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게 문학이 제일 위험할 것입니다…
…일말의 양심으로 쓸까 말까 쓸까 말까 무한정 고민했는데…
…문제가 있으면 브릿G님이 지워주시겠지! 그 하나만 믿고 올립니다.
제 플사는 이거고요(!)
이것은 플사용 자게 문학입니다.
문을 다시 열고 나타난 그는 내가 알던 남자가 아니었다. 오늘 하루 종일 나와 함께 다니며 내 말에 웃어주던, 그리고 저녁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점잖은 목소리로 분명하게 자기 의견을 밝히던 그 사람이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같은 옷, 같은 목소리인데도 이렇게나…. 어쩐지 소름이 돋아, 나도 모르게 뒤로 조금 물러난 것 같다. 하지만 가벼운 소음과 함께 내 등에 와 닿은 딱딱함에 나는 현실을 직시해버렸다.
이미 나는 동의했어. 물러나선 안 돼.
그러나 얼굴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새끼양의 가죽으로 만든 장갑을 낀 손이 부드럽게, 내 턱선 위에서 움직였다.
“지금이라도 싫다고, 안한다고 할 수 있어요. 모든 건 동의를 전제로 하니까.”
나는 갑자기 야수로 변하지도, 제어할 수 없는 범죄자로 변하지도 않을 테지만, 하며 말이 이어졌다가, 입술 끝의 곡선과 함께 소름이 되어 사라졌다. 그가 이제 내게 뭘 할지 아는 상황에서 이렇게나 이율배반적으로 다정하게 들리는 목소리라니. 떨리는 눈을 감으며, 스스로에게도 흐느끼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나는 숭배하는 자세로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나는 이미 동의했어요.”
“…그렇다면—”
곡선이, 열려 동굴이 된다.
“—지금 세이프티 워드safety word를 알려줄 테니 잊지 말아요. 어떤 부정의 말도 나는 교성으로 들을 테니까. 「없어」, 「없어」 라고 말하면 그땐 멈출 거니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없어를 외쳐. 없다, 없어요, 전부 안돼. 「없어」 라고 말하면 멈출 거니까.”
동굴 속에서, 어둠이 새어나왔다.
그 어둠 속에서 짐승이 기어 나와 말꼬리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더 이상 생명을 향유하지 못하는 말꼬리가 숨을 거두는 순간, 그의 존대가 평어가 되었다. 처음 들어 생경한 그 반말로 나를 긴장시킨 채 그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검은 색에 금색, 어둠 속의 빛 – 화려함이 아로새겨진 검은 쇼핑백이 이질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것처럼 말이 새어나왔다.
“입 생…로랑…?”
왜 쇼핑백, 것도 하필이면 입 생 로랑? 그런 의문을 떠올렸던 듯도 하다. 그러자 그가 다시 미소 지었다.
“날 일상에서 표상으로 박아넣어 기억시킬 거니까. 이제 당신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입 생 로랑YSL 심볼만 보면 지금을 떠올리겠지.”
곧 정말 그는 익숙한 일상의 사람에서 표상으로 바뀌었다. 쇼핑백을 하나 뒤집어썼을 뿐인데, 잊혀지지 않을 강인한 표상이 되었다. 그리고 내게도 어둠이 찾아왔다.
나는 머리에 쇼핑백을 쓰고 자유를 박탈당한 후, 오랫동안 숨을 토하고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시야를 빼앗기면 불안감이 증폭된다. 불안감이 공포 외의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땀이 굴러 떨어지고, 반대방향으로 몸이 휘고, 급하게 숨을 들이키면 그게 곧 다른 것으로 인식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떨어지자 나는 아기처럼 울었고, 맞은 자국을 스쳐 만지며 그가 속삭였다.
“맨손이라니, 천박하게. 역시 처음은 휘핑whipping이어야지.”
불타는 감각 위로 불타는 감각이 또 하나 더해진다. 꿈틀거리며 나는 또 울었다.
“너를 위해 준비된 케인Cane이 있어. 널 닮았지. 익숙해지면, 꺼내올 거야.”
“-!”
“휘핑 만으로도 다들 포기해서 케이닝caining까지 버틴 여자는 없지만.”
이미 충분히 돌아버릴 것 같은걸. 하늘과 땅이 자리를 바꿨어. 한 번 충격이 올 때마다 서로 끌어안고 돌지.
내쉬는 숨결도, 들이쉬는 숨결도, 너무너무 고통스러운데도 색정적이라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몸과 몸을 섞는다니, 천박의 극치. 혼자 태어나 혼자 죽어가는 사람이 어떻게 엉겨붙는 걸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거짓말이야!”
아아, 아아아, 반대방향으로 몸이 휠 때마다, 치료약처럼 말이 떨어진다.
내가 흘리는 이건 내 체액만이 아닌 것 같아. 내가 녹아내려. 녹아서, 당신 발 아래로 흘러 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겠어.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아. 내가 움켜쥘 건 당신밖에 없어. 발 딛을 곳 하나 없는데, 오로지 말채찍만이 느껴져. 그래서, 이 감각에 더 매달리게 돼.
