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리뷰
다른 곳에 먼저 올린 리뷰라 말투가 다른 점 양해 바랍니다.
비문학 리뷰니까 도입부는 생략…
전에 읽었던 장강명의 르포 ‘당선, 합격, 계급’을 너무나도 잘 읽었기 때문에, 장강명이 소설가란 직업에 대해서 썼다는 이 책 역시 사서 읽게 됐다.
칼럼으로 연재했던 부분과 다른 곳에서 썼던 글들을 모아서 한데 엮고 추가 업데이트 겸 각 칼럼마다 덧붙임 글을 썼는데, 당선합격계급에 비하면 르포에서 에세이로 한 단계 낮아진 만큼 각종 수치나 데이터, 인터뷰보다는 좀 더 가벼운 잡담이 많다.
근데 그래도 르포에서 읽히던 장강명의 태도와 말투는 여전히 견지되는 것으로 봐선 사람이 이렇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말 그대로 소설가라는 직업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떠들기보다는 소설가란 직업 자체에 대해 자기가 겪은 다양한 일들과 소설가란 직업 생태계(장강명은 소설가를 단행본 저술업자라고 표현한다)에 대해서 본인이 든 여러 생각들을 다룬다.
나야 아직까진 등단했음청년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아득한) 선배 작가 장강명이 에세이 속에 기술한 경험들을 얼마나 체험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에세이 덕분에 직접 체험해보기 전까진 알지 못했던 요소들…(문학관 상주, 강연, 강연료나 계약금 문제 등등)에 대해서 잘 알게 됐다.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겪는다면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근데 내가 소설가란 직업에 대해서 어떠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며 유용한 정보를 얻고자 에세이를 산 건 아니고, 그저 장강명이 소설가란 직업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그 시각과 작가관이 궁금해서 샀었는데, 뜻하지 않은 이슈들이 안에 있었다.
인세 누락 사건과 신경숙 표절 사건 비판과 관련한 창비와의 갈등이 그것이다. 전자는 장강명이 당사자였고, 지금도 검색하면 쉽게 나오고, 장강명이 거의 총대를 멘 수준으로 나서서 사태를 일단락시켰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장강명은 해당 사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를 두고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비판하는데, 왜냐면 인세 누락 사건에 대해 연대는 침묵했지만 다른 국내외 정치적 이슈에는 성명을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장강명이 가장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인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도 계속해서 지적된다.
후자는 장강명이 본 칼럼을 연재하고 엮는 과정에서 창비와 결별하게 된 경위다. 창비는 장강명이 신경숙 비호와 관련해 창비가 취한 태도를 두고 칼럼에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런데 창비가 그 표현을 두고 교정 요구를 했고, 그걸 거부하다가 창비의 보복성 불이익(…)을 겪고 나서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창비 이야기야 그렇다 쳐도(책 내용을 읽으면 나오지만 개인 편집자 선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높으신 분들의 결정이 일방적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심지어 나중엔 그 책을 맡은 편집자도 모르는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한다), 연대 관련한 비판은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나는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명함을 받았지만 거기에 들어가진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개인적인 사유로서 내가 강도 높게 비판한 작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곳에 들어가는 게 스스로 껄끄럽기 때문이고(단순한 비판이고 작가가 그걸 인지는 했다-정도면 모르는데 내 sns를 차단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두 번째 이유는 내 정치적 성향이 연대의 성명에 묶이고, 내 정치적 소신과 의견이 연대의 정치적 활동에 묶이는 것이 상당히 껄끄럽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만약 들어간다면 거긴 분명 조직 정체성 외에 사안에는 무관심한 자기 본분에 충실한 조직일 것이다.(단순히 내 정치 성향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그 조직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역시 내겐 없기 때문이다)
인세 누락 사건도 연대나 노조가 나서서 해결한 게 아니라 장강명 개인이 들이받아서 해결됐다는 사실에 대해 장강명이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 그리고 연대가 무엇을 했어야 하냐는 물음에 장강명이 덧붙인 글을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졌다. 동시에 정리된 면도 있고.
또한 장강명의 문제의식 중 하나인 ‘북한 인권 문제’는 에세이 중간에 계속 언급되어서 “아 장강명 작가가 북한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고려하고 있구나”라는 걸 대강 알고 있었는데, 아예 칼럼 한 파트를 통째로 할애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걸 보고 존경스러워졌다.
민족 정체성에 기대지 않고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가지는 책임의식…… 북한을 점점 ‘남남’으로 생각하는 풍조 속에서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나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작품으로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표출하는 쪽은 아니다 보니 장강명 작가의 노력에는 독자로서 응원할 수밖에 없다)
가만 보면 장강명 에세이에서 다뤄지는 단행본 저술업자의 생태계는 ‘현대화’되었다기 보다는 묘하게 근대-현대 사이의 어중간한 형태를 가진 듯하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얘기도 그렇고, 독서 생태계 얘기나(이건 당선 합격 계급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졌다), 강연료나 인세 입금, 판매 부수 얘기나…… 읽다보면 내가 생각하는 21세기 현대사회라기엔 너무 주먹구구가 아닌지? 싶은 부분이 있어서 놀랐다.
이 책은 3년 전에 나왔고, 지금은 투비 컨티뉴드에서 시즌2가 연재 중이라는데, 또 엮여서 나오면 또 사서 볼 생각이다. 3년 사이에 또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어떤 변화를 겪었을지… 지금 당장 들여다볼 수 있지만 그러면 또 출판물을 안 사서 읽을 것 같으니까 그냥 기다렸다가 보려고 한다.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어떤 낭만적인 환상을 찾기보다 그 현실이 궁금하다면 사서 읽어보시라.
생각보다 더 이상하면서도, 생각보다 더 멀쩡한 직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