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여성 제자를 받으신 이야기
안녕하세요. 외출을 나온 Stelo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왔습니다.
1.
저는 어렸을 때는 카톨릭으로 세례를 받았고, 고등학생 때는 도킨스를 읽는 무신론자였으며, 저번 주에는 군종병의 권유로 기독교에 나갔었지만, 관물대에는 불교 경전이 있습니다. 절에 가진 않지만요.
불교는 덧 없는 것들에 집착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하는 종교입니다. 이별 노래들이 말하듯이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모든 것은 변하기에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죠. 악한 행동은 불행한 업보로 돌아온다고 믿기에,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깁니다. 스님들이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제가 채식주의자라서 그런 말들이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불교를 믿지 않더라도 특별한 날이니만큼 생각하고 배워갈 수 있는 기회가 되시면 좋겠네요.
2.
제가 절에 가지 않는 이유는 많지만… 그 중 하나는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진리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성 차별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일 뿐이니까요.
물론 세례를 받은 남자만이 신부가 되는 카톨릭과 달리, 불교는 2천년전부터 여성도 비구니 스님이 되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달라이라마 같이 현명한 불교 지도자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여성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근거로 들기도 하죠.
하지만 부처가 처음부터 비구니를 받아들인 건 아니었습니다. 제 관물대에는 부처의 말씀을 모아놓은 [아함경] 선집이 있는데요. [대애도 비구니경大愛道比丘尼經]에 그 사연이 자세히 나옵니다. 대애도大愛道는 처음 여자 비구니가 된 여인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부처의 유모이기도 했는데, 정확하진 않습니다.
대애도大愛道라는 여인이 부처의 제자 아난에게 자신도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애원합니다.
현자 아난이 어머니 대애도가 이와 같이 괴로워함을 보고 물었다.
“구담미여, 무슨 까닭으로 떨어진 옷과 맨발로 얼굴과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피로한 모습으로 이렇듯이 슬퍼하고 계십니까?”
대애도가 대답하였다.
“현자 아난이여, 이제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부처님의 법과 계율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슬퍼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난이 말했다.
“그만 하십시오, 그만 하십시오, 구담미여. 우선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고 다시는 슬퍼하지 마십시오. 내가 이제 들어가서 부처님께 이 일을 말씀드려 어머님이 안온함과 환희를 얻도록 하리니 기다려 주십시오.”
대애도가 말했다.
“아난이여, 오직 현자가 지난 일들을 보아서 꼭 이루어지게 하여 주소서.”
현명하고 2천 년 전에도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던 그 제자, 아난은 부처에게 여성도 스님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죠.
현자 아난이 곧 들어가 손을 맞잡고 무릎 꿇고는 부처님 발아래 세 번 절하고 앞에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인들도 정진하면 사문의 네 가지 도를 가히 얻을 수 있다고 부처님께 들었습니다. 이제 대애도가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과 계율을 받고자 합니다. 그가 세속에 살면서 믿음도 있고 즐거움도 있으나, 그것보다 무상을 깨달아 알아서 스스로 애욕의 모습을 살펴 깊이 자기의 진실을 알았기에 이제 출가하여 도를 얻고자 하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 허락하소서.”
하지만 부처는 거절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아난이여. 여인들이 나의 법과 계율 중에 들어와서 사문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노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반드시 맑고 높은 사람들을 위태롭게 하는 까닭이니라. 비유하자면 아난이여, 한 집안에서 딸이 많고 아들이 적으면 그 집안은 미약하고 쇠잔해져서 크게 강성함을 얻지 못하니라. 이제 여인으로 하여금 나의 법과 계율 중에 들어오게 한다면, 반드시 불법의 청정 범행이 오래 머무를 수 없게 되느니라.
제자는 몇 번이고 다시 부탁하고, 부처는 결국 여성에게도 비구니계를 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조건을 달았죠. 아무리 수행이 깊고, 나이 든 여성 비구니라 해도…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남자 스님에게도 예를 표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덟째, 비구니는 비록 백 세 동안 대계를 지녔더라도, 이제 대계를 받은 비구보다 아랫자리에 앉아서 반드시 겸손하고 공경스럽게 예를 지어야 하느니라.
시간이 지나고 나이 든 여성 비구니들이 제자에게 찾아옵니다. 왜 자신들이 남자 스님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냐고요.
그런 뒤에 대애도 비구니가 모든 장로 비구니와 더불어 같이 부처님께 나아가면서 현자 아난에게 물었다.
“아난이여, 이 모든 장로 비구니가 대계를 수지한 지가 다 오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지런히 청정 범행을 닦았으며, 또 이미 성제를 보았는데 어찌하여 아난이여, 우리들로 하여금 새로이 대계를 받은 어린 비구에게 예를 갖추라 하나이까?”
제자가 다시 부처에게 찾아가 묻습니다.
아난이 말했다.
“우선 잠깐만 서서 기다리소서. 내가 이 일을 여쭈어보고 오겠습니다.”
아난이 곧 들어가서 부처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애도 비구니가 말씀하시기를 ‘이 모든 장로 비구니가 다 오래도록 범행을 닦았으며, 또 성제도 보았는데 어찌하여 새로이 대계를 받은 어린 비구에게 예를 갖추라 하는가?’라고 하옵니다.”
부처는 답합니다. 여자를 제자로 들여서 불교의 세가 약해질 것을 알지만 받아들였다고요. 여자는 전륜성왕을 비롯한 신들로 환생하지 못한다고도 합니다.
첫째, 여인은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 되지 못하며, 둘째, 여인은 전륜성왕이 되지 못하며, 셋째, 여인은 제칠(第七) 범천왕이 되지 못하며, 넷째, 여인은 제석천왕[飛行皇帝]이 되지 못하며, 다섯째, 여인은 마천왕(魔天王)이 되지 못하느니라.
이와 같이 다섯 곳에서는 모두 마땅히 장부라야 지존이 될 수 있고, 장부라야 부처가 될 수 있으며, 전륜성왕이 될 수 있으며, 제석천왕이 될 수 있으며, 마천왕이 될 수 있으며, 범천왕이 될 수 있으며, 인중왕(人中王)이 될 수 있느니라.
여인은 독사라고도 합니다.
아난이여, 모든 여인은 비유컨대 독사와 같으니라. 사람이 잡아 죽여 몸을 자르고 그 뇌를 끄집어내면 이 독사는 비록 죽은 것이지만, 사람이 이것을 보면 마음속으로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처럼 여인도 비록 사문이 되었으나 악로(惡露)가 짐짓 있어 일체 남자가 휘둘리게 되니, 이러한 까닭에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도를 얻지 못하게 하느니라.”
아함경전은 항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로 시작해서 제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받들며 따르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 경전 역시 아난과 여성 비구니들이 부처의 말씀을 기쁘게 따르는 것으로 끝납니다. 여성 비구니들이 선업을 지어 남자로 환생하기를 바라면서요.
저는 이 이야기를 오래 전에 읽었고, 언젠가 말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부처님이 오신 날이니 이야기해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지금도 여자 비구니들이 어린 남자 비구들에게 예를 갖추는지는 모릅니다. 부처는 어떤 법도 영원하진 않다고도 했죠. 세상은 변하고 있으니, 불교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도 변화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부처보다는 제자인 ‘아난’이 좋습니다. 의심하고 질문하는 사람이어서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자들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