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묘사
요즘 리뷰 하면서 계속 느끼는 겁니다.
인칭에 관계없이 인물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단편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단순히 인물의 이름을 언급함으로서 거기에 대한 부차적인 묘사를 생략한달까요. 누가 어케 생겼는지는 몇 줄 만에 넘어가버리는 듯합니다.
저는 인물의 묘사를 빡시게 하려는 주의라서, 가끔 내용의 흐름을 인물 묘사가 방해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물을 묘사하는 것 자체도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어요. 물론 인물 묘사도 글쓰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인물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묘사하는 게 즐겁달까요.
아래는 제가 행하는 인물묘사의 방법이랄까요, 저는 보통 이런 식으로 인물 묘사를 합니다.
까마귀 인간. 비유 같은 게 아니고 사실이 그러했다. 사내는 종종 까마귀였고 대체로 인간이었다. 그와 알게 된 이후로 몇 년간 고민했지만, 까마귀 인간 말고는 그 어떤 단어로도 사내를 수식할 수 없었다. 지금껏 까마귀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이 동시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도 스마트할 때는 대체로 폰의 기능을 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스마트폰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나는 그를 까마귀 인간이라고 불렀다. 사내는 그 호칭을 고깝게 여기는 듯했으나, 달리 틀린 표현도 아니라서 별말 없었다.
사내는 회색이었다. 몸에 딱 붙는 수트에 깔끔한 플레인 토 구두까지. 그러나 회색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있지 않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보고 있는 동안에도 잊어버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에는 아예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린다. 지나치게 평범한 나머지 평범함을 벗어나 버린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만, 사내는 어떠한 잣대로 봐도 극이 아니었다. 모든 기준에서 어중간했다. 사내는 회색이었다.
어쩐지 저는 인물 묘사를 할 때도 인물의 외양보다는 다른 쪽에 더 집중을 하는 거 같군요.
브릿ㅉ의 여러분은 혹 인물묘사에 대한 본인만의 노하우 같은 게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