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메모를 잊지 말자, 를 잊어버린 인생

분류: 수다, 글쓴이: 샘물, 8월 1일, 댓글2, 읽음: 80

운 좋게 취직한 뒤로 글을 얼마나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걸까요.

정신병처럼 괴롭히던 갖가지 아이디어들도 이제는 나와주면 감사한 메마른 우물이 됐고, 하루의 1/3 이상을 시간을 강제로 써야하는(직장인으로서 돈 멀쩡히 받으면서 할 소리는 참 아닙니다만) 공간에 들어갔다 집에 잠시 들르면 체력이 없습니다.

마치 기펜재가 멀쩡히 존재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체력이 여유롭지 않으니 대체 왜 그런 활동을…? 같은 짓만 골라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제가 다니는 회사, 이 업계가 원래 이렇다는 건 알고 들어갔지만 참 하루하루 간신히 체력 남기고 다음날을 맞이한다는 기분이네요. 나이 얼마 먹지도 않았건만 참.

 

여전히 가슴 한 켠엔 반드시 완성하고픈 작품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작품들’이겠네요. 참 곤란하게도 이게 줄지는 않고 늘어나고만 있습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쓰면 1년에 365페이지를 쓸 수 있다는 1% 성장의 원리란 것을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의 저에게 적용하기엔 무리입니다. 집에 제때 도착해도 왜 매번 이 늦은 시간인지 참 울적하거든요.

다르게 보면 대체 브릿G를 통해 알게된 여러 작가 분들은 어떤 정신력과 체력을 타고나셨길래 본업을 끝내고 글 쓸 여유가 있으신 건지 이젠 부러움을 넘어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건 제 세상에서 통하는 법칙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지, 이영도 선생님도 야밤에 글 올리셨지 생각해보니….

 

정신 차리니 8월이네요. 일본은 경기침체를 알리는 금리 인상을 선언했고, 미국은 늙은이와 늙다리의 싸움에서 늙은 남성과 젊은 여성의 싸움으로 이어졌고, 중국은 한 여름밤의 꿈에서 깨어나 무덥고 추운 경제 성적표를 받으려 합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코로나 환자가 늘고 있지요.(개인적으로 관심법을 써보건데, 제가 하고싶었던 말을 모두가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감히 말해봅니다. 차마 지금은 말하지 못하겠네요)

 

원래 자기가 있는 시간대에서 세상을 보면 얼마나 세상이 정적으로 돌아가나 싶은 기분을 자주 느꼈는데 요즘은 이 시선으로 봐도 세상이 격동하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것 하나만으로 달콤한 잠자리에 들 자격이 충분한 그런 나날입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글로 밥을 짓지 못하고, 제 인생의 걸작을 만들고 3일 뒤 아사한다는 원대한 작가의 꿈을 접고 말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광명으로 향할 기회를 노리며 지금도 고심하고 있겠지요. 그런 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간만에 와서 뭔 소리를 쓰는 건지, 이제는 화면도 안 보고 타자를 치고 있습니다. 아, 그래. 온 김에 키보드 하나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독거미 키보드, 가성비 기계식 키보드의 현 끝판왕같은 존재입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각잡고 사면 10만원은 우습게 넘는데 이 친구는 국내 수입으로 거품이 살짝 꼈음에도(싸게 산다면 중국 쪽 직구를 노리시길) 6만원 대라는 아름다운 가격을 형성했습니다. 저는 키보드를 사실상 ‘두들기듯이’ 치는 나쁜 버릇을 들여 전엔 키압이 높은 흑축 키보드를 썼지만 나이들어 손가락에 힘이 빠질 것을 고려해 이번엔 상대적으로 가벼운 키감을 골랐습니다. 매우 만족스럽네요.

하지만 옥에도 티가 있듯, 안타깝게도 제가 구시대 인간이라 풀배열 키보드를 여전히 못 버리고 있는데 이 녀석에게 느끼는 단점 중 하나가 여유공간이 좁은 방향키입니다. 누르려 하면 자꾸 이상한 걸 누르게 되요. 게다가 Del 키는 F13 위치에 박혀 있지요. 익숙해지고 싶지만 미성년 시절부터 10년 이상 썼던 이 배치를, 내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이 외우고 있는 그 좌표를 능멸하다니, 신세대가 건방진건 수 천년이 지나도 똑같네요.

 

아, 제목을 써놓고 이제야 제목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됐네요.

반드시 써야 할 소설은 아니지만 ‘아이디어 좀 괜찮은 거 같으니 한 번 정도는 완결내고 싶은 소설’ 등급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26명의 능력자들이 치고박는 그런 이야긴데, 멍때리고 있다보면 거기에 쓸만한 초능력이 스쳐 지나가거든요. 그걸 잡고, 구체화를 시킵니다. 꽤 그럴싸해서 매번 만족해요.

문제는 그 순간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매번 제 기억력에 뒤통수를 맞았으면서 왜 이걸 반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관용어가 아니라 제 뇌는 실제로 뒤통수를 맞아 손상되었단 결과까지 이어지는 걸까요? 정말 무례한 두뇌입니다. 생각만으로 손상입다니.

그러니 여러분들은 메모하는 버릇, 저처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날이 더운데 다들 열사병 일사병 더위먹음 조심하시고요. 언젠가 시간이 날 때 글로 찾아뵐 수 있음 좋겠네요.

샘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