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아~ 로판 읽고싶은데 뭐부터 읽지

분류: 수다, 글쓴이: 아도치, 13시간전, 댓글1, 읽음: 34

라는 궁금증을 한 번쯤 품어보셨을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키랏 :wink:

 

제목 어그로 끌어서 죄송합니다 그치만… 그치만 브릿G언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소설이든 그냥 글이든 제목 어그로가 없으면 아무도 안 읽는다구요(ㅠㅠ)

로판 원툴! 과장 좀 섞으면 인생을 로판에 바쳤다! 혈관에 로판이 흐르는 애독자로서 오늘은 로판 작품을 몇 가지 추천해 보고자 합니다.

(아마 저는 죽으면 로판 세계에 빙의하거나 환생할 겁니다. 하… 귀염뽀짝 잔잔 힐링물 많이 읽어 놔야 하는데 큰일났습니다)

 

Q.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는가?

A. 갑자기 이 세상에 로판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이미 알고 계신다면 죄송합니다 <<퍽)

 

저는 방구석 오타쿠이고 철저히 혼자 덕질하는 성향이라 다른 로판 독자들의 case는 잘 모릅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대여점 시절 판타지 소설로 처음 한국 판타지 소설에 입문했습니다.

저는 ‘옛날에는 PC통신이라는 게 있었다더라. 지금 내가 읽는 책을 내시는 작가님들 대부분이 거기서 연재를 시작하셨다더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저는 PC통신을 이용하기에는 너무 늦게 태어났습니다.

 

(이미 폐쇄된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등의 문을 두들기며)

 

그러나 깨달았죠. 문피아 조아라 다술 사과박스 로망띠끄 등을 보기에는 딱 맞는 시기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 그때부터였을까요. 저의 로판 라이프가 시작된 것은. (아련)

 

Q. 왜 개인 블로그나 다른 곳의 게시판이 아니라 브릿G 자유게시판에?

A. 언제고 폐쇄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글리프, 이글루스 등이 실제로 없어졌고요) 블로그에 쓰기보다 어딘가 공개된 게시판에 쓰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저희는 싸이월드 공중분해를 겪은 세대 아닙니까? ㅠㅠ 그래서 제가 제 고향(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하는 장소)인 브릿G에 쓰자!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혹시 게시판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 댓글이나 제재 등으로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이 글은 ‘로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 ‘로판이라는 장르를 아예 모르는 사람’, ‘그런데 로판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결국 로판을 못 읽어본 사람’에게 로판을 소개하고 싶다는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이미 로판을 여러 작품 읽어보신 분께는 식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로판이란 무엇인가?

– 로판이란 로맨스 판타지(romance fantasy)의 준말입니다. 즉 로맨스도 있고 판타지도 있습니다. 판타지 요소가 있는 세계관에서 주인공이 모험(을 통한 자아실현)도 하고 사랑도 하고… 아주 러프하게 설명드리자면 그런 장르입니다.

– 지구상에 사람이 80억 명이니 취향도 80억 개가 넘겠지요. 독자들에 따라 로맨스 요소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판타지적 요소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로판 장르에는 다양한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엄청나게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존재합니다.

 

아래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로판 작품들입니다.

 

1. <마이 디어 아스터> (한민트 저, 루시노블)

“엄마,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면 첫사랑이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요. 나 낳지 않아도 되니까…”

마차 사고로 사망한 중년의 여성 리헨. 눈을 떠 보니 19살, 결혼하기 직전으로 회귀했습니다. 회귀한 김에 자신의 첫사랑, 잘생기고 현명한 마법사 슈데르멜 라프트 경을 다시 만나게 되어 좋기는 하지만 원래의 남편을 만나야만 자신의 가장 소중한 딸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다루는 마법사였던 딸이 엄마의 인생에 두 번째 기회를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이러다가는 딸이 못 태어날 판입니다. 과연 리헨은 슈데르멜과의 사랑을 이루고 딸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분량이 외전을 제외하고 75화 정도라 아주 길지는 않아서(제 ‘아주 길다’의 기준은 200화 이상입니다) 로판 입문자가 처음 시도하기에도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주인공과의 사랑이라는 메인 플롯도 좋지만 모녀의 서사와 함께 여성에게 차별적이고 적대적인 세계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여성 주조연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령 아이가 있는데 결혼은 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라거나, 여성의 임신중절권이라거나…)

 

2.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유폴히 저, 로즈엔)

어린 시절 ‘키다리 아저씨’, ‘빨강머리 앤’, ‘비밀의 화원’을 읽고 상상에 잠겼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봄직한… 아니,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입니다.

