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시상식.Hugi

강남출판문화연구소라고 해서 처음엔 다른 간판처럼 대문짝만하게 표시돼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실은 오는 길에 절묘하게 위치한 공사 중인 건물인 줄(…)
다행히 진짜로 공사 중인 건물에 기웃거리진 않았고, 무사히 입성(?)했습니다. 1층에서 보니 민음사가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강남출판문화연구소를 천하로 본다면 위나라 포지션이 민음사 쯤 되려나요(아무말)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비좁은 복도와 함께 민음사 명패가 뙇! 하고 반겨줍니다.
사실 제가 2시 50분에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시상식은 몇 시? 4시. 남은 시간은? 1시간 10분. 시상식이 열리는 대회의실은 불도 꺼져 있어서 대회의실인지도 못 알아보고 잠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잠깐 나갔다 오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까지 했던 건 안 비밀.
근데 또 생각해보니 어차피 시상식 초대 받은 손님인데 가게가 오픈이 안 돼 있어도 문이 열려있다면(?) 당당하게 들어가서 대기해도 되지 않나 싶어 대회의실에 입성했습니다.
불도 켜고 의자도 펼쳐서 얌전히 앉아 기다렸죠. 너무 일찍 온 탓에 대회의실은 정말로 회의실다운 풍경이었지만, 저는 “아 본심 진출자들을 이렇게 앉혀놓고 중앙에서 사회를 보나?”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진짜로 그랬다면 오늘 진행을 맡으신 사회자(편집자)께선 분명 벌칙게임의 참패로 사회를 맡으신 게 되겠죠…
다행히 그런 일은 없고 시간이 지나 슬슬 대회의실을 시상식 자리로 탈바꿈하려는 시도 속에 제가 발견(?)되었습니다. 다행히 쫓겨나진 않았고요. 시상식 현장으로 변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직관했습니다.

이것이 시상식 현장_최최종.jpg……! 이 과정에서 책 편집을 함께 한 편집자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소문의(?) 브릿G팀(1인)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아 이게 확실히 온라인에서 텍스트로만 서로를 인지하는 것에 비해 면대면으로 인사를 나누니 파괴력이 상당하더라고요. 물론 좋은 의미로의 파괴력입니다.
덤으로 편집자님께서 “혹시 성함이…?”라고 물으셨을 때, 제 머릿속에 순간 오만가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대체로 그 기억들은 인터넷에서 숱하게 접한 “이름을 물었는데 닉네임/필명을 말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으로 답했죠. 생각해보면 “혹시 필명이?”도 아니었는데 이름으로 답하는 게 인지상정이었습니다. 아님 말고요. 별것도 아니고 악의도 없는 순수한 질문에 혼자 난리부르스를 치는 게 작가된 도리(?) 아니겠습니까.
수상자 자리를 따로 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자리가 탐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정.말.부.러.웠.습.니.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브릿G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심사평이 업로드돼 있어 빠르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본심에 올랐으나 논의된 작품 중에 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절망을…orz 그래도 제가 읽으며 높이 평가했던 작품들이 심사평에 거론된 걸 볼 때 소소한 기쁨 역시 있었습니다.
여러분 탈피 읽으세요. 두눈박이 살인 사건도 읽으시고요. 이건 진.심.입니다.
하여튼 시상식은 매우 절제된 목소리의 사회와 함께 진행됐습니다. 인사를 나눌 때만 해도 들었던 목소리 톤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에 혼자 깜짝 놀랐다는 건 안 비밀… 한두 번 해본 솜씨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제가 소설에 이 순간을 묘사한다면 “창궁은 한순간 바뀐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숙달된 목소리였다. 한두 번의 경험으로는 나오지 않을 안정되고 절제된 톤이었다.”이라고 쓰지 않았을까요?
이전에 과학소재 단편소설 공모전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시상 자체는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TV에서나 광고와 연출로 질질 끌지, 현실의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손쉽게 역전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수상 소감을 들을 수 있단 것이죠!
이야기 부문, 도서 부문 모두 겸손과 감사, 그리고 작지만 분명한 포부가 담긴 소감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언젠가 저 자리에서 농담을 건네며 유쾌하게 수상 소감을 전하고 싶단 꿈을 키우게 됐네요. 하하. 그러려면 우선 편집부 추천작에 드는 것부터…… orz
하여튼 제가 수상하는 자리는 아니므로(?) 진정한 하이라이트인 추첨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런 추첨에 당첨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모수(?)가 적어서 혹시나! 싶어지더라고요ㅋㅋ 개인적으로 제일 탐났던 건 제국 시리즈와 복수의 칼날이었지만…… 크아악

꿩 대신 닭이라고, 사실 닭이라고 하는 것도 뭔가 아닌 것 같지만(어디까지나 읽는 책과 필사노트라는 차이에서요) 하여튼 이영도 필사 노트에 당첨됐습니다. 살다보면 이런 것도 당첨돼 보네요. 제 선물꾸러미의 무게를 늘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셨습니다. 근데 제국 시리즈나 복수의 칼날 당첨됐어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겠죠…
하여튼 추첨이 끝나고 단체 촬영까지 하고 나니 시상식이 20분 만에 끝났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긴 했지만, 1시간 예정이라더니, 마치 질의응답만으로 수업 시간을 떼우려던 교수님이 떠오르더군요. 예, 정신없이 빠져나갔단 얘기입니다.
사실 물어볼 게 아예 없진 않았는데, 대부분은 때가 되면 알게 될 것들이거나, 너무 사소한 부분이라 차마 다른 사람들 있는 데서 면대면으로 물어보기 쪽팔린(…) 것들인지라 후회 없이 빠르게 빠져나갔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3호선과 2호선과 4호선의 퇴근길 콜라보레이션으로 입고 온 롱패딩을 벗어 내팽개치고 싶을 정도로 찜통 같은 열차를 지나 다시 추운 바깥 세상을 거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근데 심야 일정이 있어서 다시 나옴ㅎ 지금은 진짜로 집입니다. 야호!
이번 시상식은 제게 있어 두 번째 시상식이지만, 사실 따지자면 제 첫 책이 나오게 된 문학상의 시상식이기도 하고, 저를 작가 타이틀 붙게 만들어준 브릿G의 시상식이기도 한 만큼, 무지막지한 의미덩어리였습니다. 그런 설렘과 기대가 있었기에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던 것이고요.
저 같은 작가님이 한 분이라도 있을 줄 알고 어떻게 아이스브레이킹을 할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다들 시상식 시간에 맞춰 오셔서 단! 한 분과도!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과학소재 단편소설 공모전 때 박부용 작가님과 인사를 나눈 건 기적이었어……
내년 황금드래곤문학상에도 초대받아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신청&추첨으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직은 작은 시상식에 불과할지 몰라도, 저를 작가로 만들어준 은혜는 100배, 1,000배로 갚아야죠.
황금드래곤문학상이 장르소설 문학상에서 알아주는 상이 되기까지, 앞으로의 건승을 바라겠습니다.
즐거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