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만우절 n행시] 술래잡기
안녕하세요. 2026 만우절 n행시 참여합니다.
*제목 : 술래잡기
*제시어 : 아홉수는 환불불가, 도서연체의 말로, 소일장, 후원, 리뷰, 연재 / 총 6단어 24글자
*n행시
아 : 아홉 살, 한밤 중 정원에서 벌어진 술래잡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희미하고 차가운 달빛 아래, 내 뒤를 따라붙던 술래.
홉 : 홉뜬 눈동자가 어찌나 무섭던지. 사냥감을 쫓는 맹수한테서나 보일 법한 열기가 눈에 서려 있었습니다.
수 : 수수께끼가 따로 없죠. ……술래는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습니다.
는 : 은밀하게 숨겨진 나만의 아지트에 ‘그것’은 어떻게 찾아들어왔을까요.
환 : 환영이었을까요? 내가 헛것을 보고, 헛것을 듣고, 헛것을 느낀 걸까요?
불 : 불신. 나는 기억을 집요하게 헤집고, 들쑤시지만.
불 : 불신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가: 가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돌고 돌뿐입니다. 머리를 끌어안은 채로.
도 : 도시 곳곳에 안개처럼 퍼진 소문에서 단서를 건져낸 건 정말로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서 : 서점 말레우스를 아십니까?
연 : 연회장 같은 곳이라고들 평가하더군요, 독서광들은.
체 : 체제에 반한다고 오래 전에 불탄 걸로 알려진 금서들도,
의 :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수상쩍은 내용들이 적혔다는 기이한 책들도,
말 : 말문이 막힐 정도로 그곳의 천장부터 바닥까지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더군요.
로 : 오죽하면 말레우스의 주인은 인간이 아닐 거라는 말도 돕니다. 악마 정도는 되어야 그 엄청난 컬렉션이 설명된다는 거죠.
소 : 소문에 따르면 말레우스에는 <소환서>가 있다고 합니다.
일 : 일몰이 완전히 이루어진 시각, 달 아래에서 소환서의 주문을 외우면.
장 : 장소 불문, 원하는 존재를 눈앞으로 끌어낼 수 있다더군요. ……그만 두라고요?
후 : 후회는 없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후회는 없을 겁니다.
원 : 원하던 원하지 않던, 저는 ‘그것’의 수수께끼에 얽혀버린 몸입니다. ‘그것’한테 잡혔던 어린 날 이후로, 술래는 제가 되었으니까요.
리 : 이미 막은 올랐습니다. 저는 소환서를 손에 넣었습니다.
뷰 : 뷰글 소리가 들리네요. 책에 따르면, 소환되는 존재가 있던 차원의 소리가 넘어올 수도 있다더군요.
연 : 연기가 보입니다. 유황 냄새가 납니다.
재 : 재가 흩날리는 사이로 저는 손을 뻗습니다. 아, 드디어……잡았습니다.
cf. 뷰글 : 금관악기의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