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볼결심] 노랫말 좋아하세요?
조..좋아합니다!
저는 영어를 할 줄 몰라서 영어 사전을 펼쳐놓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랫말을 곱씹어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가 주로 영미권에 산재해 있거든요.
그 중에서 이번 연휴에는 로라 말링의 노랫말을 몰아보려고 해요.
로라 말링은 제가 화가 날 때 주로 듣는 가수인데, 그녀의 노래에 잔잔히 흐르는 분노의 온도가 저의 것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이런 용도로 그녀의 음악을 사용하는 게 미안하긴 하지만.
노아 앤 더 웨일의 초창기 멤버로 프론트맨과 사귀다 헤어져 탈퇴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또 누구와 사귀다 헤어지고, 어떤 유명한 가수와 의문스러운 교류를 하고
이런 식의 화려한 연애사로 유명했던 초창기를 거쳐 지금은 페미니스트 전사가 된 재밌는 행보를 가지고 있는 가수이기도 한데
초창기 노랫말이 이랬다면
그의 비명 소리를 듣고 소스라쳐 깨어났어
그를 꿈 속에 홀로 두다니…
나는 달음질쳐 그를 으스러지게 끌어안으며
속삭였어
‘아무도 널 해치지 못 해, 내가 다 상대해 줄게
다 덤비라고 해!’
눈을 뜬 건 셰퍼드 부시 그린의 벤치 위였어
가슴께에 양초를 끌어 안고
그의 무릎에 머릴 기댄 채로…
이 시간의 공원은
사람의 흔적도, 빛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아
그리고 이번에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어디 덤벼보라 그래’
그가 비명을 질렀고, 난 뒤를 돌아봤어
위험한 꿈 속에 그를 남겨둔 채
나 혼자 깨어난 거야
나는 달려가 그를 끌어안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들며 속삭였어
‘놈들에게 널 빼앗기지 않을 거야
내가 싸울 거야
다 덤비라고 그래’
가슴께에 양초를 끌어안고
그의 무릎에 머릴 기댄 채
다시금 셰퍼드 부시 그린의 벤치에서 잠이 깬대도
나는 잠든 그를 끌어안고 몸부림 치며
허공에 대고 소리 지를 거야
‘이 사람을 데려가려거든
나한테 덤벼!
어디 덤벼보란 말이야!
나한테 오란 말야…’
야경증 / 로라 말링 (이 노랠 시작할 땐 종종 ‘제가 휘파람을 좀 불 건데 너무 잘 분다고 놀라지 마세요’라는 멘트를 해요. 그리고 저는 번번이 놀라곤 합니다. 대단해요.)
중반 이후 노랫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밤, 남편은 내 곁을 떠났고
남겨진 난 궁핍하고 외로운 아내일 뿐
나는 밥을 차리고
그는 삶을 살았지
이제와서 남은 생을 살아내기엔
난 너무 늙었어
그에게도
나에게도
말을 할 수 있으므로 나는 말하나니
신뢰할 수 있는 자는 귀 기울여라
입이 있다면 그대도 말하라
누구든 기꺼이 들어주는 이에게
-내가 이렇게 상냥한 것은
결코 나의 선택이 아니었노라고
바다를 향해 홀로 자전거를 달려본 적도 없었고
편지 위로 내 생각을 끝까지 적어내려가지도 못했지
떨쳐 일어나 힘주어 말하지도 못했어
뭔가 의미있는 말을
그에게도 나에게도
태평하게 잠들어 있는
늦은 밤 단꿈에 젖은 그대여
그대의 목소리가 나를 무너뜨린다
그대의 한낮 잠꼬대로 나를 침묵시켜
맹세컨대
누군가 현명한 사람이 나를 이끌어주길 바라온 건,
내가 이렇게 상냥하고
언제나 친절하게 굴었던 건,
결코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
아침 해가 뜨거든
나의 부드러운 잔디밭에 모여 우리는 춤을 추리라
그대는 분노에 찬 몸짓으로
나의 부름을 등지겠지만
그대가 도로 위를 질주하며
나는 왕이요, 너희 모두 위에 군림하리라 노래할 때
떠나온 곳을 돌아다본다면
가만히 손 흔드는 내가 보이리
혼자서는 바다를 향해 자전거를 내달려본 적도 없었고
스스로의 신념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어
한 번도 떨쳐 일어나
무언가 의미있는 말을 힘주어 외쳐본 적도 없었지
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말을 할 수 있으므로 내 말하나니 / 로라 말링
온도차가 느껴지시죠.
그녀의 노랫말을 곱씹으며 연휴 동안 이 온도가 옮겨가는 과정을 남겨드리려 합니다.
그녀의 음악에 공명해주실 분이 계신다면 기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