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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수학/과학 개념

글쓴이: 랜돌프23, 9월 8일, 댓글15, 읽음: 94

브릿G에서 소설 쓰시는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일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수학/과학 개념들에 대해 논문 준비에 고통받는 (ㅠㅠ) 일개 물리학과 대학원생 입장에서 수다 떨 듯이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 부족한 지식이 나중에 소설 쓰실 때 참고가 될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1. 뫼비우스의 띠

다들 한 번쯤은 만들어보셨을 것 같은 뫼비우스의 띠입니다. 흔히 끝없이 반복되는 무한한 굴레의 의미로 사용되곤 합니다만, 놀랍게도(!) 위상수학적으로 뫼비우스의 띠가 다른 도형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끝없이 이어진다거나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뫼비우스의 띠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띠 (꼬지 않은 띠)도 가지고 있는 성질이거든요. 꼬지 않은 띠도 그 위에서 한 바퀴 빙 돌아오면 다시 출발장소로 돌아오게 되고, 또한 시작과 끝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쭈욱 이어져 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가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바깥쪽과 안쪽의 구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꼬지 않은 띠는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한쪽을 정하면, 아무리 빙빙 돌아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갈 수 없습니다. (이때, 띠의 양 가장자리를 건너가는 경우는 제외합니다.) 하지만 뫼비우스의 띠는 한 바퀴 돌았다고 생각했을 때, 안쪽과 바깥쪽이 뒤집히게 됩니다. 그래서 뫼비우스의 띠 위에 선을 하나 쭉 긋고 다시 자르면, 안쪽과 바깥쪽에 전부 선이 그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뫼비우스의 띠도 꼬지 않은 띠와 마찬가지로 시작과 끝이 없이 계속 빙빙 돌게 된다는 성질이 있기에 그렇게 사용하는 게 오용은 아니겠습니다만, 뫼비우스의 띠의 의미를 특별하게 활용하고 싶다면, 이러한 안쪽과 바깥쪽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참고로 뫼비우스의 띠의 차원을 한 단계 승격시킨 도형이 클라인의 병입니다. 클라인의 병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더불어 인터넷에 클라인의 병을 검색하시면 병이 스스로를 관통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만, 이는 클라인의 병을 3차원에서 적절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으로, 실제로 4차원 공간에서는 스스로를 관통하는 일 없이 존재합니다. 이게 머릿속에서 잘 안 그려지실텐데, 뫼비우스의 띠가 2차원 종이 위에 그려질 때 마치 접히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그려지고, 3차원에서 직접 만들었을 때 비로소 접히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꼬여있게 된다는 걸 생각하시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우실 거라 생각됩니다.

 

2. 테서랙트(초입방체): 4차원 공간과 4차원 시공간

마블 영화 시리즈와 인터스텔라로 인해 이젠 꽤나 친숙하기도 하고 유명해진 테서랙트(초입방체)는 찾아보면 위와 같이 움직이는 꼴로 자주 나옵니다. 이에 종종 인터넷에서 ‘4번째 차원의 축은 시간이기 때문에 저렇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곤 하는데, 이는 엄밀하게는 틀린 설명입니다. 4번째 차원의 축이 반드시 시간이어야 한다는 정해진 법칙은 없습니다. 여기서 ‘4차원 공간’과 ‘4차원 시공간’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수학에서는 공간을 0차원부터 4차원, 더 나아가 5차원, 6차원…으로 임의로 확장해 나갈 수 있고, 심지어는 무한 차원까지 다룹니다. 여기서 수학은 굳이 더 추가된 차원을 ‘시간’ 같은 어떤 물리적인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학적으로 시간 같은 걸 배제한 순수한 다차원 공간이 정의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수학에서 말하는 ‘공간’과 물리에서 말하는 ‘공간’이 그 의미에 있어서 완벽하게 일치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좀 난해한 문제네요 ㅎㅎ; 둘 다 영어로 space이긴 한데 ㅋㅋㅋ)