영국 런던의 편집자 코델리아는 어느날 다른 세계로 통하는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 안에 무언가를 넣으면 반드시 다른 세계로 전송된다는 사실. 그런데 그 상자와 쌍을 이루는 다른 상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다른 세계의 왕자, 아치였습니다.

작은 상자와 그 상자 속에 든 몇 장의 편지로 시작된 로맨스. 과연 그 상자는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요?

발랄하고 달달한 문체, 어린 시절 읽었던 고전 유럽·영미문학 번역본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럽고 앤티크한 이야기,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겹씩 드러나는 진실들… 책을 덮는 순간에는 이 책을 처음 펼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계실 거예요.

 

3. <101번째 여주인공> (메나닉 저, 라렌느)

당신의 황태자비에게 투표하세요! 본격 대국민투표 오디션, 101명의 후보 중 단 1명이 황태자비가 된다! 이거 프*듀스 101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이제 로판인. 그리고 주인공이 후보들 중 유일한 평민 여성인…!

시골에서 가족끼리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서버로 일하고 있는 이비 콜린스 양. 전생에 한국인 여성이었던 환생자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인생에 특별한 점이라고는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나이가 차면 결혼하게 되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동네 청년에게 차이고, 홧김에 그만… 접수 중이던 황태자비 오디션에 입후보를 해버립니다. 그런데… 됐다?!?! (뿌슝빠슝)

그렇게 해서 101명의 황태자비 후보 중 한 명이자 유일한 평민 출신 오디션 참가자로 수도에 간 이비. 다른 후보자들은 쟁쟁한 귀족 가문의 딸이나 다른 나라의 왕족인데다 아름답고 교양 넘치는 숙녀들인데 자신은 신분도, 돈도, 그 무엇도 없는 시골 선머슴입니다. 과연 이비는 이 경연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까요……?

남장여캐 기믹이 있는 것도 아닌데 주인공이 숏컷이라 신선했고, 주인공이 황태자비 오디션에서 만나는 경쟁자와의 선의의 경쟁이라거나 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 작품을 계기로 섭남병(…)을 앓게 되는데요… 매력 있는 주조연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답니다.

 

4. <리셋팅 레이디> (차서진 저, 델피뉴)

죽을 때마다 17세 무렵으로 회귀하는 주인공. 무슨 짓을 해도 죽습니다. 별의별 방법으로 한 백 번쯤 죽고 나서 살인마가 되기로 결심한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제가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명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소설입니다. 일단 시작부터 막막하죠. 무조건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 있고, 무조건 회귀하는데 대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자신이 한 모든 일이 전부 무위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사람이 어떻게 제정신으로 계속 살 수 있겠습니까.

윤리 의식이 맛이 간 여주인공의 광기, 그 여주인공이 벌이는 일들이 치밀하게 묘사되는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퍼즐이 맞춰지면서 ‘아 이게 이런 이야기였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리스트에 언급된 소설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읽은 거라 아직 한 번밖에 못 읽었는데 조만간 또 읽고 싶네요.

 

5. <황금숲> (윤소리 저, 퀸즈셀렉션)

어느 날 도서관에 갔다가 종이책을 보고 ‘아 한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에 집어 와서 첫 장을 펼쳤을 뿐인데 어느덧 새벽 1시. 하루만에 다 읽게 만든 소설. 신화물이고 수메르 신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저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알못이지만 작가님께서 자료 조사를 많이 하시고 고심하시며 작성하셨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와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인안나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것을 받은 노예 소녀 레니에가 신탁을 거부하고 분투하며 자신의 인생을, 사랑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천족의 나라인 남국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신관 기치다, 그리고 (야만적이라는 편견이 있는) 북쪽 나라의 왕 쿤입니다.

기구하고 잔인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는 레니에의 인생사…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레니에를 진심으로 사랑한 기치다와 쿤의 이야기, 그리고 수메르 신화 기반의 세계관이 작가님의 사람을 홀리는 필력으로 두 권 내내 펼쳐지는데, 다 읽고 나면 다 읽었다는 사실이 아쉬운 소설. (더 주세요… 더…)

 

혹시 다른 브릿G언님들께서 좋아하시는 로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또 추천해 주셔도 좋겠지요. 혹시 본인이 직접 쓰신 게 브릿G에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읽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제가 소개하고 싶은 로판 작품들을 테마별로 묶어 큐레이션해 보고 싶네요.

이 외에도 로판 작품들은 재밌고 감동적인 게 정말 많으니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끝으로 브릿G의 ‘로맨스’ & ‘판타지’ 카테고리에서 제가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 첨부하며 인사드립니다.

 

 

(아니… 제가 담아놓은 게 더 있었는데 지금 작품 임베드로 첨부할 수 있는 게 이거 두 개밖에 없다는 ㅠ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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