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하루하루
요새 글을 내팽개치고 (신상에 큰 변고가 생겨서 그런지 도저히 못 쓰겠더라고요! 으악.) 전투적으로 책을 읽고 소감을 남기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실은 디자인 학원에 다녔을 때 과제로 한국SF작가를 소개하는 브로셔를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쳤거든요.
“제가 기획부터 원고, 디자인, 제작까지 다 해 볼게요! 그럼 제가 원하는대로 출판사에 면접 볼 때 좀 예쁘게 봐 주시지 않을까요?”라고 아주 큰소리를 뻥뻥 쳐 대었죠.
물론 그 목적은 “좋아하는 작가님을 영업한다… 책을 판다…… 후후후후 한 권이라도 더 팔아서 그만큼 인세를 거머쥐시게 만들고야 말겠다.” 이렇게 매우 불순한 것이었지만요.
여기서 홍보. 작가님 성함을 나열하자면
곽재식 작가님 (-책을 또 내셔서 수정 중… 사실 제일 두려워요.-)
김보영 작가님 (-전에 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수정 중-)
김창규 작가님 (-쓰는 중-)
DJUNA 작가님 (완성했는데 최종 마감일 전에 또 엎겠죠)
DCDC 작가님 (완성했는데 정보가 업데이트된 게 있어서 조만간 엎을 예정입니다)
배명훈 작가님 (-쓰는 중-)
정보라 작가님 (-쓰는 중-)
정세랑 작가님 (-거의 다 썼음-)
정소연 작가님 (완성했으나 넌 엎겠지)
이렇습니다.
불행히도 다른 과제가 밀려드는 바람에 학원 수료 시간에는 마칠 수 없었어요.
하지만 8월 완성을 목표로 열심히 읽고 쓰고 고치고 레이아웃 들여다보면서 계속 아이디어 떠올리고 스케치하고 집에 있는 잡지나 구매해놓은 디자인 서적 뒤져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느끼는 건데요.
저는 좋아하는 작가님을 향해 열심히 야광봉을 휘두르는 한 마리 새우젓이 아닐까요?
글 쓴 거 읽어보면 뭐… 그냥 “작가님!!!!!!!! 작가님 사랑해요!!!!!!!!!! 제 돈 좀 받아주세요 작가님!!!!!!!!!! 헉헉 작가님한테 지면이 없다니 말도 안 돼 무도한 새끼들!!!!!!!!!!!! 작가님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작가님 돈 없어서 죄송해요 홍보용 소장용 독서용 세 권 사서 작가님에게 인세 드려야 하는데!!!!!!!!! 헉 작가님이랑 나랑 눈 마주친 것 같아!!!!!!!!! 아악!!!!!!!!!!! (쓰러짐) (기절) (실려나감)”
…이걸 매우 점잖게 풀어낸 것 같거든요.
이걸 500부 정도 찍어서 (최소 인쇄 수량이 아마 이 정도일 거예요. 소요 비용 대략 50만원…) 무료로 배포한다는 계획은 세워놨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절대로 돈 안 받는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고 집에 보관해 놓을 장소도 마련은 해 놓았는데 어디다 배포할지 생각하면 으음 글쎼요. 도서관에 전화해서 비치할 수 있는지 문의라도 해 볼 생각인데 안 되면 진짜 어떻게 하나 싶긴 해요. 제가 생각해도 정말로 대책이 없네요.
그러나 새우젓은 원래 야광봉이나 휘두르고 책이나 사며 다른 사람에게도 이 책 좀 사라고 열심히 책팔이나 해야 하는 법.
사실 다른 작가님들을 다루지 못해서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에요… 제가 더! 더 많이 읽었어야 했는데! 나 따위가 대체 뭘 안다고!! 그러게 돈 좀 모아서 책 좀 빠릿빠릿하게 사 모았어야 했는데! 지나간 책은 다시 살 수 없고 언젠가 책은 품절되거나 절판되기 마련이며 가까운 도서관에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책이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그러기 전에 사 모으는 게 장땡인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요즘엔 정말 책이 낙이네요, 낙.
어서 브로셔 원고를 빙자한 책팔이 광고글(+”작가님!!!!!! 작가님 사랑해요!!!!!!!!” 이하생략)을 다 쓴 다음 인디자인을 구독해서 멋지게 디자인을 해야 할 텐데. 돈 50만원은 또 어떻게 모을까요. 어머니에게 빌붙을 수는 없으니 취직해서 월급 타면 한 달에 20~30만원씩 사던 전자책을 멀리하고 무념무상 명경수지의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대의를 위해 돈을 피나게 10만원씩만 아껴도 20만원 정도는 벌지 않을까요. 너무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지만 책만 안 사도 50만원 금방 모을 것 같긴 한데요.
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요.
브릿G 자게에서 야광봉을 열심히 휘드르며 깽판을 쳤네요…
언젠가 제가 야광봉을 휘두르는 대상이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이 될지도 모릅니다.
윽, 상상만 해도 좀 꼴사납네요. 이해하세요… 원래 새우젓의 운명이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