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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하강] 소일장 종료

글쓴이: cedrus, 11시간 전, 댓글1, 읽음: 44

10월의 소일장이 종료되었습니다. 열한 분의 작가님께서 참여해주셨어요! 브릿G에서 지원해주신 코인을 더해 리워드를 전달드렸습니다. 혹시 누락된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smile: 

 

OriginCode 작가님의 <Null 그리고 하강>에서 인물은 엘리베이터 속에 갇힙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사무실을 떠나려는 참이었지요. 멈추지 않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나’는 오직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멈춰 있을 것인가, 계속 떨어질 것인가. 추락을 지연시키며 버틴 끝에 ‘나’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긴장감 가득한 글이었어요.  

4CLAMPS 작가님의 <폭포>에는 특이한 그림이 등장하는데요. 폭포를 담은 그림이 어느 순간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변하고, 누군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려 합니다. ‘나’의 불안과 살의를 일깨우는 사건들 속에서 폭포의 이미지가 무척 강렬했던 글이에요. 

끼앵끼앵풀 작가님의 <우주적 타락>은 먼 우주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였어요. 긴 촉수를 뻗어 별을 휘감을 수 있는 크툴루가 인간들의 세상에 내려가겠다고 해요. 원래 모습을 감춘 채 한낱 미물이라고 불리는 인간들을 만나보겠다는 건데요. 무엇이 우주적 존재들을 지상으로 이끌었을까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었어요.  

노르바 작가님의 <네오 에다 Neo Edda>는 현대를 배경으로 북유럽 신화를 새롭게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토르 형사의 마지막 협상’에서 소일장 제시어인 ‘무한한 하강’을 담아냈어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온 토르 형사가 범죄자의 위협 속에서 협상을 시도합니다. 폭발의 위험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한편 자신이 해온 일들이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살피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  

김뭐시기 작가님의 <A라는 이름의>는 한 인물이 살아오며 느낀 것들,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감상을 전달하는 형식의 글이었어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에는 아름다운 것만 가득한 것 같은데, A는 그 아래 감춰진 것들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A가 발견한 것들은 그를 한없이 불안하게 했고 언제나 추락하는 것처럼 위태로운 감정을 불러왔지요. 하지만 이제 A는 스스로를 의심하기를 멈추기로 했습니다. A에게는 A만의 감정이 있으니까요. 

김은애 작가님의 <사실에 대하여 진짜는 의미 없었다>는 엄마의 죽음 이후로 몇 번이고 그 순간을 떠올리는 w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엄마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포대기로 어린 w를 등에 묶었지요. 그때 느꼈던 공포와 생생한 감각들은 여전히 w에게 현실처럼 다가와요. 도무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과 함께요. 짧은 글 속에 두려움과 외로움이 터져 나오는 듯했지요. 

석하 작가님의 <어떻게든 뭐라도>의 주인공 유하는 방 안에서만 지내며 끊임없이 SNS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은 쉽지 않았고 몇 번이나 직장을 옮기다가 스트레스로 응급실에 간 일까지 있었다고 해요. 순간적인 자극으로 불안을 지우며 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유하에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들이 닥쳐 오지요. 이제는 정말로 끝이라고 생각할 무렵, 오빠와의 대화는 유하에게 새로운 동기가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기로 마음을 다잡아요. 

기록관리인 작가님의 <끝이 없는 아래로>는 어둠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에서 시작됩니다. 난간도 없는 아슬아슬한 계단이 이어지고 그 아래는 까마득한 어둠만 보여요. 게다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면 지나온 길은 사라지고 어둠이 그 자리를 대신해요. 이미 세 명의 인물이 어둠 속으로 추락했어요. 남은 네 명은 얼마나 내려갈 수 있을까요? 저 어둠 속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 글이었어요. 

소금달 작가님의 <기억에 남는 일>은 제주 4.3 사건의 일부를 담은 글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쫓아 죽이는 참상을 아무도 말하지 못했을 때, 폭포만은 그 자리를 지키며 모든 것을 보고 들었어요.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허망하게 사라지고 만 비명과 울음을 잊지 않도록 말이에요. 

Clouidy 작가님의 <부자유낙하>에서 하강은 은하를 호령하는 제국이 사람들을 처형할 때 사용한 방법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행성 바깥에서 사람들을 떨어뜨리는 거예요.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추락해 언젠가는 예정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한 것이지요. ‘나’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고통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제트팩을 개조해 더 빨리 지상에 떨어지려고 했어요.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어요. 

용복 작가님의 <5분 소설> 속 ‘작은 손’ 에피소드는 프레리도그와의 특이한 교신을 담고 있어요. 인간의 언어와 다르게 그들의 언어는 토양을 닮았어요. 생태조사팀의 일원인 은서는 그들의 언어를 듣습니다. 지상은 안전하며 올라와도 괜찮다고 전했어요. 그러나 그건 인간의 기준에서 내린 판단일 뿐입니다. 프레리도그들은 그들만의 판단을 내렸지요. 다른 종과의 교류, 미지를 향한 떨림이 매력적으로 그려진 글이었어요. 

 

‘하강’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어요. 문자 그대로의 물리적인 하강이기도 했고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이기도 했지요. 핼야드에게 그랬듯 추락의 의미이기도 했고, 때로는 자유와 선택을 의미하기도 했고요. 아주 먼 곳을 향하거나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상태로 나뉘기도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참여해주신 분들, 함께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grin: 

ced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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