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게임 프레이Prey 속 메타 게임적 철학

분류: 수다, 글쓴이: 무강이, 17년 11월, 댓글1, 읽음: 85

1. 게임 프레이Prey란?

 

프레이Prey는 아케인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에서 배급한 0451 장르의 게임이다.

 

0451 장르란 엄밀히 정의된 장르적 정의가 아니다. 0451은 일종의 디자인 철학으로, 싱글플레이 FPS를 기반으로 RPG적 성장 요소나 다양한 이능력과 사물들의 상호작용, 게임 공략과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의 풍부한 선택지 등으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현실적인 몰입감을 느끼게 만드는 디자인 철학을 말한다. 대표적인 0451 게임으로는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 혹은 디스아너드 시리즈가 있다.

 

게임 프레이는 다음과 같은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외계 생물인 타이폰을 연구하는 우주정거장 탈노스-1에서 타이폰 격리에 실패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수라장이 된 탈노스-1에서 주인공인 모건 유는 타이폰이 지구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형제인 알렉스 유의 방해를 무릅쓰고 탈노스-1을 자폭시키는 임무를 가지게 된다.

 

프레이 또한 0451 장르이기 때문에, 0451 특유의 높은 몰입감을 가진다. 가령, 기름이 묻은 바닥에 불을 붙이면 불이 활활 타오르거나, 파이프라인에 타격을 주면 불이 뿜어져 나온다. SF적인 설정 덕분에 다양한 사물의 해킹 또는 수리 또한 가능하며, 현재 0451장르의 필수적 요소가 된 이능력 또한 획득할 수 있다.

 

프레이에서 이능력은 ‘뉴로모드’라는 아이템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 뉴로모드로 기본적인 신체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게임 초반부에 얻게 되는 스코프를 이용해 타이폰을 관찰하면 타이폰의 기술–예를 들면, 자기장 폭발이나 정신 지배와 같은-을 획득할 수 있다.

 

모건 유는 탈노스-1을 폭파시키기 위해 우주정거장의 내부를 이동하며 우주정거장 안의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고, 아직 살아있는 승무원들을 만나며 각종 선택의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게임 프레이의 내용이다.

 

2. 모방의 모티프와 게임의 텍스트-기표화

 

타이폰의 가장 기본적인 개체는 미믹Mimic이다. 미믹은 주변의 다른 사물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다. 가령, 머그컵으로 변신해 있다 커피를 마시려는 과학자를 기습하거나, 위험에 처하면 빠르게 도망쳐서 주변의 다른 사물로 변신한다. 즉, 모방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방의 모티프는 게임 프레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주인공 모건 유는 이능력을 얻기 위해 주체로서 스코프를 통해 타자인 타이폰을 관찰한다. 즉, 타이폰을 하나의 텍스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이능력은 해당 타이폰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즉, 타이폰을 모방하는 것이다.

 

게임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인 ‘뉴로모드’ 또한 스토리 상 타이폰에서 추출한 외계 물질로 만든 기계이다. 즉, 인간의 몸에 타이폰의 물질을 주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타이폰의 물질을 주입받은 인간은 강력한 능력을 얻고 입맛이 변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가지게 된다.

 

게임 속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기계장치인 터렛의 반응이다. 터렛은 타이폰을 격리하기 위해 만든 기계로, 타이폰을 발견하면 자동적으로 사살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타이폰의 능력을 너무 많이 발견할 경우, 터렛은 주인공 모건 유를 타이폰으로서 인식한다.

 

이러한 점을 볼 때, 프레이에서 나타난 관찰과 모방은 다음을 나타낸다. 타자를 텍스트화하여 관찰한 주체가, 오히려 타자를 모방함으로서 주체가 타자화되어버린 것이다. 이를 게임 내부적으로 표현하면 인간-타이폰의 이항대립이 인간인 모건 유가 타이폰을 모방함으로서 해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주인공 모건 유는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건 유는 타이폰의 능력을 사용하면서도 기계를 사용하고, 총을 쏘는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모건 유는 인간이면서 타이폰인 상태, 혹은 둘 다 아닌 상태인 것이다. 이 상태는 차연의 상태로, 주체가 타자에 의해 해체되는 도중 서로 동일한 위치에 서 있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차연의 상태 또한 다른 대상에 의해 텍스트화 될 수 있다. 대상은 텍스트로서 인식되며, 텍스트의 바깥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부터 이야기할 내용은 게임 프레이의 중요한 스포일러로, 게임을 클리어했거나, 클리어 할 생각이 없거나, 혹은 스포일러를 당해도 상관 없는 사람만 읽기를 바란다.

