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북클럽]우연히라도 이 책을 발견하게 된다면, 주의하세요
이건 제가 처음 들어간
대학 도서관에서 본 책이었어요.
보존서가라 해야 하나요?
여러 이유로 훼손되었거나,
세월 때문에 낡디 낡은 책들을
읽을 만한 상태로 복구하는 곳이요.
우연히 해당 서가의 출입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가 발견한 책이었고요.
문제는 그 책 표지 상태가
해당 서가에 있던 다른 책들보다 심하게 나빠서요.
작가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제목도 [도둑ㅁ…….]까지밖에 모르고요.
책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이런 책이 어쩌다 대학 도서관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요.
[모모]라는 소설 아세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아이.
A가 한 동네에 흘러 들어왔고,
동네 사람들은 A가
해당 지역에 자리 잡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도와준다.
헌데 그 동네 사람들이
‘남에게서 갈취한 시간’으로만
제 모습과 인생을 유지할 수 있는 집단에 의해
제 일상과 시간을 모조리 다 빼앗긴 채
일에만 열중하게 된 것을 알게 된 A가
동네 사람들을 구하고자 발버둥친다’는
내용의 아동 & 청소년 소설이요.
그거랑 비슷한 흐름이었거든요.
해당 소설에는 A 같은 존재가 없어서
분위기가 조금 더 어두웠고.
가지고 있던 걸 모조리 빼앗긴 자들은
해당 집단이 준 가면을 쓰고 있고.
[모모]란 소설에서는
거래라는 형태로 제가 가진 것들을
넘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이 소설 속에서는
‘선물’ 형태로 온 가면에 손을 대는 순간
빼앗기는 줄도 모르는 상태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기 시작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지만요.
그런데 해당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던 중이었어요.
결말까지 사 분의 일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기억하는데,
결말을 보기도 전에 책을 덮어버리고
뛰쳐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너도 내가 보이는구나.
내가 네 것을 가져가도 될까?]
이 문장이
두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그것도 아주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그 책의 결말이 어떤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 뒤로는
보존 서가 쪽으로는 단 한번도 가지 않은데다,
몇 달 뒤에 반수에 성공해서
그 학교와도 연이 끊어졌거든요.
허나 만약에
거울 앞에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는 표지의 책을 발견한다면.
그 책의 제목이 도둑으로 시작한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세요.
저처럼 소름끼치는 감각에 도망치고 싶지 않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