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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리뷰

분류: 책, 글쓴이: 창궁, 2시간 전, 읽음: 39

*다른 곳에 쓰고 올린 것이라 말투가 다른 점 양해바랍니다.

 

 

 

비문학 리뷰니까 도입부는 없이…… 이 책의 존재 자체는 꽤 예전부터 들어왔었는데, 잊고 지내다가 생각나서 사서 읽게 됐다. 그런데 지금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망생 시절에 이걸 읽었다면 ‘그럼, 그렇지’라고 비관이 더 강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그렇다고 이 책의 논조가 비관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지금이라고 가볍게 읽는다는 뜻은 아니고, 생각의 결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책의 내용은 대기업의 ‘공채’와 장편소설공모전을 비교하며 둘의 유사성을 논하며 그 장점과 한계, 대안과 본질을 모색하는 이야기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장강명이 각 잡고 인터뷰 따고 자료 수집하고 통계 정리한 르포라서 그런지 술술 읽히는 건 물론이고, 정말 많은 관계자들의 이야기(심지어 장편소설공모전을 만든 당사자들의 이야기까지)를 들을 수 있다. 적어도 본인이 소설가의 꿈을 가지고 있고, 공모전을 준비 중이라면 이 책을 일독하는 걸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소설에 대해 어느 정도 실망감을 가진 이들 역시도. 왜냐면 2018년에 쓰인 책인데도 여기서 다뤄지는 한국소설을 향한 비판점들이 딱히 2026년이라고 달라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차이점이라면 2018년에 비해 2026년이 좀 더 회의가 심해졌달까.(독갤 기준으로 말한 거긴 하다) 그러나 그 비판점들에 관해 몇몇 허무맹랑한 억측들에 대해서도 실체를 밝히고자 장강명이 열심히 조사한 내용들이 담겼고, 딱히 문학판이 8년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되게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서 오간다. 장강명은 언론사 공채, 삼성 공채, 그리고 장편소설공모전까지 모두 통과해본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서, 본인이 ‘중심부’ 인간이기에 ‘중심부’와 ‘주변부’를 취재하는데 용이함을 알고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왜냐면 ‘주변부’ 인간이 ‘중심부’를 취재하는 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내 식대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공모전(공채, 입시 등) 외 살 길이 없어졌기에 공모전 제도가 필요악이 된 것이라 보고, 계급을 이루는 성(城)(특권, 정보비대칭 등)을 먼저 허물어야 공모전이 품는 단점들이 다른 제도와의 연립(혹은 양립)으로 해소될 수 있다.

작가 생태계에 한해서 다시 풀어 얘기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작가가 장편 공모전 외에 자기 책을 내고 지면을 확보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만 공모전에 목 매달지 않게 된다.

거기에 한국 문단과 공모전을 둘러싼 각종 음해와 떠도는 풍문들에 대해서도 실체를 밝히고자 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문단 카르텔(실체 없음), 술자리나 뒤풀이 같은 데 부비부비해서 청탁 얻음(실체 없음), 장편 공모마다 성향과 성격이 다름(차이 없음, 양질의 원고가 별로 없고 그냥 심사위원 취향대로임), 자간 장평 글씨체가 영향력 있음(루머로 퍼진 건 다 개소리고 그냥 잘 읽히게 배치한 게 최고임), 대중(혹은 장르)소설작가와 문단작가의 대우 차이가 있음(진짜임) 등등…

결국 소설 작가의 생태계도 ‘간판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간판 싸움이 됐기에 더 공모전에 몰려들게 되고, 출판사는 그저 스타 작가 하나를 찾기 위한 투자일 뿐인데 갑자기 이러한 공모전에 ‘공정성’의 잣대가 엄청나게 들이밀어진다. 처음 장편소설공모전이 나왔을 땐 아예 인맥으로 출판하던 시대였단 걸 생각할 때, 장편소설공모전은 하나의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장편소설공모전 ‘외에’ 책을 내는 일이 어렵고 관심도, 주목도 받지 못하게 되니 더더욱 장편소설공모전에 매달리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 아이러니한 건 장편소설공모전의 성공으로 인해 장편소설공모전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었는데, 너무 많이 생겨난 나머지 질적 하락을 면치 못하고 하나둘 폐지된 것이다. 예비 작가 풀이 출판사들의 욕심을 감당해내지 못한 경우랄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사례다.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현 공모전에 대해 어떠한 불공정성 내지는 불만을 잔뜩 품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공모전이 폐지되길 원하지 않는다. 이는 마땅한 대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공모전이 당선돼서 그 견고한 성 안에 들어가게 되면 ‘등단 작가’로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유감스럽게도 기업 공채와 달리 소설가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별로 좋은 기대는 아니지만)

