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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자게에 쓰는 엽편)

분류: 수다, 글쓴이: 은율e, 3시간 전, 댓글32, 읽음: 63

그녀를 처음 본 건 대학 여름 방학 때, 다단계 사기 교육장에서다.

선배에게 아르바이트 자리 있으니 와서 방학때 한달만 일하라는 전화를 받고 간 곳은 다단계 사기 교육장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뭔가 내가 생각했던 곳 과는 다르다는 걸 느끼긴 했지만, 그 곳이 뉴스에서나 나오던 감금 다단계 교육장이라고 상상하진 못했다. 나처럼 속아서 온 사람들의 굳은 표정과, 몇일 교육만 받으면 여기가 좋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될거라고 설득하는 사기친 사람들의 소음이 들려왔다. 신뢰했던 선배에 대한 실망과 거절하기 어려웠던 너무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에 대한 허망함이 자책이 되어 이성이 감성으로 바뀌며 흘러내렸다.

주변을 살폈다. 문을 막고있는 덩치 둘,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떠들며 앉아있는 덩치 셋, ‘문은 밖으로 열리니, 순식간에 밀고 들어가면, 방심한 사이라면… 문제는, 조금만 시간이 끌리면, 앉아있는 덩치 셋이 합류하면…’ ‘현광등 까지의 높이는 책상을 밟고 올라가면 가능하다. 현광등을 빼서 깬 다음에… 내 목에 겨누고, 나가게 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근데… 저들이 그냥 죽으라 하면?’

계산은 확신으로 바뀌지 않았다.

머리속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갖가지 경우의 수를 쓰며 입구를 살필 때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처럼 속아서 끌려온 듯한 한 여자가 들어왔다. 얼마나 울었는지 마스카라가 번져 눈이 짝눈 펜더곰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그녀를 속인듯한 사람의 손에 이끌려 내 옆자리에 앉혀졌다.

난, 그녀에게서 눈을 땔 수 없었다. 짝눈펜더곰이 내 이상형은 아니었다.

퉁퉁부은 얼굴이 그때 많이 아름답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왜 그 모습에 반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진 않는다.

여튼 난 굳어버렸다.

그녀에게서 눈을 땔 수 없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벗어나면 그녀도 볼 수 없으니까… 다단계 강의는 시작됐고, 사람들은 공포에 못이겨 그들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나도, 그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어서, 사기친 선배가 자꾸 주의를 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숙소까지는 버스로 세 정거장을 이동했고, 아쉽게도 그녀와 같은 숙소는 아닌지, 그녀는 두정거장에 내리고, 난 한정거장을 더 갔다. 밤엔,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계속 설득하던데 귀에 들리진 않았다. 내게 사기친 선배는 내 표정이 너무 해맑으니 무척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다음 날도 하루가 그렇게 갔다.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박힌채로… 이제 그녀의 얼굴이 부어있지 않았다. 아름다웠다. 어떻게 그리 퉁퉁부은 얼굴속에 이런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는줄 알아봤을까 하는 나에대한 감탄이 튀어 나왔다. 숙소로 가는 버스안 그녀의 옆에 당연히 다가가 섰다. 승객이 많아지면서 그녀와 붙어서게 되었다. 내가 작은소리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도망갈래요?”

의아한 눈으로 날 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녀의 손을 잡고 닫히려는 버스문 밖으로 뛰어 내렸다. 뛰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길도 몰랐다. 그리고 어디로 뛰어야하는지도 몰랐다. 한참을 뛰다가 눈에 들어온 먹자거리 안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바람에 덩치들이 미쳐 내리지 못했는지,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갑도 없었다. 첫날, 다 빼앗겼다. 그녀와 난 어떤 포장마차 골목 계단 그늘에 숨어 쪼그려앉았다.

“돈 있어요?”

그녀가 내게한 첫 마디였다. 난 고개를 가로져었다.

“지갑도, 가방도, 핸드폰도 다 거기 있는데 어떻하죠?” 그녀가 내게한 두 번째 말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달라는구나”

내가 그녀에게 한 두 번째 말이었다.

경찰에 신고하느냐, 그래서, 가방을 찾으러 가느냐? 다단계업체는 지역 경찰과 연계되어 있다는데, 정말 그럼 어떻게 할거냐? 그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면서, 계단 및 그늘에 숨어 아침을 맞이했다. 밤새 오뎅국물 냄새가 우리 둘의 위장을 괴롭혔다.

아침이 되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몰린 버스정류장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냥을 했다.

그녀보고 나 혼자 챙피하면 된다고 큰 소리치고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만원만 빌려주시면 꼭 갚을게요“를 시전했다.

그렇게 그녀를 버스에 태워보내고, 나도 집에 갔다. 물론, 그녀의 전화번호와 다니는 학교 과는 당연히 대화하면서 알게됐다.

