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왜 빨리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분류: 수다, 글쓴이: 노르바, 4시간 전, 읽음: 20

다독은… 음… 글쎄요, 어릴때부터 책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편이라…
지금은 일단 책꽂이 대부분은 비문학입니다. 일부는 신화나 상징 관련.

소설은 여기서 읽는게 전부입니다. 장르소설은 오히려 남편이 훨씬 많이 읽었습니다.

 

다작과 다상량 얘긴데…
이실직고하자면, 저는 오컬트적인 실천을 자주 합니다. 오컬트적이라고 하니 좀 이상하네요. 융심리학적 망상을 자주 한다고 해두죠.
그 중 하나의 기법이 ‘스피릿 애니멀 만나기’인데, 별거 없습니다. 어떤 동물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머리속에서 상상으로 그 동물을 매일 만나러 망상세계로 떠나는겁니다. 30일정도 매일.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이게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한 1분정도면 그날치가 끝납니다. 1분동안 무슨 대화를 하냐, 그러겠지만, 1분을 실시간으로 대화를 한다기보다는, 실질적으로는 마치 ‘예전에 이미 만났던 사람과의 대화를 떠올리는’ 기분으로 후다닥 지나갑니다.
그러면 그 1분간의 ‘기억’을 두다다다다 타이핑으로 기록하는거죠.
그게 하루평균 1000~1500자정도 됩니다. 1분동안 떠올린 상상이 1000글자정도 된다는 말이죠. 타이핑에 약간의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10분.

그러니까, 매일 1000~1500글자정도 되는 짧은 동화-동물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를, 30일 내내 쓰는 연습을 한거죠.
한번 할때마다 30일
1년에 한두번씩
몇년간.

‘소설’이라고 이름붙이지만 않았지, 아무튼 뭔가 상상한 것을 기록하는 연습은 계속… 했던셈이네요.

 

그 중 하나를 올려보자면…

[8일차]
나는 호두 몇알을 건넸다.

“뇌물인가? 뭐 그런다고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는 없다네. 아무튼 잘 받아두지.”

앵무새는 곧바로 호두를 발로 붙들고 부리로 까먹기 시작했다.

“혹시 유클리드세요?”

앵무새는 내 물음에 먹던 호두를 뿜어버렸다.

“크흠, 그렇게 부르는 건 그대 마음이지만 그닥 마음에 들진 않는군.”
“그럼 소크라테스세요?”
“하;;, 그냥 입이 바쁜 앵무새 정도로 해두도록 하지.”
“훔………..”

너무 옛날 사람들 이름을 대서 그런지 그닥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듯 했다.
앵무새는 부리를 날개로 닦으며(보통은 반대 아닌가; 부리로 날개를 고르는…) 말했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네. 쉬운 답은 답이 아니라지만 오히려 너무 가까이 있고 코 앞에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것, 아주 쉬운 게 답일 때도 있지.”

“그럼…………”

평면, 판, 평평한….
그 평면 위에서 자라는 과거의 기억….
그럼 과거의 기억은 결국 누가 키우는거지? (자라긴 하고?)

“내가 평면적인 사람이라는 의미인가요?”
“바로 그거라네. 얄팍하고, 평면적이지.”

기분이 나빠야 될 말인데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평균적인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이군요?”
“평ㅡ범? 이 초원의 크기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켁, 켈록.

“어…………… 음……………………;;;;;”
“정신이라는 녀석은 허세를 부리지. 누구나 다 그렇다네. 마치 내 날개 색깔처럼.”

앵무새는 날개를 양쪽으로 펼쳐보이며 말했다.

“그럼 역시 원래 검은색이었군요?”

2일차에 했던 ‘검은색’이라는 말, 그리고 예쁜 새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려고 각종 새의 깃털로 치장했던 까마귀의 우화를 떠올리며 물었다.

“본래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네. 어떤 모습으로 허세를 부리는지가 중요하지.”
“그럼 처음에 말했던 것들과는 다른 이야기 아닌가요? 원래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렇지 않네. 결국 같은 이야기야.”
“그럼 이 초원의 크기가 내 허세의 크기인가요?”
“글쎄”

애매한 대답.

—–

이만큼이 1분치입니다. 대략 1100글자정도 되니까 저기중간중간에 분위기나 심리묘사를 하는 문장을 추가하면 5000자로 만들 수 있겠죠.

대화위주로 상상을 기록하는걸 몇년을 했으니 스토리가 대화 위주로 진행될수밖에… 저렇게까지 훈련했는데 대화를 못쓰면 그게 더 이상한거겠죠…?;

 

일단 그리고… 저는 퇴근이 빨라요. 집에 오면 5시쯤 되고, 씻고 밥 먹으면 6시나 6시반. 그때부터 11시반까지 글만 줄창 쓰고, 그 다음에 씻고 잡니다. 4시간에서 5시간정도를 하얀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남편이 걱정을… 하죠.

 

아 12시다.

노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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