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슬립] G시, 향라천 산책~
안녕하세요, G시 향월동에 거주중인 이선이라고 합니다. 저는 평소 밤길 산책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여러분들께 우리 G시의 안전한 밤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어제도 어김없이 밤산책을 하던 중이었죠, 아 참. 그러고보니 제가 키우는 츄츄도 함께요. 츄츄는 털이 아주 복실복실합니다. 짱이죠.
뭐 아무튼 향월동 사시는 분들은 아시잖아요, 밤길 으슥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자꾸 이상한 부스스 소리같은 게 들리는 것 같고. 그런데 말이죠. 제가 다닌 최근 며칠 밤동안은 그런 소리가 전혀 안 들리더라구요.
덕분에 기분좋게 츄츄랑 같이 하천 따라 길을 걷는데, 글쎄. 맞은 편에서 누가 걸어오는 거 아니겠어요?
-축. 축. 축.. 축.
으으.. 뭔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고, 보기만 해도 뭔가 싸해지는 느낌.
아. 이거 뭔가 이상하다. 곧바로 츄츄를 데리고 거기서 떠나려는데…
-부스스… 부스스…
안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거예요.
-축. 축. 축.. 축.
앞에서는 축. 축. 누가 다가오고
뒤에서는 부스스. 부스스. 무언가 오는데…
괜시리 무서워서. 츄츄만 안고 제발 지나가라. 그냥 가라. 말 걸지 마라.. 기도만 하던 순간.
-축.···….
어라? 왜 소리가.. 멈췄지?
저는 조심스레 눈을 떴어요.
-꿈뻑..꿈뻑..
…아무도 없었어요. 츄츄도 제 품에 없고, 뒤에서 들리던 소리도. 지나가던 누구도.
이상했어요. 귀신이라도 들렸나? 이게 무슨 일이지?
서둘러 집으로 뛰어갔죠, 집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는데.
츄츄가.. 없었어요.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은 아시잖아요. 갑자기 우리 애가 안 보일 때. 그럴 때 늘 찾던 곳에 없으면 갑자기 치솟는 불안감이나. 애써 무시하고 싶었던 그런 생각들.
아. 그리고. 떠올랐어요.
우리 향라 아파트는. 반려동물 금지였는데.
츄츄가. 강아지였나? 고양이? 아니.. 그런 게 아니었는데.
-헉!
눈을 다시 떴을 때.츄츄는 제 품 안에 있었어요. 저도 여전히 그 하천 길에 있었고요.
-축. 축.
누군가는 그냥 지나가고 있었어요. 저는 벤치에 앉아있었고.. 아. 오늘은 유난히 피곤했는데.. 아마 그래서 잤었나.
자. 여기까지. 제 이야기였는데요, 우리 G시의 밤. 그리고 향월동의 밤. 정말 안전하지 않나요? 글쎄 벤치에서 잤는데도 츄츄도 안 가고.. 누구도 안 건드리고… 무슨 일도 안 당했으니까… 정말.. 다행인 거겠죠..?
아 츄츄야. 그만 핥아. 간지럽네 헤헤.. 글은 이만 마치도록 할게요. 우리 향라천. 정말 좋은 길이네요. 다들 들어오세요.
[■■■■년 ■■월 ■■일. 향라천 관리실 공지.]
1. 최근 하천을 다니시는 주민 분들이 급증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천에 빠지시는 분들이 계시는 걸 확인하였습니다. 다들 하천에 빠지지 않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2. 향라천은 산책길이 아닙니다. 향라천은 오로지 돌담만 존재하며 산책길은 현재 공사중에 있습니다.
3. 향라천은 비가 오는 날에는 원칙적으로 다니시면 안됩니다. 향라천의 범람 사고는 이미 손에 꼽을 수 없으며 범람 피해 사례도 매주 증가하고 있습니다.
4. 향라천은 공사로 인해 폐쇄 중입니다. 주민의 출입을 철저히 단속중입니다.
5. 새로운 어종이 향라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다들 기뻐해주시길 바랍니다. 향라천의 특징에서 따와 어종명은 츄츄가 되었습니다.
6. 공사로 인해 특정 시간대마다 하천길에 강물이 범람하며 부스스 소리가 발생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7.지난 달, 신원 미상의 익사자가 향라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목줄과 겉옷을 입고 있었으며, 스마트폰 등의 물품은 발견되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물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됩니다.
8. 츄츄라는 어종의 뱃속에서 반지를 발견했습니다.
이상으로 향라■ ■■자 분석을 마칩니다.
향라천은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당분간 봉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며, 매립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길’이 선’명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위험을 야’기할 수 없습니다.
-일과장님. 츄츄는 어떡할까요?
-처분해, 징그러운 것. 이빨이 아주 복슬복슬하게 빼곡하더만. 털인 줄 알았다.
아 뭐야. 다시 왔더니 하천이 막혀있네요. 이런. 다음엔 여러분들과 같이 와야겠어요. 츄츄는 아직 외롭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