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Ask Me Anything

분류: 수다, 글쓴이: 무강이, 18시간 전, 댓글35, 읽음: 124

딱히 자유게시판을 들락날락하진 않습니다. 가끔 감수성에 취해서 장문을 쓰거나, 자기 작품을 홍보하러 오긴 하지만, 솔직히 진정으로 대화를 위해서 온 적은 없습니다. 그야, 저는 인터넷에 신뢰를 버렸으니까요. 인터넷에서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은 X가 트위터이던 시절에부터, 이름 머시기가 눈독들이던 시절 이전부터 버린지 오래입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남이 뭐 하는지 관심없잖아요. 안 그래요? 굳이 나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신상 보호니 그런 걸 내버려두더라도 자의식 과잉으로 스스로 함정에 빠진 적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는 있어서 아직도 빚을 갚으면서 대충 살고 있습니다.

 

레딧 자주 들락날락 한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유명한 사람이 와서 AMA 라는 걸 하곤 하죠. 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물론 저는 유명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고 싶은 욕심이 있기는 하지만 버렸구요. 그래도 사람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긴 합니다. 콜센터니 보험이니 하는 게 예상 외의 천직이라 느낄 정도구요.

 

그리고 퀴어 당사자입니다. 현재 일단은 논바이너리 트랜스페미닌으로 정체화하고 있습니다.

딱히 대학에서 퀴어 이론을 전공했다거나, 퀴어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래에서 쓰신 분이 저보다 퀴어 이론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랜스’라고는 합니다만. 아예 (호르몬제를 투여받는) 트랜스여성처럼 F64를 진단받고 호르몬제를 투여받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래도 예. 외출할 때 브래지어에 치마는 입고 다닙니다. 다행히 응원은 못받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솔직히 혐오자들도 퀴어가 뭔지 모르거든요.

딱히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독서모임을 나가본 적도 있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 중에는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는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퀴어 작가라고 해서 퀴어 문학을 쓰는 것도 아니구요.

 

네. 그냥 퀴어로 살아 있습니다. ‘너는 다른 퀴어 사람들만큼 고생을 하지 않았으니까 네 퀴어성은 아가리 닥치고 있어야 한다’는 논조의 이야기를 비슷한 퀴어로부터 들은 적도 있습니다. 뭐, 고생을 안 했어도 퀴어는 퀴어입니다. 아직 트랜스페미닌으로 정체화하지 않았던 시절 남자랑 잔 적도 있고, 말했듯 지금은 치마를 입고 다닙니다. 남들이 뭐라 하거나 이상하게 쳐다본 적은 없으니 다행히 부자연스럽지도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저를 매대 위에 올려서 팔아봅니다. 퀴어는 당신 곁에 있고, 당신이 평소에 하는 말을 듣습니다. 궁금한 게 있나요. 가볍게 물어보세요. 물론 제가 대답 못하는 게 있을 수도 있습니다. 퀴어라고 해서 퀴어에 대해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니까요.

무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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