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라기 보단 주절주절로…
홍보하기에 부끄러운 글들이고요. 그냥 글에 딸린 이야깃거리들을 적어 봅니다.
브릿지에 처음 올린 글이자, 무려 추천을 받은 글입니다. 300매 제한을 거의 다 채운 단편이다 보니, 처음에는 읽으러 오시는 분들도 별로 없고 반응도 없어서 그럼 그렇지 하며 쓸쓸이 돌아서려던 차에, 추천작에 올랐다는 알림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설레는 마음으로 브릿지에 계속 글을 올릴 수 있었죠. 나중에야 초보 작가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시려는 편집자 분들의 큰 그림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힘을 주신데에 오히려 더 큰 감사를 드리게 되더라고요.
제 해피엔딩 병은 여기서도 여전합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범인으로 하기 싫어서 주변 인물을 내세우다 보니 결국 복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죠.
전 꿈을 워낙 많이 꾸고 또 기억도 잘 하는 편이라 소설을 쓴다면 꿈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첫 글이 좋은 반응을 받아서 꿈 연작을 쓰기로 했죠. 무의식에 들어있는 과거의 기억을 꿈이 끄집어내고, 심지어 그걸 초자연적으로 조합해서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도 보여 준다는다는 설정이었는데요. 브릿지에도 올라와 있는 <제노사이드>의 초인류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글이 끝나는 시점에서 또 다른 사건을 이어나가 봤는데, 과도한 연작 욕심, 배경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 임팩트 없는 사건 등등이 섞여서 별로 재미없는 작품이 되고 말았어요. 게다가 해피엔딩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후반부의 무리수는 지금 다시 봐도 제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꿈 연작을 또 썼는데요. 이 글을 쓸 때쯤에 과거를 기억하는 꿈이라는 게 그다지 좋지 못한 소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꿈이 진짜 기억이라는 게 확실하지 않던 첫 작품에서는 그 자체가 긴장을 줄 수 있었는데, 연작이 되고 보니 꿈=기억 이라는 공식이 너무 확실해 져서 속도감 있게 긴장이 고조되다가 갑자기 단서를 얻기 위해 잠을 자야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자꾸 나오더라고요. 꿈이 단서를 주는게 작가 마음이다 보니 읽는 분들이 공감하기도 힘들고요.
결국 그 논리는 포기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꿈이 기억에 기반한 게 아니라 흔한 예지몽입니다. 스스로 세계관을 깬 거죠. 결국 꿈 연작의 마지막이 되었고요. 여기서도 범인을 주변 인물로 밀어내는 제 해피엔딩 병은 계속됩니다.
이 두 글에서는 꿈이 나오지 않습니다. 주인공인 노시득도 거의 안 나오죠. 이 글들이 쓰여진 이유도 해피엔딩 병인데요. 첫 번째 글에서 A를 범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범인이 되었던 B가 불쌍해서, B의 죄를 벗겨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법이란 게 꼼꼼해서, 어떤 식으로든 범죄에 가담했다면 처벌을 면할 방법이 실질적으로 없더라고요. 도망치는 거 빼고는요. 결국 다른 살인자를 준비해서 B의 죄를 최대한 경감시키고, 마음의 짐까지 덜어주려 노력한 게 이 두 글입니다.
여기까지가 제 꿈 연작인데요. 돌아보면, 꿈을 소재로 글을 쓰는 게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듯해요. 글 자체가 꿈이니까요. 굳이 꿈이라는 소재에 기댈 필요 없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는 게 낫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 뒤에 올렸던 글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글의 수준에 넘치는 과분한 관심을 주셔서 다시 소개 드리기에는 염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