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켠 작가전] 그 댁 커플은 무사하십니까-노타우
노타우 작가님의 작품 세계는 크게 둘로 나눠집니다. ‘피와 살이 튀는’ 고어/호러와 ‘피와 살이 타는’ 에로틱한 로맨스 호러 개그 물이죠.(직접 읽어보시면 이 복합장르에 공감하실 겁니다) 제가 호러물엔 약해서…노타우님의 빛과 그림자(?) 적과 흑(?) 야누스(?) 중에 한쪽만 소개해 드리니(작가님 죄송…ㅠ) 노타우님의 다른 면이 궁금하신 분들은 노타우님 작가 페이지에서 직접 찾아 읽어 주세요…
1. 그 댁 부부는 아직 괜찮으십니까
제가 ‘호로맨틱'(호러 + 로맨틱) 이라고 부르는 장르입니다. ㅎㅎ 에로틱하면서도 느른하고 가끔 피와 살이 튀는데 무섭기보다는 개그스러워서 독특하지요. 비유하자면, 결혼 5년차 쯤 되어서 적당히 익숙하고 권태롭고 그 날이 그 날같은 저녁인데, 배우자가 갑자기 섹시한 옷을 입고 ‘소맥’을 들고 들어오며(와인은 비싸고 도수가 낮으니까요…) ‘자기야 오늘 밤 어때?’라고 콧소리를 내는데 어머, 너 그 새 또 쪘구나. 단추 사이로 살이 비어져 나오네. 안 불편하니. 그냥 얼른 벗어. 근데 너 오늘따라 왜 이래. 뭔가 사고쳤구나..의 느낌이랄까요…
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니모 + 호접몽+ 메멘토를 섞은 ‘변신’입니다.
ㄴ 조선시대 가전체 소설의 현대적 변용이랄까요. 에로틱한 느낌에 침을 삼키며 읽다가 어떤 사물일 지 정답을 알아내면 희열과 낄낄대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요.
ㄴ 이 작품도 ‘사물들’ 의 한 에피소드로 있어도 될 것 같아서 함께 추천드려요.
설마…Yokjo라서 Y인 건 아니죠…?
연애란 게 어디 24시간, 1년 내내 좋기만 하겠습니까. 사소한 일로도 싸우게 되는 게 연애죠. 더운 날 1시간이나 기다리게 해 놓고, 만나자마자 “나는 오빠 때문에 밥도 못먹고 나왔는데, 여기서 나와서 오빠 인상쓰는 거 구경하라는 거야?”라는 소리만 해 대면, 그것도 사람 많은 카페에서 그러고 있으면 얘가 뭘 잘못 먹었나 걱정…이 되긴 무슨, 짜증이 나긴 나겠죠?
2.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 걸린 좀비들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좀비가 창궐했을 때 생존수칙은 여러 소설과 영화에서 나왔죠. 그런데 노타우님의 좀비물에서의 생존은 허를 찌릅니다. 보통 좀비물에서 주인공이 죽으면 안타깝고 살아남으면 안도해야 하는데 이 좀비물은 ‘내가 이러려고 OO했나 자괴감 느껴’의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허무개그를 보는 듯한 반전과 개그요소가 이색적입니다.
‘스쿼트 좀비’를 보고 허벅지에 진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오늘은 운동하지 말아야 겠다고 느끼셨다면 네, 당신은 생존자가 되셨습니다.
3. 셰이프 오브 러브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시며 사랑에 종족(?)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으셨다면…
ㄴ 한강엔 괴물도 살지만 인어도 사는군요. (민물인어?) 일도 사랑도 안 풀려서 한강에 뛰어든 주인공을 구해준 건…인어? <인어공주>의 인어는 왕자님을 구해주고 목소리를 잃고 인간세계로 올라왔고, <심청전>에서는 심청이가 용왕을 만난 후 인간세계로 올라와서 황후가 되는데, 이 작품의 후일담이 나온다면…단문응원에서 독자님들이 궁금해하시는 대로 왠지 인간이 수영복 갖춰 입고 한강에 상습입수를 할 것 같은…느낌은 뭐죠?ㅎㅎㅎㅎ
꽃뱀이 호구…아니 사랑을 만나나 싶었는데 에로틱한 분위기로 한껏 흘러갔는데 반전…!(뱀 소재 백일장 참전 작품이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읽으면서 야릇함에 뱀처럼 꼬이던 몸이 기립하게 되는 삽화가 마지막에 있으니 후방주의하시고 스크롤을 내리세요. 절대 직장이나 학교에서 읽지 마시고…집에서 몰래 밝기 낮춘 휴대폰으로…
소고기 사주는 사람=좋은 사람 맞죠? 이걸 모르는 여자가 있습니다. 눈물을 넣어 반죽한 칼국수를 먹은 사람은 여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는데…간질간질 사랑스러운, 마음놓고 읽으실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야 이 둔탱아!!!!’란 마음의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면서도 전형적으로 멋진 남자주인공이 나오는 이 사랑, 응원하게 되네요. (설마 이런 남자도 결혼하면 ‘기묘한 부부’가 되는 건가요 작가님…ㅠㅠㅠ)
‘이터널 선샤인’을 감명깊게 보셨다면 이 작품도 좋아하실 겁니다. 기억을 지워도 사랑은 남을까요? 평범한 여대생과 열 살 차이나는 돈 많은 남자와의 로맨스(그래봤자 남자가 30대 초반이군요…)에 기억 이식과 삭제하는 소재를 섞었습니다.
‘로맨스’라고 분류하기엔 약간 애매하긴 한데요. 타임리프 물입니다. 아버지와 스무 살 차이나는 엄마, 외 딴 곳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부모님, 생일날 사라져버린 어머니, 아버지의 서재에서 비밀을 알게 되는 아들. 아버지는 그냥 사람이 좋은 거였을까요? 아니면 ‘아내’를 사랑했던 걸까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아들은 자신의 임신한 아내가 낳을 아기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작품에는 나오지 않은 뒷이야기와 행간의 감정이 더 궁금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오이디푸스’를 떠올렸답니다.
라식 수술을 했는데, 남들이 못 보는 게 보인다면…호러일까요? ㅎㅎ 여기, 오징어 같이 생긴 주제에 내 친구랑 바람 핀 남친 따위와는 다른 존재를 보게 된 여자가 있습니다.
호러를 기대했다가 로맨스로 장르가 바뀌며 이 씩씩한 여주인공이 ‘혼자 영화 보러 가서 둘이 보고 나오는’ 결말을 기대하게 됩니다.
익숙해지다가 죽이고 싶을 만큼 지겨워지는 것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가 내게 반하게 하고 싶은 것도 그가 귀신이건 외계인이건 괴물이건 상관하지 않고 빠져드는 것도 사랑의 여러 단면들 중 하나겠지요. (노타우 님 작품이라면 역시 사랑도 썰어서 단면을 봐야…?) 이상야릇한 반전 있는 사랑 이야기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