그래서 책의 말미에는 공모전 자체를 어떻게 하는 것보다, 공모전을 통해서만 주목 받고 관심 받는 형태(한국소설의 판매량은 베스트셀러가 절반 이상이다)를 완화시키는 게 필요악으로 변질된 공모전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즉, ‘계급’을 이루는 특권 그 자체를 무너뜨려야지, ‘계급’에 입문할 성문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그리고 이에 대해 로스쿨과 사시에 대한 인터뷰를 함께 다룬다)

공모전, 출간, 신인 작가가 살아남는 것… 결국 ‘등단’이라는 형태의 계급이 유지하는 ‘특권’이 무엇이냐? 장강명은 정보 비대칭을 지적한다.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책이 어떤 내용이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 자세한 데이터를 독자가 접근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독자는 되도록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해외소설처럼 이미 외국에 서평이 쌓여있고 얼마나 팔렸는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독자는 ‘안전한’ 선택 대신 ‘취향대로’ 선택하게 된다. 해외소설 판매량에 베스트셀러 비중이 한국소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걸 보면 설득력이 있다.

바꿔말해, 어디 서평단의 서평이나 출판사의 서평이나, 평론가의 평론보다는 일개 독자의 솔직한 리뷰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러한 리뷰에 접근이 쉬우면 쉬울수록 한국소설이 보다 ‘다양하게’ 팔릴 수 있고, 그건 곧 ‘공모전만이 살 길’을 철폐하게 만들 것이란 얘기다.(이에 관해 까는 것도 서슴지 않는 네이버 영화 리뷰 문화와 비교한다) 읽는 내내 독서 갤러리가 생각나긴 했다. 하지만 독서 갤러리가 있다고 해서 한국소설이 좀 더 다양하게 읽히느냐? 라고 하면……

내가 느낀 바로는, 한국소설에 대한 회의가 깊어진 나머지 약간의 아이러니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즉, 이런 것이다. 한국소설에 대해 여전히 ‘발굴’하며 리뷰하고 다니는 사람은 그 열정과 애정으로 인해 ‘솔직한’ 리뷰가 불가능하게 되고, 진짜 ‘솔직하게’ 리뷰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일말의 관심조차 내려놓은 터라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중간 지대에 있는, ‘솔직하게’ 리뷰할 수 있으면서도 한국소설을 꾸준히 읽는 사람이 아직 적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잘 모르겠다. 나는 독자이기도 하지만, 작가이기도 한 만큼 내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 걸까?(그래도 나는 꾸준히 국내 작가 소설들을 찾아 읽을 생각이다. 그런 나조차 공모전 중심으로 읽고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

작가로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공모전에 자주 투고해 이름값을 쌓고자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틀린 게 아니란 걸 확인했지만, 그게 딱히 기쁘다거나 자랑스럽다거나, 혹은 뿌듯하다거나 쾌감이 느껴진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반대로 씁쓸하다면 씁쓸했지. 특히 더 씁쓸한 부분은 장강명이 웹소설에 대해 대중소설과 문단소설의 교두보가 되어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언뜻 내비쳤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웹소설 작가와 인터뷰했던 내용에 지적됐던 웹소설의 문제점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특화돼 극단적인 대중소설로 나아갔다.

나는 지금에 와선 웹소설은 시 수필 소설 희곡처럼 한 갈래로 분화됐다고까지 여기는 사람인데, 8년 전에는 이런 시각도 가지고 있었다는 걸 보면 뭔가…… 참 아이러니하다. 심지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단 얘기가 적어도 웹소설엔 그다지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적어도 문단작가 지망생보다는 웹소설작가 지망생 풀이 압도적으로 넓을 테니 말이다)

결국 출판사, 작가, 독자의 삼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변화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떻게? 일개 작가이자 일개 독자인 내가 무슨 수로?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자 노력하는 것과 ‘재미있는’ 소설과 ‘재미없는’ 소설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하는 것이다. 그럼 누군가는 나의 솔직함과 나의 취향을 믿고 책을 읽어주겠지.

나는 구플북으로 읽었는데, 장점은 인용으로 첨부된 링크를 바로 타고 들어가서 인용문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단 점이고, 단점은 삽입된 이미지들이 페이지를 넘어가서 출력된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읽는 데 방해될 정도로 심각하게 페이지를 오버한 건 없었지만…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p.s. 이 책에는 브릿G도 언급되고 황금드래곤문학상(중단 전)도 언급됩니다. 책의 논지를 따라가면 현재의 황금드래곤문학상이 기존의 공모전 형태보다 조금 더 나은(동시에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형태이지 않나 싶어집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책을 내고 작가가 된 사람들이 작가로서 살아남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건 또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요(…)

창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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