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25 연말정산] 저 골드 코인 주세용

분류: 수다, 글쓴이: 너드덕, 5시간 전, 댓글9, 읽음: 45

간만에 돌아오신 담장님께 이 이벤트를 열어주신 것을 감사하며, 저도 간만에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립니다.

 

1. 2025년에 이룬 것, 혹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창작의 영역에서는, 원고 의뢰 들어온 청소년 경장편 소설을 오래 붙잡고 있다가 탈고했습니다… 힘들고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과학동아 11월호에도 소설을 하나 실었는데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공상비과학 코미디를 써놓고 SF소설이라고 주장하는 내가 과학동아에 소설을…? 이런 세상이 오다니 말세입니다.

그래도 2025년에 가장 큰 일을 이룬 것은… 탄핵을 다같이 이루었다는 것이겠죠.

 

2. 2025년에 본 창작물 (영화, 책, 기타 등등)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AI 기술이라는 게 빅테크 주도로 탄생하기에 착취적인 형태로 뻗어내리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책입니다.

애초에 현재의 ai기술이 제3세계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강도 높게 착취하지 않으면 발생가능하지 않았던 형태의 기술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말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 말고는 요즘 ai기술이 어쩌고하는 책들이든 기사들이든 특별히 와닿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이 책을 번역하고 출판해준 분들께 고마움까지 느꼈습니다.

작년에 읽은 세드릭 뒤랑의 <기술봉건주의: 빅테이터 제국에 포획된 현대 경제와 민주주의>와 <노동자 없는 노동: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과 미세노동의 탄생> 이후 ai관련 책중 가장 괜찮았습니다.

우리는 제1세계(미국)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삶의 형태도 역시 범남반구를 대상으로한 수탈로 유지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데요. 현재의 ai 기술 개발과 소비시장 질서가 이 행성적 형태의 자본주의 착취와 수탈의 연장이라는 걸 모든 사례를 통해 상세히 알려주는, 현재 가장 필요한 르포 작업이었습니다.

 

-보도블럭 아래 해변: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의 일상적 나날과 영광의 시간들

예술을 통한 자본주의에 대한 대항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예술이 플랫폼에 종속되어 그 플랫폼이 요청하는 양식으로 조정되는 시대죠.

모든 작품이 의미 없어졌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재밌고 뜻 깊은 콘텐츠인 것과는 별개로 사실이 그렇다는 거죠. 뭐, 펑크 록스타들도 매번 이 문제에 대해 좌절하고 고민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저항적인 주장이 담긴 <월E> 같은 애니메이션도 그 영화 속에 담긴 내용과 달리, 디즈니라는 거대 착취 기업을 배불리게한 작품이고요.

하지만 오래된 20세기 어느 지점에는 예술로서 저항을 꿈꾸는 자들이 있었고, 68혁명이 일어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마지막 혁명이 68혁명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뜻깊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에트 공산주의에 실망하고, 자본주의적 시장에 굴복한 팝아트로 변질된 전위예술들을 비웃으며 또 다른 전위 예술 운동을 펼쳐낸 그룹이 있었으니, 그들은 상황주의자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와 다양한 이론적 비평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기 드보르라는 기인과 함께한 괴짜집단처럼 알려진 그룹인데… 이 책이 그런 편견을 깨트려줄 수 있기를…

뭐, 그 시대를 추억하며 패배감만 젖어 있는 책은 아닙니다.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옛 좌파 테러리즘 운동과 현재의 좌파 커먼스 운동을 연결하며 새로운 혁명을 꿈꾸게 한 것처럼, 이 책도 지금의 예술가들에게 지금 시대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우리가 놓친 건 무엇이고 그렇다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심하게 합니다.

 

3. 2026년의 창작, 감상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계약한 공포 소설을 왕창 써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편집자 센세..!)

이후에는 장편소설 끼적거리고 있는 거 열중해서 써볼 예정입니다.

감상 목표는… 2025년에 엄청나게 번역으로 쏟아진 SF 걸작들을 다 읽어보기…

올해 아쉬운 건 브릿g에서 작업을 덜했다는 것인데, 내년에는 이 좋은 커뮤니티에서 좋은 작업물을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 합니다.

 

올해 브릿g에서 감상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한줄평: 레트로 퓨처리즘이라는 과거적 상상력으로 2020년대 한국에서만 가능한 시대적 고민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기발한 소설

너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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