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은 정교하게, 사고의 확장은 소설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항상 보호받는 건 아닙니다.
보호받는 건, 그 생각이 아직 머릿속에 있을 때뿐입니다.
자유게시판을 정치와 무관한 곳으로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유게시판은 주제와 형식이 자유로운 곳이지, 말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곳은 아닙니다.
일단 생각이 글로 올라오는 순간, 그 말은 담론 속으로 들어갑니다.
농담도 그렇습니다.
감상도 그렇습니다.
하물며 논쟁은 더 그렇습니다.
논쟁을 하겠다면, 그리고 상대를 설득하겠다면, 말은 좁고 정확해야 합니다.
어느 문장이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내가 말한 것은 어디까지인지.
상대가 말한 것은 어디까지인지.
이걸 놓친 채로 감정만 밀어 넣고,
논지를 끝없이 넓히고,
상대를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 교양이 부족한 사람, 공부가 부족한 사람 자리에 먼저 앉혀 놓으면,
대화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 저는 이상합니다.
그건 대화가 아니라 포위입니다.
의자를 빼 놓고 앉으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TV토론이나 방송에서 패널들이 하는 말조차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말과 막말이 그저 무지의 소산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조차 대개는 계산이 끝난 언어입니다.
자기 진영과 이해관계와 카메라를 의식한 말입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형식은 지킵니다.
질문이 있으면 답을 하고,
주장이 있으면 근거를 대고,
상대 말을 비틀었다면 다시 맞춥니다.
그런 절차조차 없이 말이 커지면, 논쟁은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을 분류하는 자리가 됩니다.
자기 생각이 있다면 차분하게 관찰하고 계산하고 ,
그리고 규칙을 지켜서 말하면 됩니다.
그래도 부족하다 싶으면,
더 자유롭게, 더 제약 없이,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논쟁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형식이 있습니다.
소설입니다.
소설을 씁시다.
여긴 소설 플랫폼이고, 우리는 소설 쓰는 게 좋은 사람들입니다.
더 말하고 싶지만 저도 이만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