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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황당하더라도, 이야기는 현실의 표상이다.

분류: 수다, 글쓴이: 블루라쿤, 17년 8월, 댓글4, 읽음: 121

이야기는 현실의 표상이다.

좀비들이 이 세상을 뒤엎고, 흙수저 커리어 우먼이 재벌 2세와 만나더라도,

모든 이야기, 문장과 단어는 현실에 기반해 존재한다.

즉 sf나 환상문학, 사변 문학이라 불리는 비 현실적인 소재를 들고온 장르에서라도 이야기는 현실에 기반해 존재한다.

수궁가에서 토끼와 자라가 어떻게 이야기하고, 토끼가 어떻게 물속에 들어가겠으며, 용왕이 어디 있는 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실의 어떤 것을 통해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토끼를 소시민으로 용왕을 고위층으로 잡아서 바라 볼수도 있는 해석을 할 수 도 있고, 육지와 바다라는 구분되는 장소에서 오는 도덕적 해이로 해석 할 수 도 있다. 텍스트 해석이란 원래 이런 것이다. 작품 자체는 단지 재료일 뿐이고 그것을 생각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독자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 역시, 작가임과 동시에 독자이고, 더 나아가 현실의 한 사람이다. 독자의 시선이란 곧 자신의 시선이다. 내가 품고 바라보는 현실이 없다면 이야기는 공허하게 된다.

만약 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쓴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현실에는 엘프가 없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는 현실을 담지 못하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자연 파괴를 멈추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경제를 위해 개발해야한다는 사람들. 누군가는 엘프가 되고 누군가는 인간이 될 것이다. 아끼던 풍선이 날아가서 엉엉 우는 아이 역시 엘프가 될 수 있다. 뉴스에서 미래를 약속하며 누군가의 아버지를 가차없이 퇴직시켜버리는 사장이 인간이 될 수있다.  아이를 혼내는 어머니가 엘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발견해내고, 이해하고, 숙고하며, 결국 어떤 개성적인 형태로 조합해 낸다. 그것이 캐릭터, 스토리, 문장이 된다. 감히 단언하자면 좋은 작가는 여러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고유한 시선 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의 시선 역시 알아야 한다. 그것을 의식적으로 알든 무의식적으로 찾아내든 그것은 다르겠지만, 누군가를 매료시키는 글은, 타인의 시선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텍스트 해석은 독자와 작가가 마주봐야 한다. 위에서 내려봐서도 아래에서 올려봐서도 안된다. 서로 친한 친구처럼 동등한 시선에서 이야기 해야한다. 그 설득하는 과정이 매력적이어야만 이야기는 오롯히 완성된다.

요약

1.이야기는 현실의 표상이다.

2.이야기는 독자의 손에 완성된다.

3.독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해야 좋은 글이 된다.

 

두서없는 잡소리이니 적당히 걸러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블루라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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