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릴러 공모 마감이 코앞이군요!!
로맨스릴러 열풍이 브릿지를 휩쓰는 요즘입니다.
비록 로맨스도, 스릴러도 아니지만,
로맨스향 첨가에 스릴러 딱지를 붙여 나온 따끈따끈한 신제품이 여기 있습니다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공진우는 한동안 대상없는 원망과 짜증을 구두 밑창에 들러붙은 은행열매 악취처럼 집요하게 달고 다녔다. 그 때문에 가끔은 제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까짓 게 뭐라고. 모든 일엔 끝이 있게 마련인데.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느 누구도 대신 해주지 않은,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만 화가 나서, 꼭 뜨거운 주전자를 손에 쥔 채 발만 동동 구르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그를 무척이나 아프게 했지만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도, 바닥에 내팽개칠 수도 없는 감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것이 다름 아닌 제 자신을 향한 분노였음을 깨달았을 때 공진우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선 제멋대로 펑펑 울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징징대며 훌쩍거렸다.
계기라고 해봐야 대수롭지도 않았다. 정류장에서 막차를 기다리다 문득 채희정 생각이 났을 뿐이다. 오목교 버스정류장에서 그를 기다리던 모습이, 그가 버스에서 내릴 때 두 팔을 활짝 벌리던 그 환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에게선 우유 냄새가 났었다.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면 언제나 사각사각 소리가 났고, 속에 받쳐 입은 옷은 늘 뽀송뽀송했다. 그녀의 정수리 언저리에는 항상 새끼독수리 솜털처럼 머리카락 몇 가닥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녀는 노란 꽃을 좋아했다. 그녀가 키우던 화분은 어쩐지 남들보다 몇 배는 빨리 시들곤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꽃을 참 좋아했다.
2호선 지하철에 나란히 앉아 서울 시내를 쏘다니던 날이 있었다. 그녀가 그의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면 그 역시 그녀의 정수리에 뺨을 괴었다. 당산철교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던 여름날의 한강 풍경은 또 얼마나 굉장했는지.
생전 가지도 않던 63빌딩 전망대를 기껏 올라가 놓고는, 서울시내 야경을 등진 채 도란도란 수다 떨던 날이 있었다. 남산타워 난간에 자물쇠를 잠그던 어린 커플을 흉보며 키득대던 날이 있었다. 서래마을 어느 칵테일 바에서, 그녀의 머리채를 인중에 끼우고 콧수염 흉내를 내던 날이 있었다. 넓지도 않은 석촌호수를 두 바퀴째 돌다가 도무지 할 게 없어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던 날이 있었다.
공진우는 지금에서야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게 다시는 볼 수 없을 과거가 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다른 누구를 만나도 그 때와 꼭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이별도 지금과 같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