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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틈을 탄 자게 엽편

분류: 수다, 글쓴이: 녹차백만잔, 4시간 전, 댓글4, 읽음: 40

어느 추운 겨울, 이름 없는 작가는 작업실 문을 열다가 경악했다.

“아이고! 이 빌어먹게 구멍만 숭숭 뚫린 외투가 기어코 작업실 열쇠까지 먹어버렸구나!”

빈약한 상상력을 쥐어짜 하루 3천자를 써서 댓글 하나와 별 다섯개를 버는 그에게 외투를 수선할 정신머리가 어디 있겠는가.

“하늘이 잘생긴 외모도 신들린 글재주도 안 주시더니.”
“아재요.”
“이제 기어코 작업실 열쇠까지 앗아가는구나!”
“아저씨요.”
“더 살아 무엇할까!”
“야!”

계속 무시당하자 분노한 소년이 작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에 던져져도 혓바닥만 춤을 춰댈 작가의 말이 멈추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못알아먹을 헛소리였다. “당연하다. 한대 맞았다고 청산유수로 말이 나왔다면 글쟁이가 아니라 MMORPG게임의 공대장이 되었거나, 넘치는 불만을 터트리기 위해 사회운동을 했을 테니까. 뭐, 실제로는 헬스장은 커녕 걷기 운동도 적게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말이다. 어쩌면 작가란 능이버섯과 거의 비슷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능히 해내지 못한다면 능이버섯이라도 되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여긴 전자 자물쇠야! 잠깐 문이 맛탱이가 갔다고 무슨 궁상이 그렇게 길어? 왜 서술자인 척하면서 대사를 치는 거야?”
“아 좀 가만히 있어봐 이것아. 직접 경험한 거야말로 리얼리티가 사는 이야기란 말이다.”
“아니. 그냥 문 수리하는 사람 올때가지 멍때리고 기다리면 되잖아.”
“그래서는 재미가 부족하잖아! 추운 겨울에 자기 작업실에도 못 들어가서 얼어 죽는 작가 얘기라니. 얼마나 웃긴 일이냔 말이다!”
“개그보단 로맨스가 잘 먹힐 텐데.”
“그건 또 다른 재능의 문제인지라.”
“…참 안쓰러운 문제네.”

입을 나불대는 걸로는 모자랐는지 그는 하얀 눈 위를 긁어 자기가 겪고 있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적어나갔다. 최소한 시끄러운 말은 적어졌다. 아마도 눈으로 덮인 바닥이 새하얀 워드(혹은 한글. 또는 메모장. 어쩌면 스마트폰 화면) 화면과 같은 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오는 걸지도 모른다.

“언제오려나. 건물 관리자 양반.”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작가들의 비명이 불을 땐 굴뚝의 연기처럼 올라왔다. “서버가 불타거나 고양이가 오줌을 지린 게 아니고서야 필시 별것아닌 기술적 결함이겠지만, 자기가 만든 걸 걸어둘 곳이 없어진 작가의 심리적 불안은 감히 무시할 수 없는 거였다. 그게 돈이 되든, 개추를 받든 말이다.”

“아니, 그니까 서술자로 위장해서 말하지 말라고.”

겨울이었다.

 

 

(※ 이 엽편은 브릿G 작품관리 탭이 마비된 동안에 작성되었습니다.)

녹차백만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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