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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문4답] 소설에서 사람 그만 죽여야 하는데

글쓴이: 담장, 2월 15일, 댓글4, 읽음: 75

1. 내 글에 영향을 준 창작물 (ex: 영화, 게임, 노래, 책…)

웹툰 팬피터 아시나요? 저의 고어 취향을 다져준 장본인이랍니다… 고어에도 예술과 연출이 필요한데 저는 그중에서 놀이공원에서 꾸는 악몽 같은 분위기를 정말 좋아해요. 평화롭고 환한 장소에서 기괴하고 이상한 사건들이 벌어지면 이질감 때문에 붕 뜬 기분이 들거든요. 대조되는 분위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인상이 더 강렬하게 남기도 하고요. 그런 모순적인 감각에 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웹툰 팬피터도 그런 작품이랍니다!

 

부조리로 가득한 세계에서 정신나간 피터팬이 아이들의 복수를 도와주며 네버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는 이야기예요. 학교폭력, 가정폭력, 청소년 범죄 등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나와요. 마법이나 그런 게 나오다 보니 배경은 환하다 못해 아름다워서 기괴하기까지 해요.

흔히들 말하는 ‘사이다 참교육’ 이야기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워요. 청소년들의 범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사람은 어떻게 바뀌는지, 기회라는 것은 어떻게 주어지는지, 개인이 규정한 정의란 건 언제까지 정의로 남을 수 있는지에 관해 다루고 있어요.

읽으면 진짜로 정신이 조금 피폐해져서 시간을 두고 읽는 편이지만, 끝까지 다 읽으면 정말로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에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곱씹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사진은 고어 없는 걸로 골랐어요!!

 

작가님이 진짜 연출 천재셔서 보면서 좀 심적으로 고통스러우실 수도 있어요. 근데 정말 연출 공부 하나는 기깔나게 되실 거예요. 특히 호러 쓰시는 분들께는요. 특히 81~83화 강추해요!(고어, 유혈 있어요) 다 읽고 나면 영화 한 편 본 기분이에요.

주의: 무료분에 교통사고 적나라한 묘사 있음, 유혈, 고어, 그 외의 범죄 트리거 많음!

팬피터 보러가기 (클릭)

 

2. 내 글의 지향점

이아람 작가님의 케이지가 제가 추구하는 글의 스타일이에요. 글을 다 읽고 나서 어떤 이데아를 발견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따스하면서도 어딘가 외로운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임선우 작가님의 ‘유령의 마음으로’라는 책처럼요. 베란다를 통해 스며든 햇빛이 바닥을 노랗게 물들였는데, 그 적당히 따뜻한 자리의 무늬를 보는 듯한 기분이에요.

사실 예전에 썼던 미분음의 기록 – 심해의 지족관 편도 거대 물고기와 애완 인간의 교감을 다룬 따스운 이야기로 계획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제 손만 닿으면 고어 호러물로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1화만에 인간 회 떠지고 어류들이 즐겨보는 생존 예능에 출현한 인간 이야기가 됐어요. 소설에서 사람 그만 죽여야 하는데…

따스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쓰는 게 목표예요! 웹의 형태인만큼 미디어나 텍스트를 활용해서 여러가지 연출을 실험적으로 해보는 중이기도 하고요.

아웃풋 목표는 2년 안에 개인 단편집 or 단독 저서를 내는 거예요.

 

3. 내가 세운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

죽기 전에 책 하나 내고 죽는 게 꿈이었는데 이곳저곳 실을 수 있어서 소원 성취는 한 것 같아요. :smile: 만약에 개인 저서를 내게 된다면 단편집으로 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게 되어도 연작으로 낼 것 같더라고요. 단편들은 사혼의 구슬처럼 전부 흩어져버리는 바람에 그 기간 안에 내는 건 힘들 것 같아요 :lol:

 

여러분… 원래 글은 평생에 걸쳐 쓰는 거 아시죠?? 죽어서도 마인드업로딩 돼서 글 쓸 거예요… 잘 쓰진 못 하더라도 끈질긴 사람이 책을 낸다는 집념 하에! 열심히 써보려고요 :)

 

4. 글이 안 써질 때 나만의 방법 (ex: 노래를 듣는다, 앞부분을 다시 읽는다…)

방법 1. 쓰던 부분을 내려놓고, 잠시 뒤로 가서 제가 생각해둔 부분을 써요. A와 B 사건을 계획했는데 A에서 B로 가는 중간 과정이 막혀버렸을 때 B로 넘어가서 쓰면 좋은 점이 있어요. 사건이 진행되면서 내가 최종적으로 쓰고자 하는 주제를 다시 상기하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알게 되거든요. 복선이라고 하죠. 결말부터 쓰고 끼워맞추는 경우도 있고, 쓰다보니 필요해져서 돌아갔다가 오는 경우도 있어요.

 

방법2. 메모장에 간단하게 사건 개요 콘티를 짜요. 사실 전 결말 or 소재만 생각해두고 즉석으로 쓰는 편인데요… 그래서 너무 안 써질 땐 콘티로 돌아가요. 잘 사용하진 않는 방식이에요.

 

방법 3. 이전에 써둔 아이디어 메모장을 보고 괜찮은 걸 뽑아서 기존에 쓰던 소설에 넣거나 아니면 손풀기로 하나의 주제를 짧게 써요. 다른 작가님들도 많이 가지고 계신 습관이지만 일상생활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짧게 짧게 메모장에 기록해두는 편이에요. 그렇게 만들어진 메모장이 236개…

 

방법 4. 쓰는 걸 잠시 멈추고 인풋을 넣어요. 사실 이게 가장 근본이긴 해요. 시간은 걸리지만 제일 효과 좋고요. 긴 호흡이 필요한 글을 읽기에 집중력이 부족하다면 중단편이라도 읽어요. 보통 글이 안 써진다고 하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의 분위기는 떠오르지만 그걸 구체화할 방법이 생각나질 않는데요,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큰 도움이 돼요. 사건의 배치, 구도, 연출, 속도감 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거든요.

 

4문 4답 끝~ 다른 작가님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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