 작품에서는 더 나아가 오동잎에 떨어지는 빗소시를 들으며 양귀비를 잃은 슬픔에 젖은 당현종의 모습이 나옵니다.

 

백박은 유명한 원나라 시기의 희곡작가(그와 동시에 관직을 겸한 관리죠)입니다. 백박이 쓴 [오동우(당명황추야오동우)]는 중국문학에서 대표적인 희곡 작품입니다.

심지어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도 “이 작품은 당 명황(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가운데 둘의 입장이 아닌, 당 명황의 입장에서 양귀비를 사랑하는 마음을 읊어낸 극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당 대 백거이()의 《장한가()》와 진홍()의 《장한가전()》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그 중점이 양귀비보다는 당 명황에 가 있는 특이한 관점과 구조를 가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동우 [梧桐雨]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중국문학, 2013. 11., 인문과교양)”라고 칭하고 있죠.

 

정말 “도대체 어디가 아름다운 건지 1도 공감할 수 없”더군요.

저 속에 드러나는 정서.

제가 느끼기에는 맨 처음에 리트윗했던 한겨레 기사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어요.

 

(도대체 저 정서가 왜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공감이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신다면..

김두식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인권에 관한 책이니 한 번 읽어보세요.)

 

 

6월 17일에 중국문학 속 “오동나무”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품은 저는 바로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을 다룬 논문이 이미 있더라구요.

 

 

(굳이 따져보자면 제 트윗에서는 ‘한남’이 한 번 언급된 반면 ‘중남’은 세 번이 언급되었습니다. )

 

하다 못해 “오동나무”라는 소재 하나도 고전 시가에서부터 오늘날까지 특정한 정서를 지닌채 계승되었죠.

저는 이 부분이 매우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구요.

 

저는 제가 ‘한남’이라는 말을 쓴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한남’이라는 부분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나머지 선택받지 못한, 소거된 다른 목소리를 말하고자 하는 거지요.

 

나무위키에 박제된 부분조차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윗 부분과 다른 트윗 없이 일부 트윗만 박제된 상태라 그 맥락을 알 수 없어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오히려 제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남성혐오’가 아닌 ‘여성혐오’였는데 말이지요.

 

 

역사는 승자의 것이기 마련이고, 하위주체는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마련이죠.

하지만 나무위키에 글을 올리신 분은 역사의 승자가 아닙니다. 저 또한 하위주체가 되고 싶지는 않구요.

한정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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