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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문3답] 구체성 없는 이야기 구성법 고백

분류: 수다, 글쓴이: 장민, 23년 7월, 댓글4, 읽음: 78

3문3답 문항

1. 글을 쓸 때 가장 공들이는 부분과 그 이유 (ex: 속도감, 반전, 캐릭터성, 배경설정, 세계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사실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언제나 가장 작은 이야기가 가장 큰 세상을 뒤바꾸는 방식으로 작용하거나, 혹은 가장 큰 소재가 가장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짝사랑 소설이 되도록 의도하는 경우도 있겠네요. 화해할 수 없는 것들과 화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깎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사랑의 감정이 아니더라도 로맨스일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촘촘한 구상이나 배치를 잘하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 관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글은 언제나 아이디어 하나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소재가 신선하다, 구상 방식 자체가 참신하다고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저만이 사용 가능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소재로 사용하는 법칙이나 방식이 가장 예상하지 못한 분야나 이야기로 뻗어나가는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우주의 거창한 법칙을 끌고와서, 고작 단백질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행성의 탄생을 무시해가며 그 소재로 술을 만들어먹는 인간들을 그린다거나…

거창함 속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나, 사람에게 아무것도 아닐 수 없어서 거창해지는 단순함을 다루는 아이디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그러다보니 캐릭터들이 천편일률적이라 극복해보려고 노력중입니다..ㅋㅋ..

 

2. 내가 생각하는, 혹은 독자들이 말해준 내 글의 특징은? (ex: 문체가 대중적이다, 설정이 참신하다…)

1에서 언급한대로 그 부분 또한 제가 생각하는 강점이나 제가 힘을 주는 부분인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구상적으로도 예언적, 운명적, 혹은 자조적 부분을 많이 다루다보니 그런 엔딩에 대해 굴러떨어지는, 혹은 필연적인 측면을 인상적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인간을 가운데에 두고서, 인간의 무력함과 인간성의 유일함을 조금은…조롱하고서 확장하는 방식의 이야기에 대해 반응이 두 가지로 갈리더군요. 하나는 인간성을 두고 느껴지는 공포와, 다른 하나는 인간성을 두고 느끼는 찬미였습니다. 저는 그 둘이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간임이 인간성에 있다면, 그 인간성은 얼마든지 확장시킬 수 있는 개념이고, 인간의 범위는 마땅히 넓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그것이 제 글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단순하게는 두 가지의 방향성의 독해가 나오는 것 같구요.

 

 

3. 나만의 작법이 있다면? (ex: 전개 방식~ 캐릭터 설정은~ …)

하…어렵습니다.

솔직히 제대로된 이야기적 흐름에 대한 구상과 캐릭터 설정을 거의 짜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하나의 장면 혹은 이미지가 떠올랐을 때,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거대로봇을 타고서 우주의 종말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 지구 애인을 무제한으로 복제하는 외계인의 모습, 원시행성을 죽여가면서도 술을 만들어 마시는 인류의 비극, 녹음이 창궐한 아포칼립스 지구와 우주의 축소, 용의 기원이란 고온을 견뎌내는 미생물의 집합일 뿐이라는 이야기.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식의 글을 쓰기 때문에…그리고 사실 단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법 같습니다.

정교하게 이야기를 길게 끌어내는 방식은 확실히 아직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단편에서만 가능한 장면과 이야기, 그리고 아이디어 위주의 강렬함과 방식이 잘 드러날 수 있는 것이겠죠. 앞으로 연재나 장편 위주의 글 또한 기획해보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이긴합니다.

 

감사합니다.

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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