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소설] 싹수 노란 인간
자게에는 글 뜸하게 올리고 소설이나 많이 올려야지 다짐했지만 정작 현생 때문에 소설은 많이 못 올리고 자게만 들락거리는… 지박령입니다. 며칠 새에 글을 좀 여러 번 올리니까 부끄럽네요…
저는 12살에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요, 팬픽이었지만 사실상 팬픽은 이용당한 정도로 무관한 추리스릴러를 썼어요. 2년간 장편으로 두 개를 썼는데 첫 소설은 어릴 적 제가 쏘우를 너무 감명 깊게 본 나머지… 등장인물들을 전부 밀실된 공간에 넣고 하는 살인 재판 게임이었어요.
내용은 10명의 사람들이 각 스테이지별로 어떠한 과거에 대한 단서를 모으면서 기억을 되찾는 건데요, 10명의 관계가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어서 서로 죽이고 처형하고 몰아가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었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소문을 입맛대로 가위질해서 붙이고 퍼트렸던 캐릭터는 몸이 가위로 잘렸고(놀랍게도 유일한 용서 감동 에피소드…) 중반에 처형당해 죽은 줄 알았던 캐릭터는 후반부에 게임 진행자 뒷통수쳤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복선 다 합치면 결말부에서 ‘사실 게임 참여자들이 게임에서 본 기억은 전부 진행자가 지어낸 거짓이었고 진행자는 모종의 이유 때문에 이런 짓을 벌였다’가 밝혀지고 10명이 전부 탈출 시도 하는데, 그 이유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결말은 어떻게 됐냐면, 10명 다 탈출하고 코마 상태에서 깨어났는데 전부 다 현실에서 만나 살았다고 안도한 순간 병원 복도 지나가던 간호사가 게임 진행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는 장면으로 끝났어요. 사실 코마에서 깼다고 생각했는데 안 깼던 거죠… 게임은 여전히 계속 진행되고 있는 거고요.
두 번째 소설은 13살에 썼는데 로맨스 판타지인척 하는 추리 스릴러였어요. 여주가 길에서 무슨 반지 같은 걸 주웠는데 그걸 착용할 때마다 환상적인 동화 속에서 남주랑 같이 돌아다니며 노는 이야기가 중반부까지 이어졌어요. 과정 하나하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결말이 좀 충격적이었어요.
사실 여주는 경찰이고, 남주는 범죄잔데 자기가 사랑하던 여자를 죽이고 그 시체에 석고 덧발라 굳힌 뒤 자기 집 벽걸이 옷장 속에 숨겨놓은 사람이었어요. 중반부까지 진행되던 환상같은 이야기들은 전부 남주가 본 환각 같은 거고, 여주는 경찰이라 장단 맞춰주며 시체 넣어둔 장소 찾았던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화에서 남주는 환각 깨고 현실 자각해서 권총으로 자살하고 끝났던 걸로 기억해요. 이딴 게 초등학생 머리에 든 거라니… 지금 생각해도 시체 석고로 조각한 건 살짝 소름돋네요. 떡잎부터 좀…
둘 다 25화짜리 장편이고 각각 1년 동안 연재했어요. 플랫폼 말고 블로그에 올렸는데 둘 다 연재 끝날 때 즈음엔 구독자가 300명 정도 모였어서 상당히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그 소설들은 블로그 펑하면서 전부…^^ 날아가버렸답니다… 아까워요. 백업해둘걸… 원래 자기 작품도 몇 년 뒤에 까맣게 잊었을 때쯤 읽으면 즐거운 법이잖아요.
여튼 중고학생 때도 소설을 쓰려고 시도는 했는데 공부해야 해서 못 쓰고, 대학 와서 sf 주구장창 읽다가 지금은 sf 추리스릴러 쓰고 있네요. sf 읽은 후로 이야기가 많이 따수워졌다고 해야할까요 ㅎㅎ 어쩌다보니 중단편이 많이 읽혀서 sf 호러 쓰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장편은 따뜻한 거 썼어요. 구르고 구르지만 결국엔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요.
성인 되고나서 몇 년만에 처음으로 쓴 소설이 오온의 범위인데요, 브릿g 오고나서 처음으로 업로드한 소설이에요. 본편은 완결이고 외전이랑 후속작 쓰고 있는데 최근에 너무 바빠서 업로드는 못하고 있네요.
(오온의 범위 요약)
어차피 읽으실 분들은 다 읽으신 것 같아서 1부만 스포를 하자면,
인간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환상공간을 관리하는 경찰이 이상한 공간에 접속되어 갇혔다가 불법탐험가를 만나 함께 탈출을 도모하는데, 알고보니 환상공간의 주인인 호스트는 인간이 아니라 아동 안드로이드였고 자신을 만들고 키워준 인간의 껍질을 둘러쓰고 연기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자릴 빼앗고 싶어서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온)의 탈을 쓴 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비극적으로 죽은 온의 기억을 삼켜 환상공간 속에서나마 행복하게 사는 온을 연기했던 거죠. 그리고 자신의 전원이 완벽하게 꺼지고, 천국에 간다면, 온에게 자신의 기억을 전부 넘기려고 했어요.
하지만 기억은 불완전하고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오류가 지속되어서 일부분이 소실 되었는데,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외부의 연기자들을 초대했던 거죠.
이렇습니다 ㅎㅎ 지금 보니 좀 조잡한 감도 없잖아 있어서 나중에 리메이크도 할 생각이에요. 아주 먼 미래겠지만… 소설 이야기 하니까 무척 즐겁네요. 재밌는 자리 만들어주신 파랑파님 정말 감사드려요! 요즈음 자유게시판이 북적북적해져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