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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출근해서 일은 안하고 게시판을 보다가 게임 연관 게시물을 보고 써보는 똥글

분류: 수다, 글쓴이: arsgem, 3시간 전, 댓글5, 읽음: 40

세상은 간사한 법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당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왕에게 세상이 망하든 말든 관심을 껐으리라. 하지만 그땐 몰랐으니까. 마왕을 겨우겨우 지하로 돌려보냈더니 주어진 건 푼돈이었다.

 

딸의 자고 있는 얼굴을 봤다.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전형적인 서양인의 외모인데 이름은 영희다. 그래, 사실 내 친딸이 아니다. 신이 점지한 아이라나? 그러면서 용사 보수에 양육비까지 얹어 줬지만, 사실 아이 하나 먹여 살리고 가르치기에도 팍팍한 돈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나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는 아이인 것을.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아이는 활발했다. 어떨 땐 공주님이 되고 싶다고 했고, 어떨 땐 사교계의 꽃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어느 날은 아빠처럼 용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것만은 안 된다고 막았다.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땐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텅 빈 지갑을 보면서도 차마 허락하지 못했다. 그랬더니 검을 들고 황야로 가서 마수를 사냥해 오기도 했다.

 

추수의 시기가 다가오면 농장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녀오기도 했다.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잠드는 모습에, 그냥 다시 마왕을 풀어 주러 갈까도 고민했다.

 

망할 놈의 술집 아르바이트를 몰래 다녀온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을 땐, 밤에 술 한잔을 마시며 눈물을 흘렸다.

더러운 세상.

 

어느 날은 마왕의 사자가 왔다.

그래. 그놈. 죽지 않았지.

지하에서 복수의 시기를 노리고 있긴 할 거다. 나에게 결투 신청장이라도 보냈나 했는데, 황야에서 싸우는 딸의 모습을 보았다며 결혼을 타진하고 있었다.

미친놈.

내 분노를 느꼈는지 사자로 왔던 하급 악마는 꼬리가 빠져라 도망가고 있었다.

 

기시감이 들었다.

 

그러다 아이가 성인이 됐다. 어떤 귀족의 청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키워 줘서 고맙다고 하며 집을 나섰다. 조용히 돌아서서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딸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었다. 너는 신탁을 받은 아이였다고.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아버지의 딸이어서 행복했다고.

 

할 말이 없었다.

잠시 방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조용히 말했다.

 

“망했네. 뭐가 잘못된 거지…….”

다시 화면을 켰다.

 

프린세스 메이커 2

이번엔 공주로 키워야지.

ars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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