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를 아직 안 읽어보셨군요?
단편 ‘두사람 들’을 보고 읽기 시작한 장편 작품 ‘미아’.
‘두사람 들’의 분위기와 감성에 취해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장편 ‘미아’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죠.
‘두사람 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인 한나와 상윤의 또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구요.
속았다… ‘미아’에 한나와 상윤은 안 나와요… 분명 ‘두사람 들’의 다른 이야기라고 들어서 ‘미아’에 이 두 사람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야 같은 세계이긴 하지만.
작가님께 속은 것과는 별개로 이야기는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죽어가는 세계의 칙칙한 유화 위에 수채화로 그린 듯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제 감수성을 자극하네요. 이렇게 우울한 세계관인데, 게다가 우울한 것들만 연속으로 보면서도 이렇게 낭만적일 수가 있을까요? 하긴 북두의 권의 방사능 피폭된 근육전사들도 사랑 때문에 싸우고 울고 죽어갔지만.
SF라고 보기에는 좀 아쉬운 바가 많습니다만 그건 하드SF를 좋아하는 제 성향 때문이지,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구요. 처절한 생존만을 그려내는 작품들을 잔뜩 보다 이런 담담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을 보니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담담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라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야기의 전개 자체는 흥미를 끌며 진행이 됩니다. 절대 드러내고 보여주진 않지만 작품 세계의 속살을 슬쩍슬쩍 보여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소소한 소품들이지만 계속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면서 다음 화를 읽게 만드네요.
다만 매 화 짧은 분량과 주간연재에 가까운 연재 속도가 걸립니다. 저도 처음에 ‘두사람 들’ 을 보고 미아의 첫화를 보았다가 연재회차의 날짜들을 보고 뒤로 미뤄두었는데… 매 화 재미는 있지만 쑥쑥 넘겨가며 보는 재미지, 주간 연재를 그대로 따라가며 읽으면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해야 할지, 감질난다고 해야 할지… 맛난 와인을 와인글라스가 아니라 샷글라스에 따라주는 기분이에요. 그것도 일주일에 한 잔씩!
작가님의 느긋한 연재속도가 있어야 글 안에서 감성도 살아나겠지만, 이미 읽기 시작한 입장에서는 슬프네요. 완결나고 읽으면 분명 더 재밌을 겁니다. 그런데 왜 추천글 쓰냐고요? 저만 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