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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공주 이야기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도련, 18년 4월, 댓글6, 읽음: 97

갑자기 약속 시간이 한 시간이나 붕 뜬 기념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원래는 해석의 여지를 위해 밝히고자 하지 않았던 <사파이어 공주>의 뒷이야기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씁니다.

 

 

저는 양극성 장애 2형 환자… 즉 오랜 우울 삽화 도중 경조증 삽화가 일어나는 조울증 환자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조울증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아주 오랫동안 우울함에 시달려야 했고, 그게 갑자기 좋아졌기에 처음에는 ‘내가 드디어 정상으로 돌아가는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아마 어머니가 애가 갑자기 밝아진 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끝에 저를 정신과에 끌고 가지 않았으면 계속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다가 안 좋은 방식으로 삶을 끝마쳤을지도 모릅니다. 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높은 편이니까요.

<사파이어 공주>는 환자로서 제 고민을 담아낸 기록이에요.

발병한 때가 05년도였고 진단을 받은 때는 06년도였습니다.
<사파이어 공주>는 적어도 2007년 이후에서 2010년 이전 사이에 쓴 글이니,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한창 혼란스러울 때였을 겁니다. 더불어 아버지는 제가 소위 ‘정신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끊임없이 모욕적인 말씀을 하셨고요.

여러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그 구체적인 표현을 자세히 적지 않겠습니다만, 얌전한 말로 순화해 표현하자면 ‘네 주위의 사람은 절대로 믿을 수 없으며 특히 정신과 의사는 더욱 믿을 수 없다. 나만을 믿고 따르면 너의 정신질환은 당연히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암소를 여럿 고쳐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나만을 믿고 따르지 못하면 너는 지금처럼 형편없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 <사파이어 공주>에는 여러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네가 뭔데 나를 규정하고 지X을 하느냐, 네가 뭔데 아버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인생이 형편없고 앞으로도 형편없어질 것이라고 X랄 X병 탈춤을 떠느냐.” 이런 마음이 한껏 있었고요.

다음으로는 “사실은 내가 조울증이 아닐지도 몰라. 난 이렇게 멀쩡하잖아. 약간 우울했는데 내 성격은 원래 활발하니까, 의사가 착각한 거야. 사실 나는 조울증이 아닐지도 몰라.” 이런 간절한 소망도 조금 담겼고…….

“에라이 XX럴, 역시 나 조울증 맞잖아! 그런데 조울증이라고 해서 잘 살 수 없다고 낙인을 찍는 게 말이 돼? 이게 말이 됩니까! 학지사 이상심리학 시리즈에서 그러는데, 주위 사람들이 잘 지지해주고 나도 잘 관리하면 잘 살 수 있다잖아! 이제까지 잘 살아왔는데, 고작 병 하나 발발했다고 갑자기 너는 결코 잘 살 수 없다고 쾅쾅 박아버리다니, 병이 인생의 말뚝이냐 무엇이냐! 어느 대학 갔느냐도 결단코 사람 인생을 좌우하진 못할 것이다!”

이런 마음이 역시 가장 컸습니다.

 

그렇게 분노로 똘똘 뭉쳐서 미치기 직전이던 마음을 달래주던 것은 그림과 글과 만화였지요.

그 분노를 제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돌려 써 본 것이 <사파이어 공주>입니다.

 

그래서 리뷰에 솔로몬의 책이 나왔을 때는 상당히 놀랐지요……

그는 조울증은 아닙니다만 우울증 환자이기도 하고, 그것을 주제로 굉장히 인상 깊은 강연도 하나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제 글에 비해서 과분한 리뷰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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