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이 아닌 장르문학을 쓴다는 것
어제 오늘 BL 장르와 관련해서 자유게시판이 상당히 뜨거웠었군요;
논란을 재점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 흐름에서 논쟁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이는 글 중 하나에는 저 또한 별 생각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도 달았기에, 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스스로에게도 BL 이라는 장르를 막연한 공식으로 편협한 시각으로 보고 있지 않았나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논쟁을 모두 차치하고 한가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민트박하님의 아래의 10738번 글에서는 BL이 비주류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물론 로맨스, 현대 판타지가 웹소설 주류 매출 장르이긴 하겠지만, 브릿G에서 주로 쓰이고 읽히는 타 장르에 비해 과연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025. 4. 발간한 2024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추정에 따르면 2024년 웹소설 시장은 약 1조 3,500억 원입니다. 보고서는 그 중 리디의 웹소설 매출 추정치를 1,096억 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디는 웹소설 부문 중 BL 장르는 대분류로 따로 묶어두고 있습니다.
매체를 불문하고 문화컨텐츠라는 측면에서 보면 ‘‘BL’ 장르는 시장의 지배적인 소비자가 된 여성들의 지지로 주류 장르로 올라서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604141543003
2020년 대 이후부터 이미 주류 언론도 BL 장르의 가능성을 지켜봤습니다. 이미 어느 영역이건 2030 여성을 주요 타겟층으로 삼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시장은 돈이 되면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504178265g&category=&sns=y
드라마쪽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https://www.osen.co.kr/article/G1112809259
아래의 민트박하 님의 글 본문 중에 “여성들이 향유하는 장르, 여성들이 즐기는 장르는 언제나 하대받고 천대받는 게 일상이라 익숙”하다는 자조적 표현이 씁쓸했는데, 대중적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더라도 충분히 시장을 움직이는 정도는 되는 것 같으니 마음을 조금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왜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냐면, 여기는 브릿G라서 그렇습니다.
출판사의 성향을 그대로 가지는, 웹소설보다는 출판 장르문학의 색채를 강하게 띠는 곳이라 그렇습니다.
앞서 2024년 웹소설 시장이 약 1조 3,500억 원이라고 했는데, 전체 출판 시장은 4조 8,911억 원입니다.
그런데 교육출판 매출이 4조 1,622억 원, 단행본출판 매출 4,653억 원, 급성장한 만화·웹툰·웹소설 출판 매출 2,635억 원입니다. 어쩔 수 없이 교육서적 위주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긴 합니다만, 기존 장르문학씬을 생각하면 다소 충격적인 수준입니다.
단행본출판에 웹소설이 아닌 장르소설의 매출이 포함되는 셈인데, 문제는 단행본출판 4,653억 원은 장르소설만의 매출이 아니라 어린이책, 학술서, 문학, 인문, 실용서 등을 모두 합친 실적이라는 것입니다. 각 주요 출판사의 장르소설 브랜드별 매출액을 살펴볼 수 있으면 더 분명했겠지만 해당 내용이 담긴 자료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더 슬픈 것은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4년 1분기 출판유통통합전산망 판매데이터 리포트도 봤는데, 2024년 1분기 성별/연령별 구매 순위 50에서 소설은 찾아보기 거의 어렵습니다.
여기까지 찾아보고 나니 처음 품었던 의문은 어느새 다른 방향으로 옮겨갔습니다.
BL이 주류인지 비주류인지는 이미 제 머릿속에 남아있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는 알았지만 숫자로 확인하자 웹소설이 아닌 장르문학을 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좁은 시장을 향하는 일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릿G처럼 출판 장르문학의 성격이 강한 웹공간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거대한 웹소설 시장의 흐름과도, 단행본 중심의 출판시장과도 조금씩 비껴난 자리에 서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곳에서 계속 장르소설을 쓰고 있는 걸까요.
시장성이 충분해서도 아니고 많은 독자에게 쉽게 닿을 수 있어서도 아니라면,
웹소설이 아닌 장르문학을 쓴다는 것은 우리에게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얼마전 하드/소프트 SF에 대한 논의도 그렇고, 어제 오늘 BL과 관련한 논쟁도 그렇고, 다소 날이 선 듯한 부분도 있어 보이고 각자의 견해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그래도 충분히 건전하고 건설적인 논쟁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브릿G이기에 장르소설와 관련해서 논의를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브릿G에 와서 ‘작가는 진심으로 읽어주는 단 한 사람의 독자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을 체감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제가 그 한 사람의 독자가 되어드리고 싶지만 여건 상 쉽지 않은 경우도 많아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공휴일이 붙어 짧은 연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당장 해야하는 업무가 있는데 무심코 브릿G에 들어와 자유게시판을 눌러버렸고,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천성 탓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이렇게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네요.
브릿지언 여러분, 모두 평안한 밤 되길 바랍니다.
언제나 그렇듯, 모두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