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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북클럽]엄지씨

글쓴이: 허아른, 5시간 전, 읽음: 18

며칠 전에 658님이 올리신 글, ‘아귀의 헛간’ 리뷰에 나온 ‘엄지씨’라는 거 말이에요, 어딘가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야 생각이 나서요. 댓글을 달려고 보니 글이 지워져 있네요.

658님이 추천하신 책을 읽어본 건 아니고, 작중에 나온다는 엄지씨와 관련한 내용을 다른 책에서 본적이 있더라고요. 각 지역에서 채록한 어린이 놀이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뭐 말뚝박기나 자치기 같은 그런 종류의 놀이들 있잖아요? 고무줄 노래 같은 것도 실려있고.

거기서 봤어요. 노래하면서 하는 놀이 같은 건데, 노래가 이래요.

(도미미 도미미 도미미파-미)
엄지씨 엄지씨 어서오세-요
(도미미미파-미 도미미미파-미)
두 분이신가-요 세 분이신가-요
(도미미 도미미 도미미미파-미)
엄지씨 엄지씨 돌아가주세-요
(도미미레미 도미미레미)
아직입니다 아직입니다

실제로 불러보면 여우야 여우야랑 비슷한데 약간 그보다 찜찜한 느낌? 현대에 와서는 하지 않는 놀이라서 놀이방법이 완벽하게 전해지진 않았고, 지역 어르신들의 구술녹취를 모아서 정리한 내용으로는 이렇게 된대요.

1. 여럿이서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안쪽을 향해 서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채 서 있는다.
2. 술래 한명이 원 바깥을 빙빙 돈다.
3. 술래가 도는 동안 모두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4. 술래는 돌다가 한 명을 골라 등을 툭툭 친다.
5. 술래가 고른 사람은 원에서 빠져나와 두번째 술래가 된다.
6. 술래 두 명이 원 밖을 빙빙 돌면서 세번째와 네번째 술래를 고른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 중 누구든, 지금 술래가 세명이라고 생각되면 가사를 바꿔 불러야 해요.

(도미미레미 도미미레미)
지금입니다 지금입니다

그 다음에 눈을 뜨고 돌아보는데,(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있고) 술래가 정확히 세명이면 맞힌 사람이 술래가 되어 원에서 나오고 원래 술래 세명은 다시 빈 자리로 들어간다는데요, 틀렸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전통놀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이 놀이도 어느 정도 주술적인 면이 있어서 이런 저런 금기가 있다고하는데, 증언에 의존하다보니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내용들 뿐이라서요, 예를 들어 엄지씨는 두 분이거나 세 분이어야 한다든가, 세 분부터 위험하다든가, 원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든가 그런 것들이었어요.

아귀의 헛간(실제로 읽어본 것은 아니고 658님의 리뷰에 의존해서 이해한 것뿐이긴 해도)에 나오는 그 엄지씨랑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 놀이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소설이 아닌가 싶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허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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