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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뒤집어 엎었는데 정작 찾던 책은 거실에 있었던 썰

분류: 수다, 글쓴이: 아도치, 4시간 전, 댓글2, 읽음: 31

실례합니다만, 혹시 여러분은 얼음나무숲 외전 「Dear」라는 책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저는 책을 삽니다. 책 사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책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어떻게 되느냐? 네. 책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못 따라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문제가 무엇이냐? 전자책을 사면 그나마 좀 괜찮을 텐데 저는 전자책을 사파. 마교. 취급하는 극도의 종이책우월주의자. 종이책신봉자. 종이책근본주의자. 인 것입니다. 아니… 제가 왜 ‘종이책’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책은 원래 종이책이 기본인 건데? (죄송합니다) 물론 전자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취향도 존중합니다(웹소설 사랑합니다). 그치만 제가 왜 전자책을 배척하는 위정척사파가 되었느냐 하면 톡소다라고 교보문고가 만든 웹소설 플랫폼에서 전독시 50화인가 100화 무료 이벤트 한다고 할 때 톡소다 앱 깔고 전독시 본편 전화(약 550화)를 실시간 연재 따라가면서 톡소다에서 사서 소장하다가 톡소다 섭종하고 나서 한동안 돈이없어 전독시못봄형.에 처해진 후 최근에서야 겨우 민생지원금의 은사 덕분에 개인 경제사정에 숨통이 트여 전독시를 다시 읽을수있게되는 일을 겪으면 이럴수밖에 없습니다. (톡소다는 섭종할 때 신청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기존 구매 이력을 이관해줬다고 하는데, 하필 톡소다 섭종 무렵이 제가 대학원 졸업논문 쓰느라 속세와 단절된 채 미쳐있을 때라서 전 톡소다가 섭종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흑흑 하지만 제가 전독시를 2번 소장했으니 싱숑 작가님들께는 2배로 정산이 갔겠죠 그럼 2번 소장하는것도 나쁘지않긴해요 그치만 전 정말 돈이없었어요…….)

 

그래서 암튼 저는 어차피 내가 리디 서재에서 n천권을 사서 읽어도 남는건 결국 종이밖에없다 종이책이짱이다!는 극도의 근시안적 종이책외길인생을 걸으며, 저는 나날이 휘어가는 제 책장과 발디딜 틈이 없어져가는 제 방바닥의 필사적인 구원외침은 무시하고 오로지 종이책만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소비습관은 대체 왜 심해졌느냐? 온라인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오… 이 책 좋아보인다 나중에 사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있잖아요? 그러면 100이면 100(아니 사실은 90 정도?) 예외없이 약 1~2년후 절판됩니다. 그리고 중고 프리미엄 매장에 원래 책값의 x5~x10 이상 되는 귀하신 몸이 되어 올라와있죠. 이런 일을 몇 번 겪어보고 피눈물을 흘리며 어떻게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값으로 책을 사기 위해 온갖 데를 헤매고 다니다보면(그리고 막… 도서관 같은 데서 험하게 막 굴려져서 표지와 날개가 너덜너덜하고 바코드 떼었다 붙였다 한 흔적이 훈장같이 붙어 있는 책을 껴안고 심봤다를 외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일단 안 볼 책이라도 그냥 무조건 사는겁니다. 아 언젠가의~ 내가~ 보겠지~ 책은 자고로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사 놓고 한 3~4년 숙성시킨 것들 중에 골라서 읽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책은 와인입니다(와인 마셔본적없음 주의). 일단 숙성을 시켜야 하는것입니다. 그러니까 모두들 책을 사세요(?) 언젠가 읽을 거 같다는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사야합니다!

 

무책임한 소비 같지만 저는 요즘 저의 이러한 책소비습관의 득을 상당히…많이 보고 있는데요. 새로 쓰려고 하는 소설의 소재가 상당히 마이너한데 그거 관련된 책을 옛날에 사서 긁어모은 덕에 이번에는 피눈물 흘리며 중고서점 삼만리를 하거나 해외원서박치기를 하지 않고 원래 사놓았던 책 더미를 헤치고 아주 편안한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책이 아니라서 맘대로 포스트잇 붙이고 책갈피 꽂고 할 수 있는 건 덤입니다ㅋㅋㅋ (이 맛에 책 사는거죠)

 

아무튼 그래서 저는 새 책을 사면 일단 어딘가에 놓고 잊어버립니다. 책장에 자리가 없어서 일단 비슷한 책 종류와 함께 세워놓다가 더 이상 쌓아놓을 수 없을 만큼 자리가 없어지면(해석: 다른 책을 더 많이 사면) 기존에 있었던 책들 사이에 어떻게든 맞춰서 낑겨 넣는데요. 그러다보니 책을 샀거나 구했다?는 건 알고 있는데 그 책이 어디에 있느냐?는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사태가 왕왕 발생합니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대분류(참고로 제 책장에는 황금가지zone이 따로 있습니다… 황금가지는 단일 출판사 또는 임프린트로서 제 책장에 zone을 갖고있는 유일한 브랜드랍니다)는 맞춰서 넣기 때문에 잃어버릴 일까지는 없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요……?

