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들도 쓰고 싶은 글과 (잘) 써지는 글이 다른가요?
안녕하세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말이 글쓰기에도 통용이 된다고 합니다.
작가님들은 어떠신가요? 쓰고 싶은 장르, 잘 써지는 장르가 같은가요 다른가요?
제목에 이러한 화두를 던지며 어그로(?)를 끈 이유는… 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 경우엔 앞의 ‘잘’이라는 부사가, 퀄리티가 좋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별 부담없이 술술 써진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저는 원래 판타지 모험물을 쓰고 싶었어요. 좋아하기도 하고요. 원래 제가 첫작 <나는 너를 믿었다>를 대충 구상할 때까지만 해도, 마법사 나오는 평범한 판타지를 떠올렸어요. 그리고 작년 여름 집필을 시작했죠.
그런데 자판 두들기며 플롯 짜며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미스터리로 가고 있더라고요? 어? 이럴 의도는 없었는데? 근데 그냥 계속 썼습니다. 저 혼자 보고 즐길 목적으로 쓰다 보니 쓰는 게 재밌더라고요.
재미를 느낀 덕분인지 끝까지 썼습니다. 한 화당 약 4500자에 분량 가늠해보니 150화 좀 넘는… 글자수로는 68만자를 넘겼네요. 다시 봐도 이걸 어떻게 해냈는지;;; 아마 전 미쳤나 봅니다.
그리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웹소설 시장을 관찰하다가, 무연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브릿g도 그 중 하나였고요.
출간이 목표였다기보단… 앞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일단 웹소설로 올려보고, 반응을 보며 고쳐야겠다는 마음에 무작정 올렸습니다. 그런데 출간 제의 메일이 왔고… (이하생략)
그렇게 계약을 하고, 좋은 편집자님 만나, 교정도 게임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교정도 재밌어요. 제가 정말 미친 걸까요? ㅋㅋㅋㅋㅋㅋ ㅠㅠ
차기작을 완성을 했습니다. 40화 정도 되는 (웹소설 기준) 단편인데, 다듬어서 올릴까 하다가도 퇴고 여유가 나지 않아 일단은 묻어두고 있습니다. 이 역시 평범한 (로맨스) 판타지로 시작하는가 하더니… 갑자기 저절로 미스터리로 방향을 틀어버렸습니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저는 왜 쓰기만 하면 이렇게 될까요.
그러다 보니 제가 쓰고 싶은 것이 판타지인가 미스터리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판타지 좋아하고, 마법사 나오면 환장하며 봅니다. 모험을 떠나면 더 좋아하고요. 미스터리/스릴러는 좋아한다기보단 자연스레 끌려 집어드는 장르입니다. 본격 추리보다는, 범인을 초반에 까고 그를 추적하거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는 미스터리류를 더 좋아합니다(그리고 작품에 취향이 묻어나왔죠 ).
의문이 들면 합치면 됩니다. 판타지 배경의 미스터리를 쓰면 돼요. 그래서 쓰긴 썼습니다만… 이런 혼합 장르는 세상에 얼마 없지요. ㅠㅠ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어요. <록 라모라 시리즈>는 미스터리로는 좀 약하고. 혼합된 작품이 특수설정 미스터리로는 종종 나오지만, 대부분 배경이 현대이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그 정판의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종이책 장르소설에서도 얼마 없는데, 웹소설은 오죽할까요. 웹소설에서 추리/미스터리는 일단 마이너인데, 거기다가 배경을 판타지로 놔버렸으니 더욱 희귀한 작품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교정하는 요즘 늘 생각합니다. 이거 나랑 편집자님만 재밌는 거 아냐?
그래도 저는 판타지 배경의 미스터리를 계속 쓸 것 같아요.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쉬우니까요. 왜 그냥 써도 마이너인 미스터리를, 꼭 판타지 세상에 그려내느냐… 고 묻는다면, 드릴 말씀은 하나밖에 없어요.
제가 판타지를 좋아해서요.
작가님들은 어떠신가요? 좋아하는 장르와 잘 써지는 장르가 같은가요, 다른가요? 혹은 저처럼 아예 둘을 합쳐버리신 분들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