다만 물리학에서는, 특히 상대성이론에서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으로서의 우주에 4번째 차원 축으로서 시간을 추가하여 4차원 시공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리학에선 ‘4차원 시공간’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4번째 차원이 시간이 된 이유는…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가 그러니까요. 사실 시간이 실재하냐 아니냐는 물리학에서 지금도 꽤나 난해한 문제라 제가 여기서 논할 수준이 안 됩니다만… 일단 상대성이론의 범주에서 물체의 운동을 서술하는데 필요한 좌표 정보가 3개의 공간 좌표와 1개의 시간 좌표이고, 이 수학적 표현에 기반해 물리적 현상을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일단 중요합니다. 그리고 물리학에서 다루는 4차원 시공간 그래프를 온전히 그리기 위해선 수학적으로 정의된 4차원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린 4차원 시공간의 온전한 모습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이것 참 얄궂지 않나요? 우주에 살고 있는 우리가 정작 우주의 4차원 구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하다니…

그럼 저 움직이는 테서랙트의 정체는 뭐냐? 흠… 이건 이렇게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3차원 공을 2차원 종이에 스윽 통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그 종이 안에 사는 2차원 존재 입장에선 갑자기 2차원 원이 점점 커지다가 다시 작아져서 사라지는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사실 그건 구의 단면이지만, 2차원 존재에겐 3차원을 온전히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그 반지름이 변하는 원을 3차원 도형의 모습이라 생각할 겁니다. 즉, 저 움직이는 테서랙트는 4차원 테서랙트를 우리가 사는 공간인 3차원에 통과시킨 것과 비슷합니다. 그걸 시간에 따라 우리가 전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정리하면, 저 테서랙트는 그 수학적 정의 상, 시간이라는 변수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4차원 시공간에 사는 우리는 이 테서랙트의 모습을 시간 축을 이용해 저렇게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해 보는 건 가능한 것이죠.

 

3. 엔트로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엔트로피! 열역학 제 0 법칙, 제 1 법칙, 제 3 법칙은 몰라도 열역학 제 2 법칙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다는 건 제 착각일까요? ㅎㅎ 특히 영화 <테넷>이 개봉했을 때 엔트로피에 대한 관심도가 한번 확 커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엔트로피와 시간의 화살의 관계를 다루는 건 제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라 여기선 죄송스럽게도 패스…ㅜ

그런데 이 엔트로피가 도대체 뭐냐? 이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물리학적으로 너무 엄밀하게 들어가는 건 본 글의 취지에 안 맞으니, 가장 흔하게 알려져 있는 ‘무질서도’라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무질서도’라는 표현을 싫어하고 ‘균일한 정도’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사람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건 ‘무질서’라는 다소 주관적인 표현 대신 ‘균일함’이라는 보다 정량화 가능해보이는 객관적인 이미지를 가져오고 싶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엔트로피가 어떤 건지 수식 없이 슥 짚어보겠습니다.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를 접촉시키면, 뜨거운 물체는 온도가 낮아지고 차가운 물체는 온도가 높아집니다. 열이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흐르는 겁니다. 근데 왜 거꾸로는 안 되는 걸까요? 에너지 보존 법칙을 위배하는 것도 아닌데, 차가운 물체에서 뜨거운 물체로 열이 이동해서, 차가운 건 더 차가워지고 뜨거운 건 더 뜨거워지면 안 되는 걸까요? 이게 저절로 된다면 우리가 냉장고를 쓸 필요도 없고 겨울에 난방 때문에 고생할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죠.

이러한 의문에서 탄생한 게 엔트로피입니다. 차가운 물체에서 뜨거운 물체로 열이 흐르는 건 엔트로피가 낮아지는 작용이고,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열이 흐르는 건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작용입니다. 외부 개입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현상은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정의하니, 어떤 게 자발적이고 어떤 게 자발적이지 않은지는 알겠는데, 왜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쪽이 자발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또 생깁니다.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이때, 엔트로피를 통계적으로 정의하는 방식이 등장합니다. 이것에 따르면, 한쪽이 뜨겁고 한쪽이 차가울 때의 입자 상태가 가지는 경우의 수보다 둘 다 미지근하게 온도가 같아졌을 때의 경우의 수가 월등히 큽니다. (이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색깔이 다른 공을 가지고 비유하여 계산한 게 있으니 궁금하시면 검색해보세요 ㅎㅎ) 각 경우의 확률이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면, 둘의 온도가 다른 상태보다 둘의 온도가 미지근하게 같은 상태의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그냥 놔뒀을 때, 확률적으로 열이 차가운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해 온도의 차가 더 벌어지는 경우는 극히 희귀해서 사실상 관찰이 안 되고, 열이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이동해 둘의 온도가 미지근하게 같아지는 경우가 최종결과로서 관찰이 되는 겁니다.