 

최근 트위터(X아님 주의)에서 하지은 작가님의 얼음나무숲이 다시 한번 샤라웃되면서 저도 아 참 다시 읽고싶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요. 지난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배포된 외전 Dear가? 그렇게 좋다는겁니다. 그래서 오늘! Dear를 읽어보기 위해 황금가지zone이 있는 제 책장의 판타지 칸으로 향했는데요. 문제는… 제 책장의 상태가…

 

정리정돈의 악마: 자 게임을 시작하지.

 

그렇습니다. 저는 너무 오랫동안 쌓고 넣기만 했던 제 책장을 보며 무력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 여기 분명히 있을 텐데? 있어야 하는데? 있는 게 맞나? 마치 어린 시절 방안에 볼펜과 지우개와 샤프를 삼키는 블랙홀이 있었듯 제 책장도 그런 형태로 진화해버린 줄을 저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근데 저는 사실 Dear를 받으러 여기… 시골짝에서부터 국제도서전을 갔었고? 온라인으로 눈마새 패브릭지도도 구매했었기 때문에 분명히 증정품으로 Dear를 받았으니깐? Dear가 집에 2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럼 Dear는 아마 높은 확률로 저 황금가지zone, 설령 잠깐 길을 잃었다 해도(?) 판타지칸 안에 있겠죠 제 판타지 칸은 보시다시피 상당히 넓어서 TRPG 도서들과 온라인게임 설정집도 있는데 제가 아무리 정리정돈을 못한다 해도 설마 Dear를 그럼 역사책 칸이나 작법서 칸에 넣어놨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책장의 판타지칸을 샅샅이 뒤지며 Dear를 찾…았는데 세상에! 없는 겁니다! (멘붕)

 

제가 무언가 책이나 수집품 같은 것을 찾다가 없으면 반드시 열어보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침대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제 침대 밑에는 수납장이 하나 있는데 그 규모가 나니아나라로 향하는 옷장 하나 쌈싸먹을 만큼은 되기 때문에 뭐든지 밀어넣어도 일단은 들어가는 대단한 수납력(?)을 자랑합니다. 물론 침대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매트리스, 전기장판, 이불 등이 상시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안 꺼내보는 것들만 넣어놓는데요. 그럼 주로 뭐가 있느냐? 옛날에 덕질했던 장르 관련물품들이 들어있습니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침대를 열어본 저는 고등학교 때 샀던 사운드호라이즌 7지평 메르헨 한정반(…)과 대학교때 보러 다니던 소극장뮤지컬 팜플렛 등을 잔뜩 마주하고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하였으나 빠르게 정신을 수습하고 찾…았는데 세상에 거기도 Dear는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멘붕이 아니라 절망입니다. 저는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어 다시 한 번 책장의 판타지칸을 뒤집어 엎고 정리정돈의 신…이 아닌 악마에게 비는 심정이 되어 책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 책장의 판타지칸이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제우스 신이 보셔도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하실 만한 꼴로 정리될 때까지도 Dear는 나타나지 않았고…

 

 

저는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 당시 제 동선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당시 만난 지인과의 오픈카톡방을 다시 읽어본다거나 뭐 이런 게 도움이 될 턱이 없고 그 때 당시 들고 갔던 가방에 아직 소책자가 들어있을 리도 없는 것이었습니다!(아무리 제가 외출을 안한다하지만 솔직히 그정도는아닌듯;;) 허망한 기분이 되어 거실로 나온 순간… 저는 텔레비전 옆에 있는 작은 책장에 어머니의 CT인가 PET인가를 담은 동네 정형외과 CD와 함께… 무언가 팜플렛을 모아놓은 곳? 무더기에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의 노란색 휴이넘 팜플렛을 발견하고… 홀린 듯이 그곳을 뒤져 Dear를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감격)

 

요약1: Dear는 지금 읽겠습니다… (브릿G나 카카페 등에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위에 나열한 바와 같이 제가 극렬종이책주의자라 종이책을 먼저 보고 싶더라고요…)

요약2: 앞으로는 방정리를 잘 해야겠습니다.

 

책을 좀 정리하려고 보니까 제가 주로 모으는 책은 판타지 SF 역사(한국근현대, 서유럽근대, 고대) 작법서 사회학 뭐 이 정도인 거 같은데 이 분류 안에서도 사놓고 많이 읽은 책 / 사놓고 1번 읽은 책 / 사놓고 안 읽은 책 / 안 읽었는데 언젠가 읽을 책 / 읽긴 했는데 더 이상 안 읽을 거 같아서 떠나보내고 싶은 책을 어떻게 정리해서 꽂아야 할지… 난망하네요. 그냥 이대로 사는 수밖에(?)

아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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