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과 짧은 후기
올해 초 브릿지를 만나면서 처음에는 좋은 글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데 놀랐고, 다음으로는 제가 쓴 글을 그 중간에 슬쩍 끼워넣을 수 있다는 데 감탄했습니다. 그렇게 끼워넣은 글에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고 심지어 추천까지 받게 되자, 전 솔직히 현실감이 들지 않았어요.
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황금가지라는 출판사에서 제가 쓴 글을 추천해 준다는 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얼떨떨했죠.
그 뒤 몇 개의 글을 더 올렸지만 반응이 그다지 좋진 않았어요. 처음부터 그런 반응이었다면 아마 저는 역시 그렇지 내가 무슨 소설은… 하며 다시 독자로 돌아갔겠죠. 하지만 한 번 추천이라는 꿈 같은 일을 겪은 저는 그 달콤함을 잊지 못하고 브릿지를 배회하다가 자유게시판을 발견합니다. 그 곳에 넋두리 겸 홍보를 은근슬쩍 해보다가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죠. 저와는 차원이 다른 글을 쓰시는 진짜 작가님들이 제 글에 답글도 달아 주시고 격려도 해 주시고 하는 거예요.
글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항상 글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출판업계에 있는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그냥 그 세계에 대한 소소한 잡담을 듣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았어요. 국문학과를 나온 동생이 출판업계로 가지 않은 걸 아쉬워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작가님들 편집자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제가 쓴 글을 읽고 조언도 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기 까지 하니 감동 감동이었습니다.
다음은 공모전이었어요. 전 공모전이라는 데 참여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할 생각도 안 해 봤죠. 저와는 다른 세계의 일이었으니까요. 공모전을 검색해 찾아보고 참가 신청을 하고 그에 맞는 소설을 쓰고…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가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었죠. 그런데 브릿지에선 올려 놓은 소설을 클릭 몇 번으로 공모전에 투고할 수 있더군요. 그렇게 참가한 공모전에서 비록 당연하게도 떨어졌지만, 예심평에서 언급되었다는 게 저에겐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세계에 공식적으로 편입되었다는 느낌이었어요. 소일장도 좋았죠. 제가 이런 이벤트에 함께 참여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생각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만남의 밤. 오늘은 제가 지난 일 년 동안 겪었던 이 모든 일들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확인해 주는 날이었어요. 또한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걸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 지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오프 모임에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작가님들과 온라인 상으로 대화를 나누고 나름대로 쓴 소설을 올리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은 감상을 적기도 하지만, 저 스스로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세계에 속할 자격은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언저리에서 그 향기만을 맡으며 사는 걸로 충분하다고 만족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만남의 밤에 초대를 받게 되고… 초대를 사양할 자격도 부족하다는 논리로 덜컥 참석을 결정해 버렸습니다.
오늘 다녀온 소감은, 설령 제가 자격이 부족하더라도 억지로 떼써서 이 세계에 끼고 싶네요. 작가님들 리뷰어님들 직접 뵙고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 자체가 너무 달콤해요. 이미 전 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책임지세요. (막무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