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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괴담 이벤트로부터 고찰한 호러와 코미디의 경계

분류: 수다, 글쓴이: 랜돌프23, 8월 22일, 댓글14, 읽음: 87

호러와 코미디는 정반대에 있는 것 같지만, 호러 장르를 파고들다보면 호러와 코미디가 장르적으로 굉장히 가까운, 더 나아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번에 열린 브릿G 이벤트 ‘세줄괴담’만 해도, 꽤나 섬뜩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밀히 따지면 당사자에겐 공포스러운 상황인 건 맞긴 한데 관찰자로서는 웃기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도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좋다 나쁘다 판단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도 그런 세줄괴담을 올렸는 걸요 ㅋㅋㅋ

왜 호러 장르는 이렇게 쉽게 코미디로 변모될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코미디에 능한 사람들이 또 호러를 잘 연출하곤 하는 걸까요? (조던 필 감독님, 차기작 언제 나오나요?ㅠ)

저는 비록 평론가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이런 현상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터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시선에서 생각한 바를 짧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견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써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호러와 코미디의 접점은 ‘우스꽝스러움’인 것 같습니다. 우스꽝스러움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것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잦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은 ‘위화감’을 일으키는 기이하고 기묘한 이미지로 비춰져 호러가 될 수도 있고, ‘황당함’을 일으키는 웃기고 유쾌한 이미지로 비춰져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종종 호러 연출에 대해 ‘황당하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무섭기보다는 웃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코미디 연출에 대해 ‘기괴하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웃기기보다는 되려 섬뜩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광대는 웃긴 캐릭터일까요, 무서운 캐릭터일까요?

광대분장은 유쾌한가요, 섬뜩한가요?

프레디의 피자가게부터 파피플레이 타임까지 수많은 작품이 나온 마스코트 호러라는 장르도 이런 것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부조화에서 위화감에 기반한 호러를 느끼기도, 황당함에 기반한 코미디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부조화의 경계에서 호러와 코미디라는 전혀 달라보이는 장르가 분기되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호러가 위화감에 기반하지도 않고, 모든 코미디가 황당함에 기반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 설명은 넓디넓은 호러와 코미디 분야 중 일부 장르에만 통용될 터입니다. 호러 연출법도 코미디 연출법도 종류가 무궁무진하니까요.

 

요즘에는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나 ‘아날로그 호러’ 장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조잡함’과 ‘호러’의 관계에 관심이 크게 가더라고요. 퀄리티가 교묘하게 낮으면 되려 퀄리티가 대폭 상승하는 호러라는 장르의 흥미로운 특성이라 생각됩니다.

이것도 다음에 쓸 말이 생각나게 되면 짧게나마 써보겠습니다 ㅎㅎ 저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분석을 끝까지 정성들여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랜돌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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