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게북클럽]우연히라도 이 책을 발견하게 된다면, 주의하세요

글쓴이: nox, 17시간 전, 댓글1, 읽음: 25

이건 제가 처음 들어간

대학 도서관에서 본 책이었어요.

 

보존서가라 해야 하나요?

여러 이유로 훼손되었거나,

세월 때문에 낡디 낡은 책들을

읽을 만한 상태로 복구하는 곳이요.

우연히 해당 서가의 출입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가 발견한 책이었고요.

 

문제는 그 책 표지 상태가

해당 서가에 있던 다른 책들보다 심하게 나빠서요.

작가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제목도 [도둑ㅁ…….]까지밖에 모르고요.

 

책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이런 책이 어쩌다 대학 도서관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요.

 

[모모]라는 소설 아세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아이.

A가 한 동네에 흘러 들어왔고,

동네 사람들은 A가

해당 지역에 자리 잡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도와준다.

헌데 그 동네 사람들이

‘남에게서 갈취한 시간’으로만

제 모습과 인생을 유지할 수 있는 집단에 의해

제 일상과 시간을 모조리 다 빼앗긴 채

일에만 열중하게 된 것을 알게 된 A가

동네 사람들을 구하고자 발버둥친다’는

내용의 아동 & 청소년 소설이요.

 

그거랑 비슷한 흐름이었거든요.

 

해당 소설에는 A 같은 존재가 없어서

분위기가 조금 더 어두웠고.

가지고 있던 걸 모조리 빼앗긴 자들은

해당 집단이 준 가면을 쓰고 있고.

[모모]란 소설에서는

거래라는 형태로 제가 가진 것들을

넘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이 소설 속에서는

‘선물’ 형태로 온 가면에 손을 대는 순간

빼앗기는 줄도 모르는 상태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기 시작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지만요.

 

그런데 해당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던 중이었어요.

결말까지 사 분의 일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기억하는데,

결말을 보기도 전에 책을 덮어버리고

뛰쳐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너도 내가 보이는구나.

내가 네 것을 가져가도 될까?]

이 문장이

두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그것도 아주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그 책의 결말이 어떤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 뒤로는

보존 서가 쪽으로는 단 한번도 가지 않은데다,

몇 달 뒤에 반수에 성공해서

그 학교와도 연이 끊어졌거든요.

 

허나 만약에

거울 앞에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는 표지의 책을 발견한다면.

그 책의 제목이 도둑으로 시작한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세요.

저처럼 소름끼치는 감각에 도망치고 싶지 않다면요.

nox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