그렇게 여름이 갔고, 난 그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솔직히 말하자면, 했는데, 없는 번호였다. 잘못 기억할리 없는데, 잘못 기억한 걸로 믿기로 했다.

그리고 개학을 했다. 학교에 갔다. 물론 우리학교는 아니었다. 그녀의 단과대 입구 주변을 몇일을 어슬렁 거려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사기꾼 년, 구해줬는데, 나한테 사기를 치냐“

하루종일 그녀의 학교를 떠돌다 지쳐 들어간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고르다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이미 나를 발견한 상태였다.

처음 ”도망갈래요?“ 라고 물었던 순간처럼 그녀의 눈동자가 커져있었다. 삼각김밥을 먹다가 정지한 상태라 아름답지 않았어야 하는데, 아름다웠다.

그날 우린 기차역 앞 포장마차에서 몇차인가를 하다가 막잔을 먹자며 술을 먹고 있었다.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기억에는 없다. 그저 많이 취해있었고, 그곳이 기차역앞 포장마차라는 건 확실히 기억한다. 그녀가 한잔이 조금 덜 남은 소주병을 들고 마셔버리고는 말했다. ”저 기차 해운대 가는 기찬데, 아… 바다보고 싶다“

내가 왜 그랬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난 그녀의 손을 잡고 뛰었다. ”가죠. 바다보러!“

그렇게 우린 해운대로 갔다. 가는 내내 대화는 없었다. 그녀도, 나도 너무취해 숙면했던 것 같다. 기차 승무원이 종착역이라고 흔들어 깨워 내렸다. 정말, 그 기차는 해운대에 우릴 내려줬다. 해운대는 비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미친 연인처럼 우린 즐겁게 백사장을 뛰어다녔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갈아 입을 옷도 신발도 없는데 우린 9월의 바다의 모래를 뿌렸고, 파도를 뛰어넘다가, 마침내는 물속을 딩굴었다. 그리고, 도파민 분비가 끝나갈 때 쯤 추위가 찾아왔다. 그렇게 우린 어색하게 모텔에 갔다. 관광지라 그런지 모텔 값이 십만원이나 했다. 다른 여느 도시들의 두배도 넘는 금액이었다. 학생이었다. 그리고, 다단계에 속는 바람에 제대로 된 알바도 방학내내 하지 못했다. 모텔비를 내고나면 집에 갈 차비도 남지 않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말 할 순 없었다. 그녀가 기차비는 있겠지 했다. 하지만, 그녀와 처음 달리던 날 버스정류장에서 했던 동냥이 악몽처럼 계속 떠올랐다. 그렇다고 차비 있냐고 묻기도 그랬다. 모래 범벅이 된 그녀가 먼저 싰으러 갔고, 난 침대 귀퉁이에 걸터 앉아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가 가운 차림으로 덜덜 떨며 나왔다. 그녀는 온몸을 떨며 내게 안겼다.

”따뜻한 물이 안나와!“

그녀의 떠는 차가운 몸을 이불로 감싸 안다가 눈이 마주쳤다. 맑고 커다란 눈동자가 이불속에서 별처럼 빛났다. 그렇게 키스가 시작됐다. 아직 씻지도 못한 내 몸으로 전해지는 가운 속 그녀의 맨살이 느껴졌다. 그녀의 가슴의 압박과, 숨결과, 부드러운 입술이 나를 지워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이 생각이 떠오르지 말았어야 했다. )

‘십만원이나 줬는데? 따뜻한 물이 안나와?’

난 키스하고 있는 그녀를 밀쳤다. 그녀가 다시 나를 끌어 안으며 키스하려 했다. 난 그녀를 밀어냈다.

”십만원이나 줬는데… 따뜻한 물이 안나온다고?“

그리고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따뜻한 물을 확인 했다. 따뜻한 물이 잘 나왔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 탄식이 나왔다. 욕실에서 무겁게 돌아선 내 눈에, 어느새 옷을 다 입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아… 내 눈치 없음이.. 돈 없음이.. 이 사태를 만들었다.’

이제 시작되었다.

1.비느냐? 아님,  2.쿨하게 먼저 나가느냐? 아님,  3.우느냐…

생각해보니.. 이제 기차비도 없다..

경우의 수가 펼쳐졌다.

내 젊은 날의 모두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선택은 하나다.

 

어떤 존경스러운 작가님이 단편좀 쓰라해서 생각났습니다. 몇주전에 썼다가 오글거려서 바로 지웠던 단편,

글창에 남기기는 그렇고 자게에 쓰고 , 와.. 은율e 작가가 광고만 하는건 아니었군 이라는 이미지를 얻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저 3가지 중에 뭘 선택하시겠는지요?

재미있으셨으면 [신들의농장] 구독하긔 ㅋ

은율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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