 

게임이 끝나고 엔딩 스크롤이 올라간 후,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난다. 사실 모건 유가 탈노스-1을 폭파하기까지의 과정은 일련의 시뮬레이션이었으며, 지구는 이미 타이폰에게 정복당했고, 모건 유의 형제 알렉스 유는 타이폰이 인간과 같은 감정이나 도덕을 가질 수 있는지, 인간과 타이폰이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껏 인간의 몸에 타이폰 물질을 주입한 것과 달리 타이폰의 몸에 인간의 물질을 주입한 것이다. 즉, 플레이어는 모건 유가 아니라 인간의 세포를 주입받은 타이폰인 것이다. 알렉스 유는 플레이어의 행적을 평가하며, 플레이어의 행적에 따라 실험을 성공 혹은 실패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반전은 매우 중요한데, 지금껏 플레이어가 플레이해온 게임과 그 내용이 하나의 텍스트-기표가 되어 외부 관찰자인 알렉스 유에 의해 텍스트화되고 있었다는 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플레이어에 반응 또한 알렉스 유의 손을 잡을지, 혹은 알렉스 유를 죽일지 결정하는 것을 통해서 알렉스 유를 다시금 텍스트화하게 된다.

 

이 게임이 텍스트화의 연쇄를 보여준다는 사실도 특수하지만, 무엇보다도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 자체가 텍스트-기표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3. 타이폰은 게임의 꿈을 꾸는가 –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

 

한편, 우리는 모방이라는 행위에 대해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방은 인간이 자라는 데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장을 위해 거울단계를 거치는데, 바로 스스로의 욕망-팔루스를 어머니의 팔루스와 일치시키는 과정이다. 즉, 어머니의 팔루스를 모방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이루어지는 단계를 상상계라고 한다.

 

그러나 이 모방의 과정은 아버지의 등장으로 인해 깨지게 된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팔루스를 얻고자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는 아버지의 팔루스를 모방하고자 한다. 이 단계가 상징계이다. 아버지의 팔루스는 비어있는 기표로, 아이가 아버지의 기표를 모방함으로서 기표를 얻어 다시 상상계를 향하더라도 기표는 곧 사라지고 상징계로 내던져지게 된다.

 

사람들은 왜 게임을 할까? 그것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재미가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게임은 근본적으로 모방 행위이다. 가령, 게임 ‘엔터 더 건전’은 던전을 탐험, 강력한 무기를 얻어 보스를 무찌르는 게임인데, 이는 ‘모험과 전리품 획득, 악과의 대결’이라는 행위를 모방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에서의 모방 행위는 실제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을 통해 돈을 벌고 입신양명을 하지만, 그 경험이 실제 게임에서의 경험을 현실로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게임은 비어있는 기표이다.

 

즉,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게임은 모방 행위이자 비어있는 기표, 즉 팔루스이다. 우리가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모방 행위를 통해 기표를 획득해 상상계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이러한 과정은 게임 프레이 속에도 나타나 있다. 주인공은 사실 모건 유를 체험하는 타이폰이다. 타이폰이 시뮬레이션의 진입하는 것은 타이폰의 능력을 결여당하는, 일종의 거세 과정 겸 상징계로의 진입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상징계에서 타이폰은 인간의 감정과 도덕을 모방하여, 다른 인간을 돕는 것으로 기표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타이폰으로서의 능력을 되찾고 인간을 학살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 상상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외부 관찰자인 알렉스 유가 실험 실패라는 판단을 내린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의 모습은 인간이 게임을 즐기는 과정과 유사하다. 즉, 타이폰은 하나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의 이름은 ‘기표 찾기’이다.

 

4. 결론 – 게임을 하는 게임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게임 프레이는 작품 내적인 수단을 통해 게임이 하나의 텍스트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또한, 모건 유라는 게임을 하는 타이폰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를 드러내고 있다.

 

프레이에서 특기할 점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게임 내적인 수단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프레이는 ‘게임에 대한 게임’이다.

 

물론 이런 철학적인 면만 가지고 게임을 판단할 수는 없다. 소설이나 만화의 재미가 그렇듯, 게임의 내적인 재미는 게임 자체를 얼마나 잘 만들었냐는 점이 판가름한다. 그러나 게임 프레이는 한 가지 게임을 메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함으로서, 게임을 하는 데 있어서 또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BLOG 책 먹는 티룸 : http://blog.naver.com/leedasaem/221145406856

 

매번 브릿G랑 관계없는 글을 올리는 것 같아 항상 죄송하지만,

그럼에도 올리는 것은 블로그를 빼면 여기 말고는 올릴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무강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