네, 엔트로피는 경우의 수와 관계가 있는 값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엔트로피는 어떤 거시적 상태가 가질 수 있는 미시적 상태의 경우의 수에 로그를 취한 값입니다. (앞에 단위 차원을 맞추기 위해 볼츠만 상수라는 무리상수가 곱해집니다만, 종종 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뺄 경우에는 온도를 에너지와 같은 단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어려운 용어가 나왔는데, 비유하자면 거시적 상태는 A와 B와 C가 서로 가위바위보를 할 때 ‘한 명이 보를 내고 나머지 둘이 가위를 내는 경우’에 해당하며, 미시적 상태는 ‘A가 보를 내는 경우’, ‘B가 보를 내는 경우’, ‘C가 보를 내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엔트로피가 단순히 경우의 수의 로그인 경우는 모든 경우가 확률이 동등할 때에 한정됩니다. 만약 각 경우의 확률이 다르다면? 식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그 식에 대한 설명을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 식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확률이 낮을수록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더 놀라워하겠죠? 이에 따라, 엔트로피의 식의 모양으로부터 엔트로피를 ‘놀라움의 기댓값’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리학에서 ‘놀라움’이라는 주관적 감정의 표현을 쓰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데, 이게 얼마나 보편적인 표현이고 얼마나 널리 쓰이는 정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놀라움의 기댓값’이라는 말이 재미있지 않나요?

무튼, 이렇게 봤을 때, 엔트로피가 높아진다는 건 상태의 가짓수가 적은 쪽에서 많은 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가리킵니다. 초기에는 경우의 수가 적은 상태를 정렬된 상태, 경우의 수가 많은 상태를 무질서한 상태로 봤던 것 같습니다만, 최근에는 전자를 균일하지 않은 상태로, 그리고 후자를 균일한 상태로 표현하는 것을 꽤 자주 보게 됩니다. 즉, 물체의 온도 분포가 균일해져 더 이상 온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평형’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너무 온도 변화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하긴 했습니다만, 엔트로피는 열역학의 온도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입자들이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퍼져나가 입자의 농도 분포가 균일해지는 것도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이고, 물리학 뿐만 아니라 정보학에서도 엔트로피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정보학은 잘 몰라서, 식의 모양이 얼추 유사하다는 것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네요 ㅎㅎ; (정보학과 물리학이 엔트로피를 매개로 이어진다는데, 언젠가는 저도 이 부분을 공부해보고 싶긴 합니다.)

무튼, 엔트로피를 ‘무질서도’로 막연히 보기보다는 ‘균일한 정도’로 바라보는 관점은 엔트로피에 대한 이해에 조금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엔트로피라는 개념에 대한 시각과 해석은 분야와 학자마다 또 미묘하게 다른 구석이 있어서, 제가 여기서 설명해드린 이미지가 정답이라고 머릿속에 고착화하지 마시고, ‘무질서도’라는 용어가 아닌 이런 방식으로 물리학에서 정의하고 사용하고 있구나, 정도로 읽어주시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저는 ‘무질서도’라는 주관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균일화’의 관점에 살짝 무게를 두어 서술하였는데,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다음의 위키피디아 링크 내용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Entropy_(energy_dispersal)

 

 

글이 길어져서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양자역학에 대해 써볼까 계획하고 있습니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ㅠㅠ

 

모쪼록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제가 막 누굴 가르치고 그럴 입장은 아니기에, 지나가시던 전문가 분께서 보시기에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부디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랜돌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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