“이게 나야. 나를 받아들여! 말해봐, 받아들인다고!”
“받아들여요!”
고개를 숙이며 울부짖는 바람에 아까부터 눈물에 젖어 부자연스럽게 흘러내리기 시작한 쇼핑백이 기어코 굴러 떨어졌다. 나는 엉망이 된 얼굴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신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한 치의 모자람도 없는 완벽함. 빚어낸 듯한 완전무결성. 가장 이상적인 모양으로 구부러진 채찍의 선과, 특정할 수 없는 힘을 갈무리하는 저 손가락-
나를 채찍으로 때릴 거라 수줍게 고백하던 그는, 손바닥으로 때리는 스팽킹은 너무 하찮은 것이라고, 제대로 된 향유자들은 정말 아끼고 아껴온 도구만을 소중하게 꺼내든다고 말했었다. 그건 그 자체, 옷 밖으로 드러날 일이 없는 그의 심볼 그 자체의 상징과도 같다고.
맙소사, 내가 그의 분신으로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후려쳐지고 있다니.
숨을 쉴 수 없어. 이대로 죽을 것 같아.
촉촉한 눈으로 나는 부어오른 입술을 깨물었다. 발정난 고양이처럼 엉덩이를 치켜들고, 꼬리처럼 공기를 휘저으며, 그 다음 떨어질 매질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유명한 작가가 찍은 사진처럼 고정되어, 희미한 금색빛 아래 그림자처럼 서서 쇼핑백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네 상징이 떨어졌으니까.”
다정한 목소리로 그가 답했다. 아, 고작 그런 이유라니. 이것밖에 닿을 수 없다니. 나는 고개를 파묻고 신음처럼 으르렁거렸다.
“보지 않을게요. 더요!”
그러나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천천히, 여유로운 자세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다리 하나가 다른 위로 올려져 우아한 모양을 빚어내는 걸 본 나는 굴종적으로 울부짖었다.
“더요! 아직, 아직 더요!”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분명 웃었을 거다. 웃음기를 숨기지 않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원하는 게 있나?”
“당신!”
“아니야, 더 정확하게 말해. 원하는 게 있나?”
“당신의 그…!”
아, 차라리 XX를 원한다고 말하는 게 더 쉬웠을 텐데. 알몸으로 엎드려 있는데도, 넣어달라는 말보다 이게 더 부끄러울 수 있다니. 몰랐다. 새로운 경험이 될 거라고 했는데, 정말 몰랐다. 돌려 눕자 부끄러운 눈물이 얼굴 양옆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린 채,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며 나는 울부짖었다.
“원해요, 원해요! 루테인! 루테인 한 달 치를 원해요! 요새 눈이 침침하단 말예요! 우리집에는 고양이도 루테인도 없어!!!”
불이 켜졌다.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금세 쇼핑백을 벗어버린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처음으로 자신이 벌거벗은 걸 깨닫게 된 하와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곧 내 수치를 모르는 양팔이 내 몸에서 수치를 아는 부위를 가렸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가 된 심정으로, 나는 울고 싶어졌다.
내 울먹이는 얼굴을 본 그가 다정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기다려요, 연고를 가져올 테니까.”
“-?”
묻고 싶어도 목이 잠긴다. 왜 이렇게 끝나는 거죠? 하지만 입술만은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곧 그가 대답했으니까.
“세이프티 워드를 말했잖아요.”
세이프티 워드? 「없어」? …맙소사, 그러고 보니, 정말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받아들여진단 말이야? 부끄러워 죽고 싶다는 심정으로 나는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곧 가린 얼굴 위로 붉음이 밀려왔다. 얼굴을 가리자마자 나는 알몸이고 이제 아무 것도 나를 가릴 것이 없다는 깨달음이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잔뜩 붉어진 내 위로, 무언가 떨어졌다. 손가락 사이로 내려다보니 자켓이었다. 그가 자신의 자켓을 벗어 내 위에 올려준 것이다.
“괜찮아요. 유도한 것이기도 하니까. 이미 열 대를 맞았어요. 지금은 잔뜩 흥분해서 모를 수도 있지만 내일 많이 힘들 거예요. 게다가 처음이잖아요? 그 이상 맞으면 못 걷게 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나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하지만 그 덕에 잊고 있던 흥분감이 찾아왔다. 그 감각을 숨기려 나는 부던히 노력해야 했다. 고통, 고통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신이었다. 전신이 하루 종일 남자와 침대 속에서 뒹군 것처럼 그저 아플 뿐이었다. 맞은 엉덩이가 아니라.
나는 그가 문을 닫고 사라지자마자 다시 엎드려, 얼굴을 파묻고 몸부림쳐야 했다.
맙소사, 내가 정말 무슨 말을 한 거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전 건전하고 성실한 이 땅의 가장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이나경님이 제게 불을 지르시고 장아미님이 제게 부채질을 해 주셔서…! (아님) 위험하지 않고 해치지 않으니 돌아오십쇼…! ㅜㅜㅜㅜ
감사합니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